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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지나친 목적 추구가 남긴 아픔
  • 박현일
  • 등록 2018-04-04 13: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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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 이석원

출판사 : 달

 

 우리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삶을 살아간다. 목표나 꿈을 성취하기 위한 노력은 살아가는 데 큰 힘이 된다. 하지만 상황이나 능력에 비해 터무니없이 높은 목표를 설정하면 목표의 달성을 위한 노력이 오히려 큰 상실감으로 돌아오기도 한다. 장편소설 ‘실내인간’의 주인공 김용휘가 겪었던 것처럼 말이다.

 

 용휘는 본명 대신 방세옥이라는 필명으로 책을 내는 작가다. 그는 자신의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는 것에 집착한다. 때문에 6개월이 멀다 하고 신간을 내며, 한 권 분량의 책을 두 권으로 나누는 등 판매고에 혈안이 된 모습을 보인다. 이러한 생활패턴은 매우 심한 스트레스를 남긴다. 용휘는 고된 집필에서 오는 고통을 단 것으로 해결하려 너무 많은 빵을 먹다가 온몸에 밀가루 독이 오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베스트셀러를 위한 여유 없는 집필을 쉬지 않는다. 또한 쓴 책이 베스트셀러에 들었음에도 대형 서점에서의 순위가 낮은 것을 목격하면 욕설과 함께 거친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 이러한 그의 모습은 무리한 목표로 인해 스스로의 일상이 가라앉고 만 결과다. 용휘가 비정상으로 보일 정도로 베스트셀러에 집착하는 이유는 슬픈 과거에 있다. 소설가가 아니었던 시절, 문학을 동경하는 여성에게 자신이 소설가라고 거짓말하고 타인의 책을 각색해 작가 행세를 했다. 덕분에 그녀의 마음을 얻었지만 오래 지나지 않아 헤어졌다. 이후로 용휘는 유명한 작가가 되면 그녀가 돌아올 것이라고 생각해왔고, 베스트셀러 작가라는 꿈을 갖게 된다. 막연하고도 성취하기 힘든 목표 때문인지 용휘는 결국 위기를 맞이한다. 신간 판매량이 베스트셀러에 못 들 만큼 떨어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용휘의 편집자 소영은 그의 미완성 원고를 신설된 대규모 문학상에 대신 투고한다. 며칠 후 해당 원고가 대상을 수상하며 용휘에게 반전의 기회가 오나 싶었지만, 그는 원하는 결말을 쓰지 못했다며 수상을 거부한다. 동시에 원고 표절시비가 붙어 추락 직전까지 몰린다. 그러나 예전의 애인이 “원고는 나와 용휘의 이야기기 때문에 표절이 아닐 것이다”는 해명을 전하고, 표절을 주장한 사람이 정신병자로 밝혀져 사건은 일단락된다. 그런데 이 사건 때문에 용휘는 그녀가 이미 다른 작가와 결혼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자신이 힘겹게 추구했던 목표가 한순간에 사라지고 만 것이다. 용휘는 그 후 자신이 낸 모든 책을 절판하고, 수상 원고를 고쳐 본명으로 출판한다. 목표가 무너진 후에야 스스로를 생각하게 된 것이다.


 꿈꾸는 자리에 가지 못하는 경우는 생각보다 많다. 그 중에는 용휘만큼의 성공도 거두지 못하는 사람이 부지기수다. 실패는 성공에 대한 집착을 낳는다. 우리는 실패에 좌절해서도 안되지만,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무리해서는 더 안된다. 목표는 삶을 의미 있게 만들어 주는 좋은 방향타다. 그러나 목표를 향한 과도한 추구는 험한 길을 선사하고 그를 따라가다 보면 인생은 좌초하고 말 것이다. 시작하는 것만큼, 잘 접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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