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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체크]국제유가 4년 만에 최저… 반가운 소식일까 서민 부담 완화, 하지만 구조적 우려는 여전 이유정 수습기자 2025-05-20 16:31:18
지난 5일 국제유가 서부텍사스산원유(WTI)가 배럴당 60달러 이하로 떨어졌다. 겉으로 보기에 반가운 소식으로 보일 수 있으나 이면엔 경기 둔화 우려와 기후 위기 대응의 후퇴라는 복합적 신호가 숨어 있다. 이에 본지는 유가 하락의 원인과 향후 에너지 정책 방향을 살펴보기 위해 본교 최성호(교양학부) 교수와의 인터뷰를 진행했다.


유가 하락, 갑자기 왜?


지난달 30일, 사우디아라비아가 증산을 결정하자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기준 국제유가가 배럴당 60달러 아래로 떨어져 약 4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의 협의체인 OPEC+는 지난 2022년부터 이어온 석유 감산 정책을 점진적으로 해제하고 다음 달부터 하루 41만 배럴 규모의 추가 증산 계획을 예고한 상태다. 여기에 세계 최대 산유국인 미국이 셰일오일(Shale Oil) 생산량을 늘리면서 공급은 더욱 확대되고 있다. 반면 수요 측면에서는 둔화 조짐이 뚜렷하다. 세계 2위 석유 소비국인 중국은 경기 회복 속도가 기대에 못 미치며 소비가 정체된 상황이고, 미국 또한 상업용 원유 재고가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결국 생산량이 증가한 상황에서 수요 둔화까지 겹치며 공급 과잉 우려가 심화되고 있다. 본지는 본교 최성호(교양학부) 교수와의 인터뷰를 통해 유가 하락의 원인에 대해 자세히 알아봤다. 최 교수는 “공급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미국 정부의 급격한 관세인상으로 인한 글로벌 경제성장 둔화 우려가 수요를 줄였다”며, 이번 유가 하락을 공급 증대와 수요 둔화가 동시에 맞물린 구조적 변화의 결과로 해석했다.


소비자에겐 ‘호재’, 구조적으론 ‘우려’


 겉으로 보기에 유가 하락은 일반 소비자에게 긍정적 신호로 해석된다. △통학비 △배달비 △여행비 등이 낮아져 생활비 절감 효과가 기대되기 때문이다. 더불어 △정유 △항공 △운송 등 에너지 집약 산업의 수익성이 개선되며 물가에 대한 낙관적인 전망이 대두돼 소비 심리도 완화될 가능성이 있다. 특히 고물가로 어려움을 겪던 서민층에는 단비 같은 소식이다. 그러나 유가 하락은 여러 구조적 문제를 동반한다. 대표적으로 기후 위기 대응에 대한 국제 사회의 노력이 저해될 수 있다는 분석이 있다. 이에 최 교수는 “유가 하락이 화석연료의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가격경쟁력을 강화해 에너지 전환에 대한 투자 유인이 줄어든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 인프라 확충과 친환경 기술 개발은 화석연료 가격이 높을수록 투자 유인이 커지는 구조를 보이기에, 저유가는 이러한 흐름에 제동을 걸 수  있다. 더불어 저유가 현상이 장기화되고 하락 폭이 커질 경우, 산유국의 △건설 △기계 △전자 △자동차 등 주요 산업 수출이 줄어들고 석유화학 산업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또한 원유가 중요한 실물자산인 만큼 유가 하락은 자산시장의 불안정성과 변동성을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지금 우리의 반응은


정부는 현재 유류세 인하 조치를 연장하며 고물가 대응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환율 상승으로 인해 국제유가 하락이 국내유가 안정에 충분히 반영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을 반영해 단기적으로 서민들의 유류비 부담을 완화하는 효과를 기대한 것이다. 한편 국제 유가 하락은 글로벌 에너지 업계 전반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미국의 대표 셰일오일 기업인 다이아몬드백 에너지(Diamondback Energy)는 수익성 악화에 대한 우려 속에, 올해 원유 생산 전망을 하향 조정했다. 이에 최 교수는 “유가 하락이 심화될 경우, 과거 코로나19 당시처럼 세계 각국이 원유 생산과 시설 투자를 동시에 줄였던 전례가 반복될 수 있다”며 “캐나다 오일샌드(Oil Sands) 기업 같은 경우에도 원가경쟁력이 높아 아직은 생산을 유지하고 있지만, 지속적인 유가 하락 시 미국과 비슷한 대응이 불가피할 것”이 라고 설명했다. 유가가 하락함에 따라 주요 산유국들의 추가 생산 여력에는 한계가 있는 상황이다. △수익성 저하 △기술적 제약 △정책 부담 등으로 인해 생산 확대가 지속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에 최 교수는 “정부가 신재생에너지 투자에 보조금을 지급하거나 탄소세, 배출 권거래제 등의 탄소가격제를 강화해야 한다”며, “에너지공기업들이 선도적으로 신재생에너지에 투자하도록 유도하는 방안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향후 지속 가능한 공급 측면에서의 불확실성이 여전한 가운데, 시장의 단기 등락에 흔들리기보다는 재생에너지 비중 확대와 에너지 수급 구조 다변화 등 중장기적 전략 재정비가 요구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유정 수습기자 | 202510140@kyongg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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