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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의 얼굴은 왜 늘 닮았는가 편집국 2025-09-29 09:13:25


 우리는 지금 한류라는 이름 아래 전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K-POP, K-드라마, K-영화, 심지어 K-Food 등, 단순한 유행을 넘어 한국의 정체성을 대표하는 상징이 되었다. 이 모든 성공의 중심에는 ‘스타시스템’이라는 강력한 전략이 있다. 하지만 이 시스템이 만들어낸 성공의 서사만을 좇는다면, 우리는 더 깊은 본질을 놓치게 될지도 모른다.

   

 여러분은 ‘기생충’과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단순한 오락물을 넘어 우리 사회의 보편적 주제, 즉 가족과 계층, 그리고 자아에 대한 깊은 질문을 던졌음을 기억할 것이다. ‘폭싹 속았수다’ 같은 작품은 지역성과 젠더 문제를 섬세하게 다루며 더 넓은 공감을 이끌어냈다. ‘폭군의 셰프’는 요리가 단순한 음식이 아니라 인간의 욕망, 그리고 권력의 상징이자 정치적 도구로도 작용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처럼 대중문화는 세대 간의 소통을 잇는 다리이자, 사회적 논의의 장을 여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러나 이 화려한 표면 아래에는 우리가 반드시 돌아보아야 할 구조적 문제들이 숨어 있다.

   

 스타시스템은 특정 인물을 대중적으로 소비하는 구조다. 이 과정에서 스타는 단순한 사람이 아닌, 하나의 상품으로 기획되고 관리된다. 그들의 외모, 체형, 심지어 말투와 행동 방식까지 획일적인 기준에 맞추어진다. K-POP 아이돌의 마른 몸매와 정형화된 외모는 단순한 유행이 아니라, 사회가 집단적으로 내면화한 ‘아름다움’과 ‘성공’의 기준을 반영한다. 이러한 이미지는 특히 청소년과 청년 세대에게 무의식적인 압력으로 작용하며, 자아 형성 과정에 깊은 영향을 미친다.

   

 성 역할에 대한 고정관념도 마찬가지다. 남성 아이돌은 부드럽고 감성적인 이미지로, 여성 아이돌은 청순하거나 섹시한 이미지로 기획되는 경우가 많다. 이는 겉으로는 진보적인 표현처럼 보일 수 있으나, 여전히 성별에 대한 오래된 틀을 반복하고 있다. 스타가 사회적 발언을 할 때조차 ‘브랜드 관리’의 일환으로 인식되는 현실은, 우리가 스타를 인간 그 자체로 존중하기보다 소비의 대상으로 여기는 경향이 깊게 뿌리내렸음을 보여준다.

   

 스타시스템은 ‘노력하면 성공한다’는 자본주의 신화를 강화한다. 연습생이 혹독한 경쟁을 견디고 데뷔하는 서사는 감동적이지만, 그 이면에는 수많은 탈락과 좌절의 서사가 숨겨져 있다. 우리는 오직 성공한 극소수만을 기억하고, 실패한 다수는 시스템 밖으로 조용히 사라진다. 이러한 구조는 승자 중심의 사회적 서열 문화를 미화하고, 실패에 대한 사회적 공감 능력을 약화시킨다. 대중문화라는 감각적인 포장재를 통해 경쟁과 배제의 논리를 반복적으로 학습하는 셈이다.

   

 그러나 스타시스템 자체를 무조건적으로 비판할 수만은 없다. 문화산업은 본질적으로 자본과 인간의 감정이 복합적으로 얽힌 구조다. 스타는 때로 우리에게 감동을 주고, 위로를 건네며, 삶의 방향을 제시하기도 한다. 하지만 우리는 이 지점에서 반드시 질문해야 한다. 왜 우리는 늘 비슷한 옷을 입고, 같은 말투를 쓰며, 동일한 아름다움을 좇게 되었는가? 성공의 얼굴은 왜 이렇게 닮아 있어야만 하는가?

   

 이제는 스타시스템의 방향을 재설계할 시점이다. 지속 가능한 문화산업은 단순히 돈을 벌어들이는 시스템이 아니라, 인간의 삶과 가치를 존중하는 토대 위에서만 가능하다. 여기에서 나는 여러분, 특히 경기대학교의 젊은 인재들에게 큰 기대를 건다. 여러분은 이 시대의 문화 흐름을 읽고, 새로운 가치를 창조할 힘을 가진 존재다.

   

 경기대학교는 오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인문학, 사회과학, 자연과학, 공학 등 다양한 학문 분야의 요람이다. 특히 시대변화에 맞는 새로운 융합전공이 많은 대학이기도 하다. 나는 여러분이 이 융합적 환경을 적극 활용하여 획일화된 스타시스템을 넘어선 새로운 문화적 가능성을 모색하기를 바란다.

   

 예컨대, 한류문화 전공 학생들은 단순히 춤과 노래, 연기 기술을 연마하는 것을 넘어, 사회과학을 통해 사회적 현상을 분석하고, 인문학을 통해 인간의 본질을 탐구해야 한다. 관광학부 학생들은 한류가 가져온 관광 산업의 변화를 심도 있게 연구하며, 기술적인 접근을 통해 새로운 팬덤 문화 플랫폼을 기획할 수 있다. 도시·교통공학과 학생들은 문화 콘텐츠가 도시 공간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여, 지속 가능한 문화 도시를 설계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컴퓨터공학과 학생들은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기술을 활용해 개인의 취향과 가치를 반영하는 맞춤형 콘텐츠를 개발하고, 스타와 팬덤이 더욱 진정성 있게 소통할 수 있는 혁신적인 플랫폼을 구축할 수 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기술과 자본의 결합을 넘어, 다양성, 진정성, 그리고 인간 중심의 가치가 반영된 문화다. 경기대학교는 학문 간의 경계를 허물고 융합적인 교육을 통해, 단순히 소비되는 스타가 아닌, 자신만의 서사를 가진 ‘진정한 아티스트’를 배출해야 한다. 그들은 획일화된 아름다움이 아닌 고유한 개성을, 승자의 서사 대신 삶의 다양한 모습을 담아내는 이야기를 세상에 보여줄 것이다.

   

 대중문화는 단지 소비의 대상이 아니다. 우리는 그 문화를 선택하고, 재해석하며, 새로운 문화를 창조하는 주체다. 스타시스템이 제시하는 ‘표준’에 질문을 던지고, 우리만의 답을 찾아낼 수 있을 때, 한국 대중문화는 비로소 더 넓고 깊은 세계로 나아갈 수 있다.

   

 경기대학교의 젊은 지성들이여, 급변하는 시대를 주도하기 위하여 융합의 힘을 믿어라. 여러분의 손끝에서 새로운 문화의 씨앗이 움트고, 그 뿌리가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로 뻗어나가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이제는 감동과 위로를 건네는 것을 넘어, 사회에 깊은 질문을 던지고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가는 진정한 스타들이 탄생할 때다. 그 시작은 바로 여러분의 용기 있는 성찰과실 천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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