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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속된 이명박 전 대통령, 핵심 논란은 무엇인가
  • 박현일
  • 등록 2018-04-04 13:0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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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7년부터 불거진 의혹… 주가조작이 핵심

 

 이명박 전 대통령(이하 이 전 대통령)에 관한 여러 의혹들은 지난 2007년 한나라당 대선후보 시절부터 꾸준히 제기돼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과 몇 달 전까지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처벌은 이뤄지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측근들의 검찰 수사 협조에 힘입어 이 전 대통령의 숨겨져 있던 범죄 혐의들이 드러났다. 급기야 이 전 대통령은 지난 23일 구속돼 서울 동부구치소에 수감되는 불명예스러운 상황을 맞게 됐다.

 

 MB, 그는 누구인가


 이 전 대통령의 시작은 기업인이었다. 1965년 현대건설에 입사한 그는 빠른 승진을 거듭해 48세에 회장직에 오르며 ‘샐러리맨 신화’를 썼다. 이후 1992년 민주자유당에 입당, 정계에 입문한 그는 14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전국구(현 비례대표) 국회의원에 당선됐다. 15대 국회의원 선거에서는 서울 종로구 국회의원에 당선됐지만, 선거법 위반으로 논란이 일자 자진 사퇴했다. 그 뒤 2002년 지방선거에 출마해 서울특별시장에 당선된 그는 시장 재임 당시 청계천 복원, 서울 대중교통 개편 등의 사업들을 진행해 긍정적 평가를 얻었다.

 

 이후 이 전 대통령은 2007년, 한나라당 후보로 제 17대 대통령 선거(이하 대선)에 도전했고,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후보를 큰 격차로 제치며 대통령 자리에 올랐다. 그는 △4대강 사업 △자원외교 △5+2 광역경제권 등을 추진한 뒤 2008년부터 2013년까지 5년간의 임기를 마쳤다. 한국갤럽에서 조사한 이 전 대통령의 재임 당시 지지율은 △재임 초기 52%(1년차 1분기) △중기 49%(3년차 2분기) △말기 23%(5년차 4분기)다. 임기 초반에는 국민들로부터 비교적 많은 지지를 받았지만, 후반에는 긍정평가가 큰 폭으로 감소한 것으로 보인다.

 

 11년 전에도 논란은 있었다


 제 17대 대선을 앞두고 진행된 2007년 한나라당 대통령 경선 당시, 후보 캠프 관계자들은 상대 후보에 대한 의혹을 쏟아냈다. 이때 이명박 후보에 대해 박근혜 후보 캠프 측에서 제시했던 대표적인 의혹은 ‘BBK 주가조작 사건’이었다. 1999년부터 2001년까지 존재했던 투자자문회사인 BBK가 대규모 주가조작 사건에 연루됐는데, 이 회사에 이 전 대통령이 연관돼 있다는 것이다. BBK는 △거짓 투자 운용 △유령회사 설립 △횡령 △금융감독위원회 등록 취소 등의 문제들을 일으킨 후 2년 만에 사라졌다. 이후 BBK의 대표를 맡아 운영했던 김경준이 광은창업투자를 인수해 옵셔널벤처스를 설립했다. 또한 BBK의 지주회사 격인 금융사 LKe뱅크의 전환사채 1) 를 이용해 해당 회사에 150억 원을 투자함으로써 주가를 올렸다. 그러나 2001년 11월 김경준 전 대표가 옵셔널벤처스의 돈 380억 원을 횡령하고 미국으로 도주해 회사 주가가 1주당 8,000원에서 150원까지 대폭락했다. 이에 5,252명의 옵셔널벤처스 투자자들은 모두 합쳐 1,000억 원에 달하는 돈을 날린 피해자가 됐다. 2007년 박근혜 후보 캠프에 있었던 유승민·최경환 국회의원 등은 이 전 대통령이이 사건에 연루된 모든 회사의 실소유주라는 논란을 제기했다. 실제 이 사건에 연루된 LKe뱅크의 경우 이 전 대통령이 35%의 지분을 출자했고, 2001년 4월까지 공동대표를 지냈다. 논란의 회사들 중 한 곳과 명백한 관련이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후보 시절의 이 전 대통령은 이를 강력 부인했다. 경선 중 그는 “온갖 음해에 시달렸으며 이거 다 거짓말”이라는 말과 함께 의혹을 허위로 치부했다. 경선 이후 의혹이 확산되자 “당선된 후에라도 BBK 문제가 있다면 대통령직을 걸고 책임지겠다”는 입장을 발표하며 진화를 시도했다. 결과적으로 김경준 전 대표는 수사 끝에 주가조작 혐의로 구속돼 징역 8년과 벌금 100억 원(노역장 유치 500일로 대체)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당시 이 전 대통령은 특검이 진행됐음에도 무혐의를 받으며 사건이 종결됐다.

 

 다스는 누구 겁니까?


 이 전 대통령에 대한 논란이 재점화된 것은 지난해 말이다. 이 전 대통령과 관련된 의혹을 지속적으로 취재해 온 시사IN 주진우 기자는 지난해 10월 13일 팟캐스트 방송 ‘김어준의 파파이스’에 출연했다. 주 기자는 방송에서 ‘다스에 이 전 대통령이 연관돼 있다’는 취재 결과를 발표했고, 방송 이후로 청취자들의 관심에 힘입어 ‘다스 실소유주 논란’이 불거졌다. 다스는 한국 2곳·해외 15곳의 공장을 소유한 자동차 시트 제작회사로, 이 전 대통령의 친형 이상은 씨가 회장직을 맡고 있다. 이외에도 그의 처남 故 김재정 씨는 20년간 다스의 대주주였고, 아들 이시형 씨는 전무를 맡다가 최근 이 전 대통령에 관한 논란이 커지자 평사원으로 강등됐다.

 

 이 전 대통령의 가족회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다스가 논란이 되는 가장 큰 이유는, 이 회사가 이전부터 논란의 중심에 있던 BBK에 자금을 조달하는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다스는 수많은 문제를 일으키고 옵셔널벤처스 주가조작 사건의 모태가 된 BBK에 190억 원을 투자했다. 그러나 BBK가 존속했던 당시 다스의 순 자산은 127억 원으로, 실적이 없는 회사에 거금을 투자할 정도의 규모가 아니었다. 또한 다스가 투자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이상은 다스 회장과 故 김재정 씨는 이 전 대통령의 차명재산 2) 의혹이 큰 서울 도곡동 땅을 매매한 돈 157억 원을 출자했다. 요약하면 이 전 대통령 가족의 회사가 그의 재산을 이용, 주가조작의 도구로 BBK를 유지했다는 것이다. 이 전 대통령과 연관된 △다스 △BBK △LKe뱅크 모두가 투자를 통해 옵셔널벤처스 주가조작의 수족 노릇을 했다. 한편 검찰은 회사 설립 과정과 자금조달을 근거로 이 전 대통령을 다스의 실소유주로 규정, 다스 운영자금 350억 원을 횡령한 혐의를 구속영장 청구에 포함했다.

 

 측근 증언·가족 연루로 더 큰 위기


 대통령 퇴임 이후 5년 동안 그의 범죄 사실은 감춰져 있었다. 이것이 올해 들어 밝혀진 데에는 측근 김백준(전 청와대 총무비서관)과 김희중(전 청와대 제1부속실장)의 수사 협조 및 구속이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김 전 비서관은 이 전 대통령의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 특수활동비 수수와 삼성의 다스 소송비 대납을 입증하는 결정적 증언을 제공했다. 때문에 이 전 대통령이 큰 위기를 맞았고, 결국 구속됐다. 이 전 대통령의 다른 측근이었던 정두언 전 국회의원은 김 전 실장의 수사협조 소식에 “그 사람보다 이 전 대통령을 더 잘 아는 사람은 본인밖에 없을 것”이라고 평했다. 그만큼 많은 것을 알고 있는 측근이 돌아섰다는 것이다. 여기에 가족들
도 비리에 연루돼 있다는 사실이 언급되며 상황은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배우자 김윤옥 여사는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이 전 대통령에게 현금 3억 5천만 원과 1천 230만 원어치 의류를 전달하는 데 관여한 혐의를 받고 있다. 아들 이시형 씨 또한 40억 원 배임의 공범으로 적시됐고, 다스 하 청업체의 사업권을 강제로 빼앗은 혐의로 피소된 상황이다. 더해서 현재까지의 수사에서 △자원외교의 막대한 손해 △국정원 댓글 조작 사건 △레이더 사업 방산비리 등 이 전 대통령을 둘러싼 다른 논란들은 제대로 언급조차 되지 않았다. △뇌물수수 △횡령 △배임 △직권 남용 등 언론에 보도된 혐의만 총 16개인 이 전 대통령의 범죄 규명과 재판에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한때는 국민 모두를 대표했던 이 전 대통령, 그의 부정적인 말로는 보수·진보의 진영논리를 떠나 좋지 않은 일이다. 이 전 대통령의 구속에 대해 다양한 시각이 엇갈리는 지금, 가장 큰 비극은 이 전 대통령 본인과 가족의 비리가 아니라 전직 대통령이 국민들의 신뢰를 완전히 잃었다는 사실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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