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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대학가] 인재마저 “자체 생산”, 건물 사이에 피어난 대학원 교육과 기업의 벽이 허물어지다 정재헌 기자 2025-09-29 16:38:32
오는 30일, 국내 최초의 사내 대학원인 ‘LG AI 대학원’이 개교할 예정이다. 이에 본지는 LG AI 대학원으로 인한 기대효과와 우려점 등을 알아보기 위해 본교 서일정(산업경영공학과) 교수 및 박윤환(행정학전공) 교수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저, 회사로 등교합니다


 오는 30일(화)부터 공식적으로 석·박사 학위를 수여하는 사내 대학원 ‘LG AI 대학원’이 개교한다. 해당 대학원은 지난달 24일 교육부의 정식 인가를 받았으며 석사 30명 정원으로 시작될 예정이다. 기업에서 사내 교육기관을 운영한 것이 처음은 아니다. 삼성전자의 경우 1989년 국내 최초로 ‘삼성전자공과대학교(SSIT)’라는 사내 대학을 출범시켜 △학사 △석사 △박사 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삼성전자공과대학교의 이름으로 수여되는 학위는 학사에만 그친 ‘반쪽짜리 대학’으로 평가된다. 이는 석·박사 학위 취득 과정을 이수해도 삼성전자공과대학교의 학위를 취득하는 것이 아닌 삼성전자와 산학협력을 맺은 성균관대학교의 학위로 대체 수여되기 때문이다. 반면 이와 달리 이번에 개교하는 LG AI 대학원은 국내 최초로 사내 대학원의 이름이 적힌 석·박사 학위까지 취득 가능하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LG AI 대학원의 목표는 ‘AI 3대 강국을 견인할 실전형 인재 양성’이다. 산업 현장과 학계를 두루 경험한 25명의 교수진이 참여해 최신화된 이론과 실제 산업 속 데이터 기반으로 한 문제 해결 방법을 결합해 새로운 현장 특화형 교육을 제공한다. 현재 모집 중인 신입생들은 산업 난제 해결에 더불어 국가 AI 사업 참여를 통해 실전 경험을 쌓게 될 예정이다.


뽑을 사람이 없는 인재난, 기업이 직접 나선다


 LG AI 대학원이 사내 대학원을 운영하며 인재를 양성하려는 상황에 다른 기업들도 유사한 모델 추진을 검토하고 있다. 이런 상황이 가능해진 것은 지난 1월 17일부터 시행된 ‘첨단산업 인재혁신 특별법(이하 첨단인재법)’ 덕분이다. 해당 법안은 △반도체 △AI △바이오 등 국가전략산업 분야의 인재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제정됐다. 기존의 대학 교육만으로는 안정적인 인재 공급이 어렵다는 판단하에 기업이나 연구 기관까지 교육 주체로 참여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러한 사내 대학원 인가와 함께 대학원 교원 임용 제도에도 변화가 생겼다. 대학교수가 되기 위해 10년 이상의 연구·교육 경력이 필요했던 기존의 틀이 깨진 것이다. 첨단인재법 제10조와 제11조로 인해 석·박사가 아니라도 기술사의 자격을 갖췄거나 해당 산업에 10년 이상 종사한 전문인도 사내 대학원 교수가 될 수 있도록 바뀌었다. 이로 인해 학생들은 더욱 풍부하고 전문적인 실전경험을 가진 교수 아래서 실용적인 교육과 경험을 전수받을 전망이다. 관련해 본교 박윤환(행정학전공) 교수는 “기업이 원하는 인재를 직접 체계적으로 양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산업 현장의 긍정적 효과가 예상된다”며 “급변하는 산업의 트렌드와 수요에 선제적으로 대처하며 이윤추구를 최우선으로 하는 기업에 부합하는 교육이 가능할 것”이라고 전했다.


제기되는 문제···흔들리는 ‘신뢰성’과 ‘공정성’


 한편 현재 LG AI 대학원은 석사 과정만 교육부의 인가를 받은 상태다. 뿐만 아니라 박사 학위 취득 기간을 줄인 계획서를 교육부에 제출했고, 인가 심사를 기다리고 있다. 석사 과정은 보통 2년 이상 걸리지만 LG AI 대학원에선 3학기 만에 취득이 가능하며 박사 학위 역시 기존 3~5년에서 2년으로 줄일 계획이다. 이렇게 학위 취득 기간을 줄이는 것이 가능해지면 첨단산업 분야의 인재를 단기간에 자체 육성할 수 있게 돼 전 세계 기업들 사이에서 국내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이와 관련해 본교 서일정(산업경영공학과) 교수는 “지식을 검증받고 후속 연구로 확장되는 박사 과정이 지나치게 압축되면 학위의 국제적 신뢰를 잃을 수 있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전했다. 더불어 공정성에 대한 비판도 존재한다. 기업 연계 대학원이 학위와 관련해 기존 교육부 평가의 틀 밖에서 운영된다면 형평성의 문제가 될 수 있다는 내용이다. 이에 서 교수는 기존 대학원 수준의 △평가 △인증 절차 △대학 교원과 외부 학문 공동체의 참여로 진행되는 학위 심사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또한 박 교수는 “사내 대학원은 공공을 위한 기초적 연구보다 기업의 사적 이익에 초점을 맞춘 연구와 교육이 강화되기 쉽다”고 밝혔다. 이어 학문적 자율성과 다양성은 대학이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중요한 가치임을 강조하며 적절한 중간지점의 모색 필요성을 주장했다.


 마지막으로 서 교수는 “대학이 이번 상황을 ‘기업의 침범’으로 여기기보단 사회적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던 점을 성찰하며 혁신할 필요가 있다”며 “기업은 기업대로, 대학은 대학대로 각자의 역할을 충실히 하며 협력해 지속 가능한 교육 생태계로 발전해야 한다”고 답했다. 박 교수 역시 “기업이 굳이 비용을 감수하며 대학원을 운영하려는 목적에 대학이 공감하고 전향적인 자세로 교육 프로그램 및 인재를 양성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정재헌 기자 Ι qisnxjqjx193@kyongg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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