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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패 막기 위한 정치자금법, 바꿔야 한다고?
  • 박현일
  • 등록 2018-09-04 10: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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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2004년 개정 이후 부작용 드러나
정치자금법은 정치자금에 관한 규정을 정한 법률으로, 지난 1965년 처음 제정된 이후 2004년 대대적인 개정을 통해 현재의 틀을 가진 법률이 됐다. 그러나 최근 현행 정치자금법의 제한이 과도하고, 국회의원이 아닌 정치인과 정치신인들에게 고통을 준다는 의견이 커지고 있다.

 

 

 ‘차떼기’, 법을 바꾸다


  지난 2002년, 정치자금과 관련해 국민들에게 큰 분노를 일으킨 사건이 있었다. 2002년 대통령 선거 당시 금융실명제의 도입으로 인해 계좌를 통한 불법 정치자금 수수가 어려워지자, 한나라당은 현금 150억원을 트럭에 실어 나르는 수법을 쓴다. ‘차떼기’라는 단어가 만들어질 정도로 파장이 컸던 사건 이후 정치자금에 강력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여론이 조성됐다. 이에 지난 2004년 부패 근절을 목적으로 △현직 국회의원만 후원금 모금 가능 △국회의원 1인당 후원 액수 1억 5천만 원으로 제한 △단체·법인 후원 금지 등 기존보다 제한이 대폭 강화된 정치자금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됐다. 이 때문에 현존하는 정치자금법은 당시의 개정안을 토대로 시행되고 있다.

 

 약자가 정치하기 힘든 이유=정치자금법?


 개정된 정치자금법은 불법적인 정치자금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고 지지자들이 선호하는 정치인에게 적은 금액을 후원하는 소액후원 문화를 만드는 등의 긍정적 역할을 했다. 그러나 특수한 상황에서의 조치로 강력하게 개정된 법의 특성상 제한이 필요보다 커, 부작용이 심각하다는 여론이 생성되고 있다. 대표적인 문제로 꼽히는 조항이 원외 정치인1) 은 후원금을 모금할 수 없다는 것이다. 국회의원은 국가로부터 업무에 따른 세비를 받고 선거가 없는 해에 1억 5천만원, 선거가 있는 해에는 3억 원의 후원금을 모금할 수 있지만 원외정치인은 국회의원 선거에서의 예비후보 등록 기간 120일 외에는 어떠한 후원금도 받 을 수 없다. 불규칙하고 활동 시간이 많은 정치의 특성상 다른 직업을 갖고 지역위원장2) 업무를 수행할 수 없는 상황에서 자금 마련의 길도 좁다면 생활고와 불법적인 자금 모금의 위험에 빠질 수 있다. 지난 6월 국회의원 재보궐선거를 통해 원외정치인 신분으로 선거를 치른 이준석 전 바른미래당 노원구 병 지역위원장은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정치자금법은 정치를 시작한 신인들이나 원외에 있는 사람들한테 불법을 강제하는 역효과가 있다”고 비판했다.

 

 현행 정치자금법은 또한 소수정당에게 불리하게 설계돼 있다. 정치 자금법의 범위에는 후원금뿐 아니라 정당에게 배분되는 국고보조금3) 도 포함된다. 문제는 국고보조금의 배분 방식이다. 정당에 국고보조금을 둔 국가들은 대부분 국회 의석수를 배분의 기준으로 삼는다. 그러 나 대한민국의 경우 20석 이상의 의석을 가진 정당에게 절반인 50%의 국고보조금을 우선 배분하고, 나머지 50%를 의석수에 따라 분할한다.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아 재정 여건이 열악한 정당이 국민들에게 선택받은 비율보다도 적은 보조금만을 가져가게 되는 것이다.

 

 국회는 신중, 그러나 여론은 개정 원해


 이러한 부작용들이 존재함에 따라 정치자금법 개정 여론이 생성되고 있다. 지난 7월 30일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63.6%는 정치자금법 개정에 찬성했다. 과반을 넘는 것은 물론이고 2/3에 가까운 찬성 의견이 나타난 것이다. 이러한 조사 결과는 응답자들 사이에 정치자금법이 정치를 재정적으로 풍족한 사람들의 전유물로 만들고 있다는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법을 개정하는 주체가 국회인 이상 현직 국회의원들에게 유리한 현행법을 고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김성회 국회 손혜원 의원실 보좌관은 다음 장에 게재된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법 개정을 해야 한다는 생각은 하고 있지만,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와 같아서 논의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하반기에 열릴 국회 정치개혁 특별 위원회에서는 선거제도 개편 및 선거법과 함께 정치자금법의 개정 방안을 집중적으로 논의할 가능성이 있다.

 

 정치자금법은 트럭이 동원될 정도로 만연했던 금권선거와의 작별에 큰 역할을 했다. 그러나 부패를 끊기 위한 엄격한 제한은 재정적으로 넉넉지 못한 정치인들에게 암초가 됐고, 정치에 뛰어들고자 하는 신인들에겐 높은 진입장벽을 세웠다. 취지가 좋은 제도여도 부작용이 심하다면 다시 검토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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