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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 태몽아 태몽아, 내 운명이 뭐니 역사와 함께 이어지는 각자의 ‘꿈’ 김선혜 기자 2025-09-15 04:07:21
부모의 ‘꿈’에서 자신이 어떤 모습이었는지 기억하고 있는가. 용, 복숭아 혹은 상상도 못 할 상징 등. 이에 본지는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한 번쯤 물어봤을 ‘태몽(胎夢)’에 대해 자세히 알아봤다.


아마도 부모가혹은 당신과 가까운 누군가로부터

 

 어머니는 기자가 어릴 적 그리 말했다. 기자가 태어나기 전 꿈에서, 자신이 길을 거닐다 가로수 나무에 열린 복숭아들을 봤다고. 두 개의 복숭아를 따려 했으나 주위 할머니의 만류로 그중 커다랗고 이쁜 복숭아 하나만을 나무에서 따 ‘와삭’ 먹어버렸다고.

 

 아마 기자뿐만 아니라 대부분 사람이 이런 꿈에 대해 들어봤을 것이다. 이는 ‘태몽(胎夢)’이라 불리며 태아를 잉태할 조짐이나 태아의 장래 운명을 보여준다고 믿는 꿈을 뜻한다. 주로 태아의 어머니가 태몽을 꾸는 것이 보편적이지만 아버지를 비롯해 △친척 △형제 △친한 친구가 꾸는 경우도 간혹 있다. 신기하게도 보통의 꿈은 잘 기억하지 못하는 사람조차 태몽은 강한 인상으로 기억에 오래 남아 쉽게 상기할 수 있다.

 

 태몽의 원인은 주로 ‘심리학’에 기반한다. <꿈과 잠재의식>의 저자 한건덕 작가는 아이를 갖길 원하거나 장차 출생할 아이의 성별을 알고 싶어 하는 경우 태몽을 꾼다고 분석했다. 더불어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타인이 아이의 잉태 여부와 그 운명적 추이, 영향에 대해 관심이 있는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하지만 과학적으로 설명하는 것을 떠나 태몽은 그 옛날, 오래 전부터 존재해 왔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사자 꿈’ 알렉산더 대왕···역사는 흐른다

 

 태몽의 기록은 <삼국사기(三國史記)>에서부터 시작한다. <삼국사기> 권41 열전(列傳) 제1 김유신조(金庾信條)의 기록에 따르면 ‘만명도 또한 신축(辛丑)날 밤에 한 동자가 금빛 갑옷을 입고 하늘에서 내려와서 집 안으로 들어오는 꿈을 꾸고 곧 임신하였다’라고 전했다. 이는 ‘김유신’의 어머니 ‘만명’이 꿈에서 구름을 타고 내려와 집에 들어오는 금빛 갑옷을 입은 동자의 모습을 봤다는 것이며, 이후 김유신을 임신했다는 의미이다. 이 외에도 해동명신록(海東名臣錄)의 정몽주편(鄭夢周篇), 이이편(李珥篇) 등 수많은 역사서에 기록될 정도로 태몽은 우리 역사와 깊게 닿아있다. 주로 역사서에는 비범한 인물을 표현하고자 태몽을 이용하는데, 일종의 ‘클리셰’로 전해지는 것이 그 특징이다.

 

 한편 해외에도 위인을 강조하기 위해 태몽을 기록한 사례가 있다. 바로 페르시아 제국을 멸망시키고 △인더스강 유역 △그리스 △이집트를 정복해 대제국을 건설했던 알렉산더 대왕(Alexander the Great)의 태몽이다. 알렉산더 대왕의 아버지 마케도니아 필리포스 2세(Philip II of Macedon)는 그가 태어나기 전 이상한 꿈을 꿨다고 전해진다. 필리포스 2세가 아내의 몸에 도장을 찍었는데, 그 도장의 흔적이 사자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K-태몽믿으시겠어요?

 

 그렇지만 해외에서의 태몽은 대대적으로 이어진 전통은 아니다. 사실 태몽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믿는 민간신앙, 무속 및 점복신앙(占卜信仰)과 맥락을 같이한다. 꿈의 형상을 풀이하는 것 역시 민간신앙의 영향인데, 이는 인간의 운명이 초자연적인 존재의 지배를 받는다고 믿기 때문이다. 인간의 운세를 우발적인 것이 아니라 인과의 연속으로 이해하려다 보니 태몽이 풍속으로 자리 잡았다는 설명이다.

 

 그러기에 태몽은 수많은 해석이 존재한다. 하나씩 의미를 담기는 어려울 정도로 꿈에 등장하는 다양한 사물과 동물에 아이의 성별, 운명이 내재돼 있다고 보는 경우가 많은 탓이다. 주로 △천체 △자연현상 △동물 △식물 △광물 등이 아이의 상징으로서 나타한다. 그중에서도 ‘용’과 관련된 꿈은 장차 큰 인물을 낳는다는 생각으로 이어지며 ‘호랑이’ 꿈은 산신령을 호위하는 영물로 여겨지기는 만큼 귀한 자식이 태어난다는 길몽으로 취급된다. 이 외에도 태아를 상징하는 형상이 뚜렷하거나 빛날수록 ‘좋은 태몽’이라고 불린다.

 

 과학 기술의 발달로 태몽을 온전히 신뢰하는 분위기는 사라졌지만 여전히 태몽을 꾸는 사람은 많다역사도 길고 신비로운 태몽에 한 번쯤 집중해 보는 건 어떨까.

 

김선혜 기자 | sunhye@kyongg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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