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스포츠융복합산업학과’ 신설되나
  • 고재욱
  • 등록 2018-04-02 11:02:33
기사수정
  • 교수 선정·사전 정보 전달에 대한 불만 제기돼
평생교육은 대학의 내부적인 발전뿐만 아니라 지역 사회의 성장에 밑거름이 된다는 취지로, 전국의 많은 대학들이 이를 진행하고 있다. 본교도 그 취지에 맞춰 ‘스포츠융복합산업학과’라는 이름으로 정부 주도의 평생교육 지원 사업에 발을 들였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불합리한 교수 선정과 학생들과의 소통 부족에 대한 지적이 제기됐다. 이에 본지에서는 본 학과가 정확히 어떤 계획으로 등장했고, 이러한 문제들이 나타나게 된 이유가 무엇인지 알아봤다.


대학가에 분 ‘평생교육 지원 사업’ 바람


 2016년 교육부에서 추진한 ‘평생교육 단과대학 지원 사업’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곧바로 취직을 한 사람들이나 만 30세가 넘은 직장인 중, 대학 수업을 희망하는 사람들을 위한 사업이다. 대학 고등교육에 비해 질이 떨어진다는 평생교육의 단점을 보완한 이 사업은 대학 교육과 동일한 질의 수업을 보장하는 제도다. 이에 2016년, 이화여자대학교(이하 이화여대)가 만 30세 이상의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미용, 건강 관련 단과대학인 ‘미래라이프대학’의 신설을 추진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총장 등의 일부 구성원이 독단적으로 사업을 진행했다는 문제점이 발생했고, 학생들은 학교 측의 불합리한 행동에 대항해 대규모 시위를 시작했다. 결국 이를 계기로 진행된 국정감사를 통해 최순실의 딸인 정유라의 부정입학까지 밝혀지면서 이화여대의 해당 사업은 무산됐다. 이는 학교와 학생 사이 충분한 소통 없이 진행이 계획된 사업으로 인한 학생들의 분노가 극명하게 드러난 사건이었다.

 

‘골프여가산업학과’에서 ‘스포츠융복합산업학과’까지


 최근 본교에서도 이화여대와 비슷한 정황이 보이고 있어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2018년에 진행하는 ‘대학 평생교육체제 지원 사업’은 수도권에 있는 4개 내외의 대학교를 선정해 1년 동안 4억 원 이내의 지원금을 지급한다. 본교의 ‘스포츠융복합산업학과’는 본교 공과대학과 체육대학의 성격을 융합시켜 만들어진 체육대학 소속 학과로, △골프·스키·레저스포츠 등의 스포츠 관련 수업 △해당 스포츠에 대한 산업적 분석 △산업 디자인 수업을 포함하고 있다. 이에 맞춰 교수진들 역시 체육대학의 기존 교수들과 더불어 공과대학의 산업 관련 지식을 갖춘 교수진들로 구성돼 있다. 본 수업은 주간에 학교를 다니는 학생들이 겪는 불편함을 최소화하기 위해 야간과 주말 수업으로 계획됐으며, 야간 이론수업 및 주말 실기 수업으로 진행될 계획이다. 또한 본교 입학 정원 내에서 1명, 정원 외로 29명이 해당 학과 학생으로 선발될 예정이다.

 

 본교가 계획한 ‘스포츠융복합산업학과’는 지난달 16일에 계획서와 함께 신청서를 제출한 상태이며, 4월 내로 그 결과가 발표된다. 현 상황에 이르기까지 대학본부 측에서는 △본부회의 △평의원회의 △이사회회의 등 다양한 회의를 거쳐 본 계획에 대한 의논을 마쳤다. 지난 14일 개최된 평의원회의에서는 처음에 계획됐던 ‘골프여가산업학과’를 더 넓은 범위로 다루고자 ‘스포츠융복합산업학과’로 명칭을 변경했다. 당시 평의원회의에는 현 리본 총학생회 △회장 △부회장 △서울캠퍼스 동아리연합회 회장이 학생대표로 참석해 이 계획에 동의 의사를 밝힌 상태며, 방학동안 체육대학 학생 대표들에게도 본 계획에 대한 설명을 두 차례 진행했다. 하지만 두 차례의 설명 과정에서 체대 학생들에게 제대로 된 정보 전달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목소리가 존재했다. 뿐만 아니라 교수 임용에 있어서 그 선정 이유가 불분명한 실정이다.

 

교수진 선정·커리큘럼을 둘러싼 궁금증


 먼저 교수 선정에 있어 기준에 대한 문제점이 드러났다. 현재 해당 학과에는 골프 관련 지식을 갖춘 체육대학의 교수뿐만 아니라 다른 단과대학의 교수가 포함돼 있다. 즉, 본 학과의 교수를 선정하는 기준의 정당성에 대한 의문이 존재한다는 의미다. 이런 의문에 본 사업의 전반적인 계획과 진행을 담당한 학생지원처(이하 학지처) 박경실 처장은 “이 교수진들은 사업 선정 이후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이어 “교수진을 선정했을 당시에는 계획 제출까지 시간이 촉박했고, 학생과 체대 교수들의 동의까지 받아야 하는 상황이었기에 급하게 선정했던 부분이 있다”고 덧붙여 설명했다.

 

 이외에도 골프가 스포츠융복합산업학과의 커리큘럼으로 선정된 이유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질문에 박 처장은 “해당 학과 계획 당시, 골프를 선정한 이유는 골프 산업의 규모가 다른 스포츠 종목에 비해 규모가 크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이어 “여러 차례 회의의 의견들을 수렴해 골프가 중심이 아닌 다양한 스포츠를 다룰 수 있는 스포츠융복합산업학과로 변경했다”고 전했다.

 

부족했던 사업 설명, “체대의 모든 학생들이 알아야”


 또 다른 문제는 체대 학생들에게 전반적인 계획에 대한 설명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는 것이다. 먼저 골프여가산업학과의 이름으로 지원 사업의 계획이 처음 등장했던 시기는 지난 2월 19일이었다. 당시는 동계 방학 기간이었기 때문에 학생들이 학교에 없을 시기였다. 하지만 본 사업에 지원하기 위해 학생들의 동의가 필요했던 박 처장은 제 48대 체육대학 본 학생회 장현건(사회체육·4) 학생회장을 불러 ‘골프여가산업학과’에 대한 계획을 설명했다. 장 회장은 설명을 듣고 이에 동의하는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장 회장은 “당시 설명을 들었을 때, 지원금을 더 받고 취업의 연결고리를 만들 수 있다는 등의 장점에 대한 설명이 있었다”며 “단점에 대해서는 충분한 설명이 없었던 것 같다”고 전했다. 이어서 “체육대학의 학과로 편재된다는 설명이 없었다”며 “4월이나 5월 중에 신입생과 재학생이 모두 모인 자리에서 이와 관련한 설명회를 진행할 것”이라고 전했다.

 

 학생들과의 충분한 소통이 없었다는 점에 대해서 기획처 이윤규 처장은 “학생들의 불만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은 엄연한 사실”이라고 밝히면서 “그러나 이화여대에서 있었던 일처럼 일부 구성원의 독단적인 진행은 분명히 아니었다”는 입장을 밝혔다. 본 사업의 지원 과정에서 수많은 회의가 있었고 평의원 회의에는 총학생회 회장과 부회장이 참여해 사업에 대한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또한 박 처장은 “체대 학생들 가운데 대표성을 가지는 체육대학 학생회장과 충분한 설명이 오갔다고 생각한다”며 “촉박한 기간 중, 학생들과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소통은 이뤄졌다”고 밝혔다.

덧붙이는 글

비록 많은 의혹들이 존재하는 학과지만 그 취지만큼은 본교의 학생들과 지역 사회를 위했다는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그 취지의 가치가 실현되기 위해선 구성원 모두의 인정을 받아 공정하게 진행돼야 한다. 아직 사업의 진행여부는 결정되지 않았지만 선정 시, 더욱 공정하고 체계적인 절차를 거쳐 선정된 교수들과 커리큘럼으로 학생들 앞에 나타나길 바란다

TAG
0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