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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난민사태를 바라보는 시선
  • 이건우 정기자
  • 등록 2018-10-08 09:4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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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편견과 반대에 부딪힌 난민들
우리나라에는 1994년부터 올해까지 꾸준히 난민이 유입되고 있다. 지난해에도 6030명의 난민이 난민인정심사를 받았으며 이 중 123명이 난민인정을 받았다. 이처럼 우리나라의 난민 유입 현상은 제주난민사태가 처음이 아니다. 그러나 이번 사태는 여느 때와 달리 사회적 반발이 심하다. 이에 본지에서는 제주난민사태와 그에 대한 사회적 반응에 대해 알아봤다.


제주난민사태, 왜 일어났나? 

 지난 2015년 예멘 정부군과 시아파 후티 반군 사이에서 벌어진 예멘 내전으로 인해 수많은 난민이 발생했다. 예멘인들은 내전을 피하고자 유럽 및 주변 이슬람 국가로 피난했고, 그중 일부가 같은 이슬람 국가이자 비자 없이 90일간 체류가 가능한 말레이시아에 입국했다. 그러나 말레이시아에서의 체류 만료기한이 다가오자 예멘 난민들은 작년 12월 운행을 시작한 제주-말레이시아 직항 편을 통해 제주도로 대거 입국하기 시작했다. 입국 배경에는 값싼 제주 직항 편뿐만 아니라 관광객 유치를 위해 마련했던 무사증 제도1)와 과거 우리나라의 난민협약 체결도 한 몫을 했다. 이에 제주도에 무사증으로 입국하는 예멘 난민의 수가 급격히 증가하자 지난 6월 1일, 정부는 예멘을 무사증 제도 허용국가에서 제외시켰다. 

 정부는 이후 난민 신청한 예멘인 549명에 대해 출도제한 조치를 취해 체류범위를 제주도로 한정했다. 더불어 궁핍한 생활환경으로 인한 제주 도민과 난민들의 범죄 노출 방지를 이유로 난민신청자들에게 취업허가를 내렸다. 취업직종은 농·축·수산업 등 인력이 부족한 분야로 제한했다. 이후 난민신청자 484명을 대상으로 심사를 진행했고 현재 23명이 심사결과를 통해 ‘인도적 체류허가’를 받은 상태이다. 인도적 체류자들은 1년의 체류기간이 허용되며 출도제한조치가 해제된다. 

잘못된 정보와 함께 끓어오르는 반대여론 

 제주난민사태 직후 SNS와 인터넷 상에서는 집단 성폭행을 뜻하는 ‘타하루시’가 이슬람 출신 난민들의 문화나 놀이로 자리 잡고 있다는 것과 타 유럽 국가들이 난민을 받은 후 범죄발생률이 늘어나고 있다는 등의 정보가 돌았다. 그러나 이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타하루시’는 집단 성폭행을 뜻하는 범죄행위이며 해석하는 과정에서 ‘놀이’라는 뜻으로 왜곡돼 퍼진 것이었다. 또한 유럽 국가 중 가장 난민 수용인원이 높은 독일의 경우 2017년에 조사된 유럽연합통계청(EUROSTAT) 통계에 의하면 오히려 범죄율이 약 9.6% 감소했다. 그러나 잘못된 정보로 인해 이미 사회 전반적으로 난민혐오 분위기가 퍼진 상태였다. 

 결국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난민법 폐지에 대한 국민청원이 올라왔으며 70만 명이 넘는 인원이 동참했다. 이에 유엔난민기구의 친선대사인 배우 정우성은 ‘#난민과함께’라는 해시태그와 함께 SNS에 제주 난민 사태에 대한 소견을 밝혔지만 이내 수많은 부정적 댓글이 달리고 풍자 만화를 통해 비판받는 등 사회의 지지를 얻지 못했다. 급기야 서울에서는 난민반대집회가 열렸다. 난민대책 국민행동에서 주최한 난민반대집회 는 지난 6월 30일 1차 집회에서 지난달 16일 난민찬성집회에 대한 맞불 집회까지 총 6번 진행됐다. 난민반대집회 측은 △난민법 폐지 △무사증 제도 폐지 △불법체류자 추방 등을 주장하고 있다. 

난민법 폐지 가능성은

 난민반대 측의 주장처럼 난민을 추방하거나 난민법을 폐지할 수 있을까? 우리나라는 1992년 난민협약을 체결해 아시아 최초로 2011년 난민법 을 제정, 2013년 발효했다. 우리나라가 체결한 난민협약은 정확히 “난민의 지위에 관한 1951년 협약”(이하 난민협약)과 “난민의 지위에 관한 1967년 의정서”(이하 난민의정서)의 두 가지로 나뉜다. 애초에 난민협약은 제 2차 세계대전으로 인해 발생한 난민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한 협약이었다. 따라서 난민협약에서의 난민은 1951년 1월 1일 이전의 사건에 한해서만 인정하고 있다. 이러한 난민협약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 바로 난민의정서이다. 난민의정서에 가입한 국가들은 1951년 이후에 발생한 난민에 대해서도 보호의 책임을 다해야 한다. 따라서 우리나라는 난민협약과 난민의정서를 모두 체결한 국가이므로 난민을 강제 추방하거나 송환할 수 없다2). 

 그렇다고 난민법을 폐지하는 것 또한 사실상 어렵다. 난민협약 가입 국가 중 지금까지 탈퇴한 사례는 없으며 법무부는 난민법을 폐지하거나 난민협약을 탈퇴한다면 △국제사회 발언권 약화 △국제적 고립 △국제적 위상 실추 등 국익에 부정적 영향이 생길 수 있음을 우려하고 있다.

난민지원 배경과 난민법 보완 움직임 

 그렇다면 우리나라가 난민협약을 맺은 이유는 무엇일까. 난민협약 체결과 난민법 제정에는 복합적인 이유가 있었지만 6·25전쟁의 영향을 무시할 수 없다. 실제 6·25 전쟁 당시 우리나라에서는 수많은 난민들이 발생했고 이 난민들은 유엔과 많은 나라의 도움을 받았다. 난민 수용에 대해 부정적인 여론이 강하더라도 과거사와 국제적 위상에 직간접적인 관련이 있는 난민 문제를 완전히 무시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난민요건과는 거리가 먼 불법체류자나 체류기간 만료가 임박한 외국인이 제도를 악용할 수 있다는 이른바 ‘가짜 난민’ 우려에 대해서는 법무부 역시 보완의 필요성을 밝혔다. 법무부는 8월 1일 국민청원에 대한 답변에서 난민브로커에 대한 처벌을 구체화하고 서류를 조작하는 등 불법적인 행위를 저지른 난민신청자에게 정식심사 기회를 주지 않는 방안을 세우겠다고 밝혔다. 또한 기존의 난민심사직원의 수를 보충해 심사기간을 더욱 단축하겠다고 공언했다.

1) 테러지원국을 제외한 180개국 외국인에 한해 한 달간 비자 없이 국내에 체류할 수 있는 제도 
2) 난민협약 33조, 난민법 3조

난민법이 말하는 ‘난민’ 용어 풀이

우리나라는 1994년부터 2018년 현재까지 20,974명의 난민신청자가 심사를 받았고 이 중 849명이 난민으로 인정받았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난민보호수는 2,399명으로 난민인정이 된 사람보다 많다. 그렇다면 인정된 난민을 제외하고 나머지 사람들은 어떤 신분으로 우리나라에 체류하고 있는 것일까. 난민법이 규정하는 체류자의 다양한 신분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자.

난민 

 난민법상 ‘난민’이란 △인종 △종교 △국적 △특정 사회집단의 구성원인 신분 △정치적 견해 등의 사유로 인해 본국으로부터 보호를 받을 수 없거나 보호를 원하지 않는 사람들을 말한다. 따라서 난민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이 다섯 가지의 박해 사유를 증명할 수 있어야 한다. 

난민신청자 

 난민신청자는 △난민 신청으로 인해 난민심사가 진행되고 있는 사람 △난민불인정 판정을 받고 이의신청을 할 수 있는 기간이 아직 지나지 않은 사람 △난민불인정 판정을 받고 이의신청을 통해 소송이 진행되고 있는 사람으로 구분할 수 있다. 난민신청자는 △생계비 △주거시설 △의료지원 △교육을 받을 수 있고 신청 후 6개월이 지나야만 취업활동이 가능하다. 이번 제주 난민 사태에서의 대다수 예멘인들이 난민신청자에 해당하며 다만 예외적으로 취업활동을 허가한 상태이다. 생계비는 별도의 신청을 통해 1인 가구 기준 432,900원, 주거시설을 지원받고 있는 상태라면 216,450원이 지급된다. 

난민인정자 

 난민인정자는 난민인정심사를 통해 정식으로 난민의 지위를 인정받은 사람을 말한다. 난민인정자는 기본적으로 대한민국 국민과 같은 대우를 받는다. 기초생활보장, 교육의 보장은 물론 다른 국가에서 취득한 자격과 학력 또한 인정받을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난민인정자의 배우자나 자녀가 외국에 있다면 우리나라의 입국이 허용된다. 그러나 난민심사를 통해 인정받는 일은 결코 쉽지만은 않다. 현재 우리나라의 난민인정율은 5%가 채 되지 않는 상황으로, 한국에서 난민으로 인정받는 일은 하늘의 별따기이다. 

난민불인정자 

 난민불인정자는 말 그대로 난민으로 인정받지 못한 사람을 의미한다. 난민인정심사를 통해 다섯 가지 박해 사유에 해당되지 않다고 판단되거나 위조서류의 발각 등의 이유로 난민인정결정에서 취소될 경우에 난민불인정자로 판정받는다. 이때 난민불인정자는 불인정판정을 받은 날부터 30일 이내에 이의신청을 할 수 있다. 따라서 이의신청을 통해 재심사를 받고 있는 상태라면 난민신청자의 신분이 된다. 

인도적 체류자

 인도적 체류자란 다섯 가지 박해 사유에 해당되지 않아 난민으로 인정하지는 않지만 외국으로 송환될 경우 안전에 위협을 받을 것이라 판단돼 인도적인 차원에서 체류를 허가받은 사람을 말한다. 인도적 체류는 본래 난민협약에 없는 개념이지만 난민협약에 체결한 국가들이 자발적으로 난민의 보호를 위해 만든 제도이다. 인도적 체류자는 사실상 난민불인정자이기 때문에 난민심사에 대한 이의신청을 제기할 수 있다. 체류 기한이 지나면 재심사를 통해 연장 혹은 취소되며 국내법을 어길 시에는 인도적 체류자격이 취소될 수 있다. 우리나라가 현재 보호하고 있는 난민 중 난민인정자를 제외한 사람들이 이에 해당된다. 현재 제주 예멘난민신청자 중 23명이 인도적 체류허가를 받은 상태이다.

이건우 기자│hangta96@kgu.ac.kr
덧붙이는 글

난민 범죄에 대한 우려가 날로 높아져가는 것이 사실이지만 우리 사회는 같은 전쟁의 아픔을 지닌 난민들에게 지나치게 부정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 우리는 그들의 목소리를 들으려는 시도조차 하고 있지 않다. 갈등의 해결은 대화이며 대화는 언제나 쌍방향으로 이뤄져야 한다. 따라서 우리는 적극적인 소통의 자세와 사실의 명확한 구분을 통해 서로의 접점을 찾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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