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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더하기] 별이 말해줬어, 오늘은 괜찮을 거라고 내 마음속 정신적 지주 ‘오하아사’ 이유정 기자 2025-09-15 03:10:56
불안한 시대를 살아가는 오늘날, 운세에 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뜨겁다. 그중에서도 MZ세대의 마음을 사로잡은 별자리 운세 ‘오하아사(おは朝)’. 이에 본지는 오하아사의 시작과 그 영향에 대해 알아보고, 직접 체험해 봤다.


인간들은 운명이 궁금해


 끊임없이 변화하는 세상 속에서 사람들은 종종 길을 잃곤 한다. 그래서 시험을 앞둔 누군가는 합격 운을 확인하며 마음을 다잡고, 하루를 시작하는 누군가는 자신의 운세를 미리 점쳐 보기도 한다. 이처럼 사람들의 불안 심리는 자연스럽게 ‘운(運)’이라는 개념으로 향한다. 운은 ‘이미 정해져 있어서 인간의 힘으로 어쩔 수 없는 것’을 뜻하지만, 오히려 이러한 미래를 미리 인지하는 것 자체가 심리적 위안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경제 미디어 ‘어피티’에 따르면, MZ세대 537명 중 91.6%가 △사주 △타로 △별자리 등의 운세를 확인해 본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이에 발맞춰 운세를 일상에서 가볍게 확인할 수 있는 온라인 운세 서비스 시장 또한 급격히 성장하는 추세다. 예전부터 사람들은 부적이나 네잎클로버처럼 행운을 상징하는 물건을 가까이 두거나, 점집에 직접 찾아가 운을 확인하곤 했다. 하지만 이제는 △유튜브 타로 채널 △Chat GPT △사주·타로 앱 등 다양한 방법으로 쉽게 운세를 접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지난 2일 한국경제 보도자료에 따르면, 모바일 운세 서비스 ‘포스텔러’의 누적 가입자 900만 명 중 80% 이상이 2030세대일 정도로 운세는 MZ세대들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내 하루를 여는 ‘오하아사’


1979년 일본 간사이 지역에서 시작된 아침 방송 <오하요 아사히데스!(おはよう朝日です)>에는 특별한 고정 코너가 있다. 바로 ‘오하아사 호시우라나이(おは朝星占い)’, 줄여서 ‘오하아사(おは朝)’라 불리는 별자리 운세 코너다. 최초 시작점이 공식적으로 명시되진 않았지만, 방송 초기부터 대표 코너로 자리 잡아 수십 년간 매일 방영됐다. 코너에서는 황도 12궁 별자리를 토대로 1위부터 12위까지 순위를 매기고, △ 금전 △애정 △업무 △건강 운을 별 다섯 개 만점으로 평가해 시청자들에게 알려준다. 여기에 ‘오늘의 행운 아이템’이나 ‘행동 가이드’ 같은 짧은 조언도 함께 덧붙여 일상 속 작은 길잡이가 돼준다. 예를 들어 ‘하늘색’이나 ‘영상통화’와 같은 행운 아이템, ‘적극적으로 밖을 나가세요’ 와 같은 생활 지침을 소개하는 식이다.


 방송에서 공개된 오하아사 결과는 프로그램 공식 사이트에 당일 업데이트된다. 한국에서는 이 내용을 실시간으로 번역해 공유하는 계정이 늘어나면서 빠르게 퍼지기 시작했다. 실제로 SNS에는 매일 오하아사를 번역해 올리는 계정만 수십 개에 달하며, X(구 트위터)에는 지난 12일 기준 36만 8,612명의 팔로워를 보유한 개인 계정까지 존재할 정도다. 많은 사람이 이를 참고해 그날 하루의 기분과 마음가짐을 조절 하곤 한다. 나아가 ‘오하아사 n위일 때 쓰는 짤’, △물고기자리 △게자리 △전갈자리를 엮어 만든 ‘Team 해물탕’ 같은 유머 콘텐츠까지 등장하면서 오하아사는 단순한 운세를 넘어 하나의 문화로 자리매김했다.


오늘의 행운 아이템은 ‘초록’입니다


 

 매일 아침 운세를 확인하는 일이 사람들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갈까. 본교 재학생 A씨는 매일 오하아사를 챙겨보는 것이 하루의 낙이 됐다고 전했다. 더불어 “자신의 운세뿐만 아니라 좋아하는 아이돌의 운세도 챙겨 보는데, 이게 묘하게 잘 들어맞는 것 같아 자꾸 보게 됐다”라며, “‘물을 피하세요’와 같은 문구를 보고 진짜 물을 피해 다니면 운이 좋아질 것만 같은 느낌이 든다”라고 덧붙였다. 이처럼 오하아사는 맹목적인 믿음의 대상보다 불안정한 상황 속 작은 심리적 위안을 주는 도구로 기능한다. 


 지난 6일, 기자도 직접 오하아사를 경험해 봤다. 기자의 별자리인 쌍둥이자리는 이날 1위를 차지했다. ‘사랑하는 사람을 만날 수 있을 것 같아요. 외출은 평소보다 범위를 넓히세요’라는 메시지와 함께 행운 아이템으로 ‘초록’이 제시됐다. 기자는 평소 잘 착용하지 않던 초록색 모자와 키링을 챙겨 외출해 봤다. 단순히 ‘행운 아이템’이라는 의식적인 물건이었음에도 하루를 시작하는 마음이 한결 가볍게 느껴졌다. 오하아사 1위인 오늘, 초록색과 함께하니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한 하루가 될 것 같았다. 이처럼 오하아사는 예측할 수 없는 오늘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일상에 긍정적인 활력을 불어넣는다. 이것이 오하아사가 오늘날 이토록 사랑받는 큰 이유가 아닐까.


오하아사는 불확실한 미래를 예언하는 도구라기보단, 불안한 일상 속 작은 위안을 제공하는 의식과 같다. 예측할 수 없는 하루의 시작에 서 오늘의 행운 아이템을 챙겨보자. 작은 기대감이 조금 더 가볍고 특 별한 하루를 만들어 줄지도 모른다.


글·사진 이유정 기자 | 202510140@kyongg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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