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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이 가져오는 오만함의 유혹을 떨쳐내라
  • 고재욱
  • 등록 2018-10-10 09:0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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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의 사회에서 힘에 의해 지배층과 피지배층이 나눠지게 된 것은 헤아릴 수 없을 만큼 오래전의 일이다. 이는 평화와 조화를 꿈꾸는 지금의 사회에서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근대의 역사와 현대 사회의 ‘힘’에는 당연한 것처럼 ‘오만함’이 따르고 있다. 그 예로 나치 독일 시대의 강력한 지도자였던 히틀러가 상대적으로 힘이 약한 민족을 비난하며 말살하려고 했던 것을 들 수 있다. 영화 ‘도그빌’은 이처럼 힘을 가진 자에게 오만함이 따라오는 인간의 당연하고도 불편한 현실이 얼마나 비극적일 수 있는지 경고한다.

 

 가난과 역경 속에도 자신의 일을 열심히 하는 사람들이 살고 있는 조용한 마을 ‘도그빌’. 한 밤중에 들려온 총성과 함께 ‘그레이스’라는 여자가 누군가로부터 도망쳐 오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초라한 마을과 어울리지 않는 고급스러운 외모와 옷차림의 그녀를 처음으로 발견한 자칭 철학가 ‘톰’은 마을 사람들에게 그녀를 ‘포용’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친다. 마을 사람들은 갑자기 찾아온 도망자를 의심하며, 마을 회의를 열었고, 2주 동안 그녀를 지켜보기로 한다. 마을 사람들의 신뢰와 안전한 집을 원했던 그레이스는 잡초 제거, 아이 돌보기 등의 잡일을 자처해서 하기 시작한다. 큰 대가를 바라지 않고 마을 사람들의 신뢰를 쌓아온 그레이스는 결국 마을 사람들의 인정을 받고 함께 살게된다. 이와 동시에 자신을 지키기 위해 ‘포용’의 가치를 전파한 톰에게 사랑의 감정을 느낀다.

 

 하지만 그녀에 대한 마을 사람들의 의심이 사라지기 전, 그녀를 찾는 경찰이 마을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마을 사람들은 그녀를 숨겨주고 경찰을 돌려보내지만, 경찰이 찾아오는 횟수가 많아지고 현상금까지 붙으면서 점점 그녀에 대한 의심이 커진다. 결국 마을 사람들은 그레이스를 숨겨주는 것에 대한 ‘대가’를 바라게 된다. 그레이스를 함부로 대하기 시작한 마을 사람들 중 ‘척’이 그 대가로 그레이스를 성폭행한다. 척을 시작으로 많은 남자들이 숨겨주는 대가라는 명목으로 그녀를 성폭행하고, 도망치는 그녀를 다시 잡아와 개 목걸이와 방울을 달기까지 한다. 톰은 이를 바라보기만 하고, 결국 그레이스에게 똑같은 커다란 상처를 안긴다.

 

 도그빌의 마을 사람들에게 찾아온 힘은 톰이 마을 사람들에게 강조한 ‘포용의 힘’이었다. 하지만, 그들이 진정으로 원했고 가지게 된 것은 ‘대가’라는 힘이었으며 이 힘은 그레이스를 함부로 대할 수 있다는 오만함을 불러일으켰다. 그 이후의 이야기는 영화를 통해 확인하길 바란다. 분명한 점은 우리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어떤 힘을 가졌을 때 오만한 감정을 가지게 된다는 것이다. 우리도 도그빌의 마을 사람들이 될지는 힘을 대하는 우리들의 자세에 달렸다. ‘힘’에 대해 고민해볼 수 있는 영화, ‘도그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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