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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집회, 참사 될 수도 있었다
  • 박현일
  • 등록 2018-09-18 11:38:56
  • 수정 2018-09-18 11:3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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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무사 작성 계엄령 문건이 담고 있는 것들
기무사령부 1) (이하 기무사)가 박근혜 전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촛불집회에 참여한 시민을 대상으로 무력 진압 및 계 엄령 계획을 세웠다는 사실이 지난 7월 5일 밝혀졌다. 다시 말해 사상자 없는 평화시위가 유혈사태로 둔갑할 위험이 있었 던 것이다. 이에 본지에서는 해당 사건의 진행 상황을 정리해 설명한다.

 

 

 집회 초기부터 점화된 논란


 계엄령 문건 의혹은 지난 2016년 11월에 시작됐다. 제1야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의 추미애 대표가 “박근혜 전 대통령이 계엄령을 준비한다는 정보가 돌고 있다”고 주장한 것이다. 이에 여당이었던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는 “유언비어를 퍼뜨리는 제1야당 대표에게 정말 유감스럽다”며 강력히 비판했다. 더군다나 계엄령은 국회의 동의를 얻어야 선포할 수 있는데, 당시 국회에는 야당 의석이 더 많아 동의를 받을 가능성이 낮은 상황이었기에 의혹은 큰 파장 없이 끝나는 듯 했다.

 

 ‘유언비어’, 사실이 되다


 그러나 ‘유언비어’로 규정됐던 계엄령 의혹은 사실이었다. 지난 7월 5일 ‘광화문에 공수부대를 투입해 시위를 진압한다’는 내용이 포함된 기무사 작성 문건이 공개된 것이다. 다음날 군 관련 시민단체인 군인권센터는 문건 사본 전체를 공개했다. 문건 공개가 논란을 일으키자 청와대는 지난 7월 16일 국방부에 문건에 관해 △국방부 △기무사 △각 부대에서 오고갔던 모든 문서를 제출할 것을 지시했다. 해당 문서는 △국회의 계엄해제 표결 저지 △계엄군의 주요 도로 장악 △언론 통제 등의 항목을 담고 있었다. 즉 문건의 성격이 군사반란이었다는 사실이 내용을 통해 드러난 것이다.

 

 문건의 대가로 사라진 기무사


 이에 지난달 문건 작성의 핵심 인물로 꼽히는 조현천 전 기무사령관과 한민구 전 국방부 장관의 보좌관 사무실은 각각 압수수색의 대상이 됐다. 조 전 기무사령관은 현재 미국에서 체류 중임에도 불구하고 강제귀국을 위한 여권 무효화 작업이 진행되고 있어, 강력한 수사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또한 문건 작성을 주도했던 기무사는 지난 1일 해체 후 군사안보지원사령부로 재편됐다. 이 과정에서 사령부의 인원이 30% 감축됐고 업무 범위 또한 기존 기무사에 비해 줄어들었다.

 

 문건이 실행됐다면 사상자 발생은 물론 최전방·수도권 방어병력의 약화에 기인한 전쟁으로까지 진행될 수 있던 중대한 문제였다. 더불어 진압 대상이었던 집회 참여 시민 중에는 현재 교정을 누비고 있는 대학생들도 있었다. 광장에서 캠퍼스로 걸음을 옮긴 사람들은 이번 사건에서 무엇을 느꼈을까. 본교 토론 동아리 ‘세상 바꾸러’의 △문용선(국어국문·1) 부회장 △이준호(도시교통공학·4) 군 △ 임재민(국어국문·1) 군을 통해 사태에 대한 학생들의 생각을 들어봤다.

 

 

 계엄령 문건의 내용에는 어떤 의미가 있나

 

  이준호 군(이하 이)  크게 두 가지의 문제가 있다. 먼저 계엄령은 질서유지와 국민 보호를 위한 법인데, 문건은 그러한 법의 취지를 왜곡했다. 문건 최초 공개 당시에는 탄핵 기각 시의 계획만 드러났지만, 지난 7월 23일 ‘인용 시에도 계엄령을 고려한다’는 내용의 문건이 추가 공개됐다. 이는 질서유지라는 법적 근거에 의한 계획이 아니라 특정 정치 세력의 권력유지를 위한 계획이기 때문에 충격적인 것이다.

 

 


 문용선 부회장(이하 문)  문건의 내용에는 위수령 2) 도 포함된다. 위수령은 계엄령과 다르게 시행 시 국회의 동의를 받지 않고 군 병력을 동원할 수 있기 때문에 더 구체적인 반란 의도가 포함된다고 볼 수 있다. 이처럼 악의적인 정치공작이라고 인식될 수 있는 내용이 계획에 들어간 이상 국민들이 문건을 접했을 때 정당하다고 생각할 수 없을 것 같다.

 

 

  임재민 군(이하 임)  충격적인 내용이 많았다. 심지어 ‘수도권 담당 병력의 경상북도·전라북도 등 지방 남하’와 같은 국방력의 약화와 이에 따른 전쟁 위기까지 초래할 수 있는 항목도 존재한다. 이러한 위험까지 감수한 이유는 전쟁 위험이 있다는 선전을 통해 계엄령이나 다른 군사적 조치를 정당화하려 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계엄령 문건 작성은 어떤 위법성을 갖고 있나


   계엄법에 명시된 계엄령 검토 및 실행 관할 조직은 합동참모본부(이하 합참)다. 따라서 기무사에서 문건을 작성한 건 위법이다. 일부 법조인들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문건 작성을 “내란음모죄 처벌이 가능한 수준”으로 규정한다. 내란음모죄는 국가에 대한 내란 실행을 구체적으로 합의한 죄다. 문건에는 정권 유지라는 목적을 의식해서 수도권 담당 병력을 지방으로 남하시키고, 시위가 벌어지는 광장에 군대를 투입할 계획이 상세하게 작성됐기 때문에 이 죄가 성립될 수 있다.

 

    문건에는 군내정치로 해석될 수 있는 대목도 기록돼있다. 합참을 제외하고 작성됐는데, 당시 합참의장은 육군3사관학교(이하 3사) 출신이다. 그러나 육군참모총장 등 다른 군 고위직은 육군사관학교(이하 육사)를 졸업했다. 고의적으로 3사 출신을 배제하고 육사 출신을 내세워 계엄을 계획했다는 의혹이 생긴다.

 

 사후 조치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


   권력이 총구에서 나온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정치권력과의 유착이 심한 군 조직은 확실히 견제해야 한다. 그러한 맥락에서 기무사는 필요 없다고 생각한다. 기무사는 △민간인·군인 사찰 △세월호 유족 사찰 △내부 성범죄 은폐 등 월권 및 범죄행위를 꾸준히 해 왔지만, 정작 군사보안 지원 및 방첩이라는 본업은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폐지할 필요가 있었지만 해체 후 재편성이라는 과정을 밟았으니 더 큰 개혁은 어려워졌다. 다만 개편 과정에서 군내에서만 활동할 것을 공표한 것은 국민들이 걱정을 덜 수 있는 요소다.

 

   더 강도 높은 개혁이 필요했지만, 기무사가 폐쇄적인 조직인 이상 외부 조치를 통한 개혁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현 조치가 최선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군 기강 문제 등 아직 개혁하지 못한 문제들에 대처하는 게 중요하다. 사건의 규명 과정에서 송영무 전 국방부 장관과 민병삼 대령 간에 하극상이 있었다. 그러한 군 내 질서의 미비가 합참을 배제하고 기무사에서 문건을 작성한 이 사건에 영향을 줬을 수 있다.

 

 대학생의 입장에서 느낀 점이 있다면


   촛불집회 당시 참여한 적은 많지만 스스로에게 어떤 영향이 있는지 느껴본 적은 없었다. 그러나 이번 사건은 문건이 실행됐을 때 벌어졌을 일을 생각하면 모든 사람들이 악영향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사건이다.

 

   학생들이 실질적으로 체감할 수 있는 사건이라고 생각한다. 대학생이라고 해서 특별히 사회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건 아니지만, 실생활은 물론 생명까지 걸렸던 이번 문제에 대해서는 주목할 필요가 있다. 문건이 실행됐다면 12.12 군사반란과 유사한 사태가 벌어질 수 있었다. 따라서 잘못된 역사가 반복되지 않기 위해서는 사건을 지켜봐야 한다.

 

 과거 우리나라에는 몇 차례의 군사반란이 있었고, 그로 인해 수많은 사람들이 희생당했다. 기무사의 계엄령 문건 작성은 그러한 비극의 시작이 될 수도 있었다. 기무사라는 기관은 사라졌지만 진상조사와 책임자 처벌은 현재진행형이다. 확실한 조사 및 처벌과 재발방지를 위해 더 많은 사람들의 시선이 필요한 시점이다. 

 

 1) 군사에 관한 정보수집 및 수사를 목적으로 창설된 국방부 직할 군 수사정보기관

 2) 육군 부대가 한 지역에 계속 주둔하면서 그 지역의 △경비 △군대의 질서 유지 △군기 감시 △시설물보호 등을 수행하기 위해 제정된 대통령령이었지만 지난 11일 폐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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