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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세상이 ‘멸망’하길 바라는 모든 이들에게 김세은 기자 2025-09-29 17:01:14

 

 한 번쯤 ‘세상이 멸망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여기에도 이러한 소원을 바란 여자가 있다. 지난 2021년에 방영한 <어느 날 우리 집 현관으로 멸망이 들어왔다>는 시한부 인생을 사는 ‘동경’이 사라지는 모든 것들의 이유인 ‘멸망’과 목숨을 건 계약하면서 시작되는 삶과 죽음 그리고 사랑에 대해 다룬 드라마다.

 

 웹소설 편집자 동경은 교모세포종으로 시한부 선고를 받는다. 어린 시절 교통사고로 부모를 잃고 남동생을 자식처럼 키우며 살아온 그녀는 절망 끝에 ‘세상이 멸망했으면 좋겠다’는 소원을 내뱉고, 소원을 들은 ‘멸망’이 집에 나타난다. 살아가려면 이 세상의 모든 멸망을 바라봐야 했던 그는 자신의 운명이 지겨워지자, 동경이 빈 소원을 통해 세상에서 함께 사라지자고 제안한다. 이에 동경은 ‘멸망’ 없이는 남은 삶을 버티기 어렵다는 사실을 깨닫고 결국 계약을 맺는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는 동안 두 사람은 점차 가까워지고, 어느새 그 둘은 서로를 향한 연민과 사랑을 느끼기 시작한다. 그러나 동경은 계약의 대가로 세상의 멸망을 빌지 않고 죽으면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 대신 죽는다는사실을 알게 된다.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 살고 싶다고 생각한 동경. 드라마의 마지막, ‘멸망’은 동경의 행복을 위해스스로 소멸을 택한다.

 

“살면서 깨달은 한 가지는 ‘영원’이란 지속되고 있는 것에는 붙일 수 없다는 것”

『어느 날 우리 집 현관으로 멸망이 들어왔다』 中

 

 드라마에선 ‘소원’에 대해 생각하게 만든다. 만약 당신이 지금 당장 소원을 하나 빌 수 있다면 어떤 소원을 빌 것인가. ‘멸망’과 함께하던 동경은 처음엔 세상 모두가 멸망했으면 좋겠다는 소원을 빌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자신의 모든것에 소중함을 느낀다. 드라마는 이를 통해 지금의 ‘평범’에 감사할 수 있도록 한다.

 

 기자 역시 한때 일상이 너무 지치고 힘들어 세상이 멸망하길 바란 적이 있다. 그러나 그렇게 힘들었던 일상이 작은 변화로 인해 사라지자, 그 뒤로 그리움이 몰려왔다. 함께 일했던 동료들이 어느 날 갑자기 사라져 버린 것이다. 내일도, 모레도 함께 하고 있을 거라는 믿음이 있었다. 이러한 사실은 기자에게 큰 허기를 남겼다. 돌이켜보면, 일상이지속되고 이를 버텨낼 수 있었던 이유는 늘 그들이 내 곁에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제는 추억이 돼버린 그때의 일상,기자는 여전히 그 빈자리를 바라보며 잠깐이라도 세상의 끝을 바랐던 지난날의 자신을 미워한다. 앞날이 보이지 않아 멸망을 바라는 대신, 지금 곁에 있는 것들을 다시 바라보면 어떨까. 어쩌면 정말 두려워하는 건 다가오는 ‘미래’가아니라, 영원했으면 하는 ‘오늘’일지 모른다.

 

김세은 기자 Ι seeun2281@kyongg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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