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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체크] 계속되는 불법하도급 문제, 해결은 언제… 모호한 고용관계가 만들어낸 이상한 상황 정예은 기자 2025-09-15 03:37:08
건설 현장의 안전사고는 꾸준히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자리 잡았다. 특히 여러단계의 안전관리에 공백이 생겨 부실시공 및 임금체불 문제를 발생시키고 있다. 이에 본지는 광운대학교 정재휘(국제통상학부) 교수와의 인터뷰를 통해‘불법하도급’의 원인 및 문제의 심각성에 대해 자세히 알아봤다.


공사장 사망사고 원인 절반이 개인의 부주의’?

 

 지난 3일 서울 성동구 한 아파트 건설 현장에서 노동자가 추락해 숨졌다. 바로 전날인 지난 2일에도 서초구 방배동의 한 빌라 건설 현장에서 60대 작업자가 추락한 바 있다. 이 외에도 건설 현장에서 노동자 사망사고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으며 이를 단순히 한작업장의 문제만으로 볼 수는 없다. 실제로 국토안전관리원 건설공사 안전관리 종합정보망(CSI)에 따르면 지난 2019년부터 올해 8월까지 신고된 건설사고는 총 3만 2,516건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이들 사망사고 원인 중 ‘개인 부주의’가 절반에 달하는 수치를 차지했다.

 

 광운대학교 정재휘(국제통상학부) 교수는 본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대부분의 산업재해는 불법하도급이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언급했다. 하도급이란 자신 맡은 공사나 업무를 다른 제3자에게 맡겨 다시 체결하는 계약이며 이러한 구조가 반복되는 경우를 다단계 하도급이라 부른다.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에서는 다단계 하도급을 2단계까지만 허용하고 있다. 그러나 국토교통부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 2023년 100일간 불법하도급 집중단속 결과 전체 508개 현장 중 179곳(35.2%)에서 불법 행위가 적발됐다. 건설 현장에서는 5단계를 넘어 7단계 불법 다단계 하도급까지 판치는 실정이다.

 

이익만을 위해 불법을 선택피해는 노동자의 몫

 

 불법 하도급이 만연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정 교수는 ‘산업구조의 잘못된 관행’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하도급 구조에서는 한단계 늘어날 때마다 각 하청업체가 일정 이윤을 가져간다. 결국 최말단 작업자에게 돌아가는 인건비는 점점 줄어 임금체불 등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다. 실제로 작년 기준 임금체불 금액은 지난 2020년 2,779억 원 대비 72% 증가한 약 4,780억 원으로 역대 최고치였다. 또한 임금을 제때 받지 못해 건설교통부와 건설산업노조연맹에 민원을 접수한 건설노동자 중 73%가 불법 다단계 하도급으로 인해 피해를 입었다고 밝혔다.

 

 노동자의 임금뿐만 아니라 실공사비도 하도급 단계를 거치며 계속 빠져나가 부실시공까지도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지난 2021년광주 동구에서 재개발을 위해 건물들을 철거하던 중 학산빌딩이 붕괴돼 버스가 매몰되며 17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이 사고는 정부의 합동조사 결과 부실시공으로 인해 발생한 것이었으며 근본적인 원인은 불법하도급에 있다고 밝혀졌다.

 

 더불어 불법하도급 중 겉으론 도급의 형태를 띠고 있으나 실질적으로 근로자를 파견하는 위장하도급 또한 문제가 될 수 있다. 이는 하도급 업체 내부에 있지만 실제로 원청이나 상위 하도급 업체의 지시를 받아 현장을 감시하는 ‘부금이사’로 인해 발생한다. 부금이사는 ‘부금(副金)’이라는 명목으로 수수료를 받고 계약해 공사 기간을 단축하거나 비용을 줄이라는 원청을 대변하는 것이다. 때문에 과도한 작업을 지시해 노동자들은 쉴 새 없는 작업 물량을 해내야 한다.

 

계속되는 문제에 이제야 움직이기 시작한 정부

 

 정 교수는 “우리나라의 건설업은 하도급 계약 구조가 다층으로 이뤄져 있기에 법의 사각지대와 법적으로 회피할 수 있는 부분이 만연하다”며 “건설공사의 범위를 명확하게 지정하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고 전했다. 더불어 임금체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원청 업체의 책무성 강화’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 ‘공사대금 직불제’를 제시하며 원청에 해당하는 종합 건설사에서 밑에 해당하는 하청업체에 임금을 직접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와 고용노동부는 부실시공과 안전사고 문제를 해결 및 예방하기 위해 건설 현장의 불법하도급을 지난달 11일부터 오는 30일(화)까지 50일간 강력하게 단속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단속은 공사대금과 관련해 분쟁이 발생한 현장과 국토부 조기경보시스템을 통해 추출된 불법하도급 의심 현장 등에 집중적으로 실시할 예정이다. 이에 국토부 이상경 1차관은 “이번 단속이 일회성 점검이나 보여주기식 조치에 그치지 않도록 단속 결과를 바탕으로 다양한 정책을 강구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정예은 기자 Ι 202412382@kyongg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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