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으로 과거와 현재가 하나 될 수 있음을 증명하는 아티스트가 있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싱어송라이터 아이유는 2008년에 만 15세의 나이로 데뷔해 현재도 큰 사랑을 받는 중이다. 데뷔 초에는 ‘미아’처럼 방황하던 시절이 있었으나, 2010년 가수 임슬옹과의 듀엣곡 <잔소리>로 주목받으며 비로소 그만의 길을 찾아 전 세대를 아우르는 ‘국민 가수’로 자리매김했다.
수많은 아이유의 앨범 중에서도 그의 생일인 2014년 5월 16일에 맞춰 공개한 첫 리메이크 앨범 ≪꽃갈피≫는 발매와 동시에 찬사를 받으며 큰 인기를 끌었다. 이 앨범을 시작으로 이어진 ‘꽃갈피’ 시리즈는 아이유의 음악 세계를 대표하는 작품 중 하나로, 그 시절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앨범이라 평가받는다. 특히 첫 번째 시리즈에 이어 지난 2017년 9월에 발매한 ≪꽃갈피 둘≫에는 ‘뮤지션 아이유’가 녹아들어 있다.
꽃갈피 시리즈는 지난 5월 다시 돌아오며 많은 사람들을 추억에 잠기게끔 했다. 리메이크 3집 ≪꽃갈피 셋≫은 영원히 바래지지 않는 그리운 추억들을 한 데 담았다. 그중 ≪꽃갈피 셋≫의 수록곡 <네모의 꿈>은 반복되는 지루한 일상과 획일화된 세상을 ‘네모’에 비유한 것이 특징이다. 이 곡은 1996년에 발매된 그룹 W.H.I.T.E의 정규 3집 타이틀곡 <네모의 꿈>을 아이유만의 현대적인 감성으로 재해석했으며, 원곡 가사 중 ‘네모난 조간신문 본 뒤’를 ‘네모난 스마트폰 본 뒤’로 바꿔 시대의 흐름을 섬세하게 반영하기도 했다.
“네모난 달력에 그려진 똑같은 하루를
의식도 못 한 채로 그냥 숨만 쉬고 있는걸”
『네모의 꿈』 中
<네모의 꿈>의 가사는 다양한 해석이 존재한다. 어떤 이들은 획일화된 사회를 꼬집은 곡이라 보고, 다른 어떤 이들은 ‘네모난 세상에서 동그랗게 살라’는 어른들의 무리한 요구를 비판하는 곡이라 주장한다. 곡의 작사가인 유영석에 따르면 <네모의 꿈>은 획일화에 대한 반감에서 나온 곡으로, 개성이 숨 못 쉬게 두는 사회를 풍자했다고 한다.
온통 네모난 것들뿐인 세상 속에서 우리는 어떤 모양으로 살아가고 있을까. 기자의 이름은 ‘이연우’로, 동그라미가 무려 세 개나 들어간다. 누구보다 동그랗게 살아야 할 것만 같은 이 이름처럼 기자는 실제로도 동글동글하게 살고 싶었다. 하지만 현실은 그러지 못했다. 남들의 기준에 맞춰 자신을 깎아내고 정해진 틀에 억지로 들어가려 하다 보니 어느새 가장 되고 싶지 않았던 각진 네모가 돼 있었다. 삶의 뾰족한 모서리에 자꾸만 부딪히던 어느 날, 문득 동그랗고 순수했던 기자의 어린 시절이 떠올랐다. 이제는 현실에 치여 그때처럼 완전히 동그랗게 살아갈 수 없게 돼버렸지만, 두 모서리를 둥글게 다듬어 ‘하트 모양’으로는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아이유의 <네모의 꿈>을 듣는 오늘만큼은 세상이 요구하는 획일화된 네모가 아닌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곡선을 따라 살아보고 싶다.
이연우 기자 | yeonwoo8270@kyonggi.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