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뮤니티에서··· 전국을 휩쓴 ‘테러 예고’ 공포
지난달 5일, 온라인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에 ‘신세계백화점 폭파 안내’라는 제목의 게시물이 올라왔다. 글 작성자는 폭약을 설치했다며 오후 3시에 폭파될 것을 예고했다. 이에 당시 백화점 직원과 고객 4,000여 명은 곧장 대피했고, 경찰특공대가 투입돼 약 2시간 동안 건물을 수색했다. 결과는 허위로 밝혀졌으며, 범인은 제주에 사는 한 중학생으로 드러났다. 같은 날 해당 사건과 관련된 영상에 ‘나도 폭파하겠다’는 댓글이 달렸다. 범인은 20대 남성이었으며 조사 결과 테러 예고의 이유는 단순한 장난이었다. 허위 테러 예고 사건은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달 8일, 게임사 ‘님블뉴런’ 건물에 폭탄을 설치했다는 글이 게시됐고 지난달 26일에는 KT 지사마다 폭발물을 설치하겠다는 협박 글이 작성됐다. 두 사건 모두 수사 끝에 허위임이 밝혀졌다.
이에 대해 본교 이민식(경찰행정학전공) 교수는 “허위 테러 예고 글 자체는 실행되기 전까진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 있다”며 “하지만 그것이 연속적으로 발생해 중대한 결과를 초래하고 언론을 통해서 보도되면 상황은 심각해질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실제 테러가 없더라도 대피 과정에서의 혼란, 행정력 낭비 등으로 ‘직접 피해’가 나타날 수 있으며 이에 따라 사회 전반의 불신 확산과 같은 ‘간접 피해’가 나타난다는 설명이다. 더불어 당사자가 아닌 시민이 언론 보도를 통해 불안과 공포를 느끼는 ‘대리 피해’까지 나타날 수 있다. 이 교수는 “이는 범죄 두려움(Fear of Crime, FOC)을 증폭시킨다”며 “시민들이 일상 활동에서 위축될 수 있다”고 범죄의 심각성을 설명했다.
“장난으로” 1020세대의 호기심, 사회 혼란 초래
작년 8월 발표된 경찰청 범죄 통계에 따르면, 지난 3년간 발생한 폭발물 설치 협박 사건 142건 중 실제 폭발물이 발견된 사례는 1건에 불과했다. 또한 지난달 7일 경찰청에서 실시한 ‘살인 예고’ 게시글 수사 현황에 따르면 최근 검거된 살인, 테러 예고 게시물 피의자 67명 중 10대 청소년은 34명(50.7%)으로 밝혀졌다.
그렇다면 피의자의 다수가 1020세대인 이유는 무엇일까. 이 교수는 이에 대한 원인으로 불공평한 사회와 기성세대가 만든 고정관념을 꼽았다. 이에 따른 청년 실업이 1020세대의 불만으로 이어졌다는 설명이다. 더불어 그는 “인터넷, SNS에 대한 의존도 차이도 원인”이라며 “정보통신문화에 대한 몰입 때문에 범죄를 저지르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모방 범죄 심리 역시 작용한다는 것이다. 또한 일부 전문가들은 익명성이 보장되는 온라인 환경이 범행의 문턱을 낮추고 있다고 지적한다. 관련해 이 교수는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하는 범죄다 보니 △익명성 △비대면성 △개방성의 이유가 클 것”이라며 “사이버공간에서의 범죄는 체포 가능성과 처벌 수위가 낮다고 생각하는 인식이 있다”고 덧붙였다.
제도 보완에도 불구하고 사각지대 여전해
늘어나는 허위 테러 예고 범죄에 맞춰 처벌 수위 역시 점차 무거워지고 있다.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한 테러 예고에 대한 ‘공중협박죄’와 ‘공공장소 흉기소지죄’가 지난 2월 27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고 각각 지난 3월 18일, 지난 4월 8일 시행돼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 기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이었던 협박죄와 달리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으로 처벌받을 수 있게 변화한 것이다.
하지만 지난달 18일, 경찰청에 따르면 공중협박죄가 시행된 지난 3월 18일부터 지난달 31일까지 테러 협박 사건은 총 72건 발생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일각에선 단순한 처벌의 강화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이 교수는 “해당 범죄에 대한 처벌 규정은 올해 상반기에 와서야 마련됐고, 대부분의 국민은 자세한 내용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을 것”이라며 “무분별한 모방 범죄를 줄이기 위해선 이러한 범죄가 엄중하게 처벌받는다는 인식이 확고하게 자리 잡혀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신세계백화점은 영업 중단으로 6억 원 정도 매출을 손해입은 것으로 추정된다. 그만큼 민간기업의 영업손실에 대한 책임을 묻는 징벌적 손해배상 청구 역시 적극적인 고려가 요구되는 상황이다.
김채영 수습기자 Ι dachae0@kyonggi.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