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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後] 우리의 야식은 저녁보다 뜨거워, 아침이 올 때까지 김선혜 기자 2025-06-03 03:30:49

 

 신문편집국의 밤은 참 길다. 특히 편집국장인 기자는, 낮에 수업과 국원들의 기사를 병행해서 본 뒤 어둠이 자욱하게 내려앉은 밤에야 자신의 기사를 작성할 수 있다. 이러한 생활은 격주로 이어지는 목요일 마감날에도 똑같다. 조금이라도 기사가 늦어지면 야간잔류 서류를 내고 사무실에 남아 다음 날이 될 때까지 마감을 진행한다. 솔직히 잠을 줄이고 기사를 쓰는 일이 마냥 즐겁지만은 않다. 마감 전날 기사가 엎어져 급하게 다른 소재를 찾아 작성한 적도 있으며, 기사를 다 끝내지 못했는데 창문을 통해 해가 뜨는 하늘을 보고 있으면 힘이 빠지는 것도 사실이다. 물론 이렇게 생각하는 건 기자뿐만 아니라 같이 날을 새는 국원들도 마찬가지일 테다.

 


 그래서일까, 우리들은 언젠가부터 암묵적으로 마감날마다 ‘야식’을 먹는다. 처음에는 그저 몇 시간 넘게 자리에 앉아 기사를 보는 것이 힘들어 산책 겸, 쉬는 겸 나가서 편의점에 갔었다. 그게 점차 습관처럼 자리 잡아 음식을 배달할 때도 많아졌다. 새벽에 배가 고픈 건 아니지만, 그 잠깐의 시간 동안 먹는 야식은 이상하게 힘들었던 몸을 리셋하듯이 기자에게 힘을 준다. 이제와서 생각해 보면 사실 야식만이 기자의 스트레스를 내려주는 것은 아닐지도 모른다. 야식을 먹는 그 새벽, 기자는 다른 국원들과 테이블에 둘러앉아 자연스럽게 재밌는 얘기를 나누곤 한다. 모두 힘들어 지친 상황에서도 별거 아닌 이야기를 떠들며 웃음을 나눈다. 결국 야식보다도 이를 같이 먹는 사람들이 옆에 있기에 힘을 얻는 것은 아닐까. 이처럼 새벽의 야식은 기자에게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

 

 목요일에 시작한 마감은 야식을 먹는 새벽을 건너 결국 조판소까지 이어진다. 조금이라도 잠을 청하기 위해 기숙사에 사는 국원들과 함께 같이 걸어가다 보면 아침의 선선한 바람과 이슬을 머금은 식물들이 눈에 들어온다. 몸은 당연히 힘들다. 힘도 빠진다. 하지만 기자는 그 시간이 나쁘다고만 생각하진 않는다. 금요일 아침은 결국 한 호를 끝냈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걸어가는 길에 나누는 영양가 없는 웃긴 얘기는 의미 없지만 기자에겐 청춘의 한순간 같다. 이러다 보니 새벽 야식을 기대하며 고민하게 된다. 이번에는 무슨 야식을 먹을까?

 

글·사진 김선혜 기자 | sunhye@kyongg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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