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고 싶은 말은 꼭 해야 직성이 풀리는 시대다. 실제로 시장조사전문기업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전국 만 13세~69세 남녀 1,2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일상적 감정 표현 관련 인식 조사’에 따르면 ‘평소 느끼는 감정을 가감 없이 표현한다’는 응답자의 비율이 41.4%에 달했다. 특히 온라인 커뮤니티나 소셜 미디어에서 더욱 자유롭게 감정을 드러내는 경향이 나타났는데, 이는 개인의 감정 표현에 있어 자유를 어느 정도 인정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됐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동시에 이러한 자유가 타인에게 미칠 수 있는 영향을 고려하는 태도는 부족한 실정이다. 당장 온라인 커뮤니티의 댓글만 살펴봐도 솔직한 감정 표현이 타인에게 상처가 되는 경우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사회학자 알리 러셀 혹실드(Arlie Russell Hochschild)에 따르면 모든 상황에는 저마다의 ‘감정 규칙(Feeling rules)’이 존재한다. 감정 규칙은 감정에 대한 권리와 의무의 조합으로, 주어진 상황에서 감정의 △정도 △방향 △지속 기간 등을 결정한다. 이러한 규칙은 단순히 감정을 억누르기 위한 것이 아니라 타인과의 조화를 이루기 위한 일종의 사회적 약속이다. 우리는 종종 우리에게 마음대로 화내거나 슬퍼할 권리가 있다고 생각하지만, 실은 사회적 맥락과 타인과의 관계 속에 요구되는 감정이 따로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고객 응대 업무를 담당하는 서비스 노동자에게는 친절함과 인내라는 특정 감정 규칙이 적용된다.
다양한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자유롭게 개인의 감정을 드러낼 수 있는 지금, 표현의 자유는 그 어느 때보다 확대됐다. 하지만 책임 없이 자유만 추구하는 감정 표현은 오히려 갈등과 상처만 낳는다. 우리는 감정 표현이 단지 개인의 권리가 아닌 타인과의 관계 속에 작동한다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또한 스스로의 감정을 성숙하게 조절해 사회적 책임을 지키며 소통해야 한다. 감정은 분명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어야 하지만, 그 표현이 타인의 인격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이뤄져야 한다. 표현의 자유와 타인에 대한 배려 사이에서 균형을 찾는 일은 우리 모두의 과제다. 무분별한 감정 표출은 결국 자신에게도 더 큰 대가로 돌아올 수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성숙한 감정 조절이야말로 건강한 관계와 사회를 형성하는 데 있어 중요한 첫걸음일 것이다.
이연우 기자 | yeonwoo8270@kyonggi.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