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일제, 근무시간 단축의 현실적 접근
최근 정치권을 중심으로 ‘주 4.5일제’ 도입 논의가 활발하게 이뤄지는 중이다. 특히 오는 3일에 진행될 제21대 대통령 선거의 주요 후보들이 이를 공약으로 내세우며 사회적 관심이 집중됐다. 실제로 이러한 흐름 속에서 경기도는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주 4.5일제 시범 운영에 나서며 제도 도입에 앞장서고 있다.
‘주 4.5일제’는 금요일 오후 또는 격주 금요일을 쉬는 방식으로, 기존의 주 5일제보다 근로 시간을 더 줄인 근무 형태다. 이는 근로자의 업무 효율성과 삶의 질을 동시에 확보하려는 전략의 일환으로서 필요성이 제기됐다. 그렇다면 왜 주 4.5일제를 도입하려는 것일까? 한국은 2010년대에 들어 일과 삶의 균형인 ‘워라밸 (work-life balance)’을 갈망하기 시작했다. 기본적 권리를 넘어 △정신적 여유 △자율성 △자기 계발 등 삶의 질을 더욱 중시하는 가치관이 확산된 것이다. 이에 ‘주 4일제’가 새로운 논의의 중심에 서게 됐다. 특히 주 4.5일제의 도입은 주 4일제 시행을 위한 현실 적인 과도기적 단계로 주목받고 있다.
실제 주 4일제는 일부 기업에 도입되며 긍정적인 효과를 드러낸 바 있다. 국내 기업 휴넷은 지난 2022년 7월부터 주 4일제를 도입했고 △입사 경쟁률 10% 증가 △퇴사율 50% 감소 △매출 20% 증가의 성과를 거뒀다. 더불어 세브란스병원은 일부 병동에서 임금 삭감을 조건으로 주 4일제를 시범 도입했으며, 이는 정신적 안정과 워라밸 개선 등 근로자 삶의 질을 높이는 데 기여했다.
짧게 일하고 효율 높이기
주 4.5일제처럼 한국의 근무시간이 줄어든 것은 처음이 아니다. 한국은 오랫동안 토요일까지 근무하는 주 6일제를 유지해 왔다. 그러나 2000년대 초반 △장시간 노동에 따른 건강 문제 △가족과의 시간 부족 △낮은 삶의 만족도 등의 사회적 문제가 제기되며 근로 환경 개선에 대한 요구가 높아졌다. 이에 따라 2003년 근로기준법 개정을 통해 주 5일제가 법제화됐다. 당시에도 주 5일제가 생산성 저하를 야기하리란 우려가 있었지만, 제도는 점차 정착돼 근로 문화의 전환점을 마련했다.
한편 한국은 여전히 OECD 국가 중 연간 노동시간 상위권에 속함에도 불구하고 해외에 비해 주 4일제에 대한 논의가 부족한 실정이다. 최근 독일에서는 일부 기업을 중심으로 주 4일제 시범 운영이 진행되고 있다. KBS 보도에 따르면, 주 4일제를 도입한 기업의 75%는 업무 집중도와 팀워크가 높아져 오히려 효율이 향상 됐다고 평가했다. 이는 결국 ‘덜 일 하고 더 잘하기’가 불가능한 일 이 아님을 나타낸다.
그러나 모두에게 쉬운 변화는 아냐
하지만 모든 직군과 기업에 똑같은 효과를 기대하긴 어렵다. 주 4.5일제는 인력·자본 여유가 있는 대기업이나 일부 전문직 종사자에게는 실현 가능성이 높으나, 중소기업이나 서비스업 종사자에게는 여전히 낯선 이야기다. 또한 병원, 제조업 등 상시 인력이 필수 인 업종에서는 근무시간 단축 자체가 쉽지 않다. 더불어 일부 기업은 임금 삭감을 조건으로 제도를 시행하고 있는 만큼 실효성에 대한 우려도 존재한다. 이에 한국경영자총협회 손경식 회장은 KBS와의 인터뷰를 통해 “노동 생산성이 경쟁국에 비해 낮고 주요 기업들의 인력 확보가 어려운 상황에서, 법정 근로시간만 주 4.5일제 로 줄이자는 논의는 기업의 경쟁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덧붙여 시민들은 ‘가능한 변화’에 더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지난 2월 한국리서치가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주 4일제에 대해 △반대 50% △찬성 46% △기타 4%로 반대가 찬성보다 높게 나타났다. 반면 주 4.5일제에 대해선 △찬성 61% △반대 35% △기타 4%의 결과로 찬성이 반대보다 26%p 앞섰다. 이는 현실적인 실행 가능성에 따라 시민들의 인식이 달라진다는 점을 보여준다. KBS 뉴스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결국 일괄적인 제도 도입이 아니라 현실을 고려한 조율과 사회적 합의가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새로운 균형을 만들기 위해선 산업별 특성과 직무 특성에 맞춘 차별화된 접근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유정 수습기자 Ι 202510140@kyonggi.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