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 없는 세대의 등장
작년 1월 30일 교육부는 대학의 무전공 선발 비율에 따라 대학혁신지원사업 혁신 성과에 가산점을 부여한다고 발표했다. 최대 가산점을 받기 위해서는 교육부가 제시한 무전공 모집 유형 1과 2를 합쳐 전체 모집 정원 중 25% 이상을 모집해야 한다. 또 그중 유형 1은 전체 모집 정원의 10% 이상이어야 한다. 교육부는 특히 2학년 때 학생들의 전공 선택이 100% 자율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에 대학혁신지원사업의 지원금을 교부받고자 각 대학을 비롯해 본교 또한 올해부터 ‘전공자율선택제(자유전공)’(이하 자유전공학부)를 신설했다.
본교의 자유전공학부는 미래 사회를 선도하는 자기 주도적 융합인재 양성을 목표로 설치됐다. 전공 선택의 완전한 자율성을 부여하는 유형 1은 논술과 수능 성적 위주로 입학생을 선발했다. 자유전공학부(수원, 서울)가 이에 해당한다. 또한 유형 2는 학생부교과전형과 수능 위주 전형으로 선발했으며 단과대학 통합으로 모집됐다. 해당 유형은 2학년 진급 시 각 단과대학 내에서 전공을 선택해야 한다. 본교 자유전공학부는 현재 수원캠퍼스에 205명이, 서울캠퍼스에 64명이 재학 중이다. 이러한 자유전공학부생들은 1학년 2학기에 주전공을 선택하고, 2학년 1학기부터 4학년 1학기까지는 제2전공을 선택하게 된다. 단, △예술체육대학 △AI컴퓨터공학부 △유아교육과 △연기학과 △애니메이션학과 △실용음악학과와 같은 단과대학 및 학과는 선택이 불가하다.
우리는 어디에 속해있나요
본지는 자유전공학부생들의 목소리를 들어보기 위해 본교 재학생을 대상으로 지난달 20일부터 28일까지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설문조사에는 총 101명이 응답했으며 그중 자유전공학부생은 57명(56%)이었다. 이중 자유전공학부 생활 전반에 불만족 의사를 드러낸 학생은 44명(77%)으로 절반을 훨씬 넘긴 수치였다. 주된 불만족 사유는 ‘주전공 학과로부터 소외감을 느꼈다(82%)’, ‘행사 참여 시 제약이 많았다(61%)’ 등으로, 일부는 과방 및 사물함이 없는 것에 불편함을 호소했다.
더불어 설문 결과 총 101명 중 과반수인 77명(76%)이 자유전공학부 운영과 관련해 개선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본교 자유전공학부생 A씨는 “자유전공학부만의 학생회 신설이 필요하다”며 “자유전공학부생들의 의견을 수렴할 공식적인 창구 마련과 함께 여러 방면에서 체계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B씨는 “주전공 학과생들과의 교류 기회를 늘려달라”며 “2학년이 되면 같은 학과에서 생활하게 될 학생들과 미리 어울릴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되면 좋겠다”고 답했다. 이 밖에도 재학생이라면 기본적으로 누려야 할 학내 공간 제공 등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학생들의 목소리에 응답하다
덧붙여 자유전공학부 제도 자체에 대해서는 57명 중 46명(81%)이 만족한다며 긍정적인 반응이 주를 이뤘지만, 일부는 불만족스럽다고 평가했다. 불만족 사유로는 제1전공과 제2전공의 선택 및 연계가 까다롭고 시간표를 짤 때 두 전공의 과목이 겹쳐 실질적인 수강이 어렵다는 점이 꼽혔다. 또 ‘전공 선택 시기가 적절치 않다’, ‘일반 복수전공과 다를 바가 없어 보인다’ 등 다양한 불만이 일었다.
실제로 자유전공학부(수원) 교학팀에 확인한 결과, △수강 신청의 도움을 받을 곳이 있는지 △과방 및 사물함은 없는지 △자유전공학부만의 행사가 열리는지 등의 문의가 빗발친 것으로 밝혀졌다. 자유전공학부(수원) 교학팀 박예빈 팀원은 자유전공학부생들의 불만에 대해 “본교는 학생들이 전공 선택과 학업 계획을 효과적으로 준비할 수 있도록 △예비 대학 및 OT △전공별 설명회 △전공탐색세미나 등을 실시했다”며 “자유전공학부생들을 위한 다양한 비교과 프로그램이 마련돼 있다”고 전했다. 그중에서도 ‘멘토 프로그램’을 통해 재학생으로 구성된 학생 멘토들로부터 대학 생활에 대한 기본적인 도움을 받고 주요 학사 관련 정보를 공유받을 수 있다고 언급했다. 더불어 박 팀원은 “학생들이 전공과 진로를 더욱 심도 있게 탐색할 수 있도록 ‘전공설계상담’ 프로그램 역시 운영 중”이라고 덧붙였다.
성장통 속 자리 잡는 체계
뿐만 아니라 자유전공학부의 불만 및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본교 각 학생회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이와 관련해 자유전공학부가 원활히 운영되도록 본교 제38대 내일 총학생회(이하 총학생회)와 일부 단과대학 내에는 자유전공국이 설치돼 있으며, 이외 단과대학에서는 인사교류국과 대외협력국을 통해 자유전공학부를 관리 중이다. 자유전공국 및 일부 타국의 국장들은 ‘자유전공위원회’에서 자유전공학부 관련 사안을 논의하고 있다. 본지 1109호(2024.11.25. 발행) 9면 정책토론회 지면에 따르면 당시 내일 선거운동본부는 자유전공위원회를 신설해 OT, MT와 같은 각종 행사를 책임지고 학생회비 및 전공 행사 참여 횟수 등에 관해 단과대학 간 지침을 제시할 계획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이에 제38대 내일 총학생회 여상준(경영·4) 자유전공국 국장은 “지난 3월에 자유전공위원회를 구성했다”며 “각 단과대학의 자유전공국 국장끼리 소통하며 자유전공학부생들의 원만한 적응을 돕는 것이 목적”이라고 밝혔다. 여 국장은 “현재 자유전공학부의 운영 관련해 불만을 품고 있는 학생들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가장 큰 원인은 소속감 결여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이에 구호를 정하는 활동 등으로 자유전공학부생들만의 소속감을 고취할 예정임을 언급했다. 또 2025학년도 총학생회 후보자 검증 정책토론회에 따르면 당시 내일 선거운동본부는 자유전공학부생들의 학생회관 공간 사용과 관련해 총 6개의 자유전공학부 과방을 제공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현 진행 상황에 대해 제38대 내일 총학생회 박진형(산업경영공학·4) 회장은 “현재 신학생회관에는 6개의 공실이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며 “올해 안에 플랜엠 센터의 공실을 임시방편으로 제공할 수 있도록 노력 중”이라고 답했다.
더불어 본교 제7대 관광문화대학 P:ULSE 학생회(이하 관문대 학생회) 기찬주(관광개발·3) 회장은 “자유전공국이 중심이 돼 자유전공학부생들의 중추 역할을 하고 있다”며 “자유전공국이 자유전공학부 학생회와 동일한 기능을 수행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했다”고 말했다. 또 “1학년이 전공을 선택하기 위해서는 전공에 대한 심도 있는 정보가 필요한데, 현재 실시 중인 전공탐색세미나 수업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관문대 학생회는 관광문화대학 전공 중 자유전공학부생들이 선택할 수 있는 △관광개발경영학과 △관광문화콘텐츠학과 △호텔경영학과 △외식조리학과 △미디어영상학과에 한해 유익한 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는 설명회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학생 사회 분열, 교류가 절실
한편, 본교 익명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는 자유전공학부와 관련해 불만을 드러내는 글이 일부 작성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설문 결과에 따르면 자유전공학부생들로 인해 불이익을 당했다고 느낀 적이 있다고 답한 학생들은 타 전공 학생 44명 중 과반수인 27명(61%)이었다. 학생들은 △‘전공 수업의 질이 떨어졌다(70%)’ △‘수강 신청 경쟁이 심화됐다(67%)’ △‘학과 생활 중 소속감이 약화됐다(59%)’ 등을 이유로 들었다. 이 외에도 입시 결과가 높은 학과도 별도의 시험 없이 선택할 수 있다는 것에 불만을 드러냈으며 특정 학과 몰림 현상 방지를 위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관련해 본교 재학생 C씨는 “아무 접점도 없는 사람들이 갑자기 2학년 때 같은 과가 된다고 생각하니 불편하다”며 “자유전공학부생들 때문에 수강 신청 경쟁이 심화됐다”고 말했다. 더불어 C씨는 “입학 성적을 확인했을 때 일부 타 전공보다 입시 결과가 낮음에도 불구하고 2학년 때 같은 과가 되는 것은 불공평하다”며 “이러한 시스템이라면 우리도 자유전공학부로 들어왔을 것”이라 답했다. 이어 그는 “모든 학생을 다 받아주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커트라인을 설정해 인원을 제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첫 도전의 주역들을 응원하며
이처럼 자유전공학부를 둘러싼 문제에 대해 본교는 어떤 노력을 펼칠 계획일까. 기 회장은 “자유전공학부생들이 하나로 뭉칠 기회를 마련하고자 한다”며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음을 밝혔다. 이어 “학생 자치는 학생 여러분의 관심이 필요하다는 것을 절실하게 느낀다”며 “학과 혹은 학부에 대한 유대감은 자치활동을 통해 나타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관련해 관문대 학생회는 자유전공학부생들의 복지를 실현하고자 학생지원처에 많은 지원을 청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제7대 관광문화대학 P:ULSE 학생회 기찬주(관광개발·3) 회장은 “자유전공학부생들이 단과대학 행사나 학과 행사에서 재미있게 즐기고 있는 것을 봤을 때 뿌듯함을 느꼈다”며 “앞으로도 자유전공학부생들의 ‘웃는 표정’을 위해 끊임없이 뛰고 노력하는 학생회가 되겠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총학생회 역시 향후 계획을 설명했다. 여 국장은 “자유전공학부생들을 학과에 편입시키는 것보다는 자체적으로 학생회를 운영하는 방식의 미래를 바라고 있다”고 답했다. 이와 함께 그는 자유전공학부생들을 위한 색다른 이벤트도 준비 중이라는 사실을 전했다. 마지막으로 제38대 내일 총학생회 여상준(경영·4) 자유전공국 국장은 “선배나 학생회가 없어 학부에 애정을 갖는 게 어려울 수 있다”며 “하지만 이를 해결하기 위해 각 단과대학의 자유전공국 국장들이 노력 중이니 너그럽게 이해해 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말했다.
덧붙여 박 팀원은 “자유전공학부에 입학한 학생들이 현재와 같이 자유롭게 전공을 선택할 뿐만 아니라 전공 교과목을 융합해 새로운 전공을 설계할 수 있는 학사제도를 마련하고자 연구 중”이라며 “이번 학년도 말에 만족도 조사를 실시해 학생들을 보다 효과적으로 지원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또한 학교 차원에서도 학생들이 다양한 행사에 적극 참여해 풍부한 학교생활을 누릴 수 있도록 본교 △교학팀 △전공설계융합팀 △학생지원팀 △총학생회와 긴밀히 협의하고 있음을 밝혔다. 끝으로 자유전공학부(수원) 교학팀 박예빈 팀원은 “신설된 자유전공학부에 입학해 모든 것이 처음인 학교생활을 시작한 학생들에게 따뜻한 응원을 보낸다”며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이연우 수습기자 | yeonwoo8270@kyonggi.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