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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님! 반론을 제기해도 되나요? 편집국 2025-05-07 15:34:18


 대학은 단지 지식을 쌓는 공간이 아니다.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깊어지고, 나를 찾아가는 여정이 시작되는, 인생의 중요한 전환점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 시기에 만나는 교수는 단순히 수업을 가르치는 사람이 아니라, 때로는 인생의 방향을 함께 고민해줄 수 있는 어른이자, 마음의 거리를 가장 가깝게 좁힐 수 있는 멘토가 된다. 그래서 건강하고 따뜻한 사제관계를 만드는 일은 단순한 개인적 친분을 넘어서, 대학 생활의 깊이와 의미를 결정짓는 아주 소중한 과정이 된다. 그 출발점은 단연 ‘서로에 대한 존중과 신뢰’이다.

   

 교수는 오랜 시간 쌓아온 경험과 연구를 바탕으로 지식을 전하지만, 동시에 학생 또한 독립적인 생각과 자신만의 색깔을 지닌 존재임을 잊지 않아야 한다. 학문은 누군가의 권위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질문하고 의심하고 함께 고민하며 더 나아가는 여정이다.

   

 한 번은 수업 중 내 주장에 대해 한 학생이 “교수님! 반론을 제기해도 되나요?”라고 질문한 적이 있었다. 순간적으로 당황하고 놀랐지만, 나는 생각을 멈추고 그의 이야기를 끝까지 들었다. 그리고 그 의견을 통해 수업은 훨씬 더 풍부해졌고, 나 또한 내 생각의 폭을 넓힐 수 있었다. 그렇게 우리는 ‘교수와 학생’이기 이전에 ‘같은 길을 걷는 학문적 동반자’가 된다. 그 순간, 진짜 신뢰가 피어난다.

   

 또 다른 기억은 우리 학교 어느 교수님의 개인 카톡 소개에 써 있는 글귀이다. “학생 성공을 도와주자 성령충만으로~”. 오랜 세월 교수님은 제자들의 미래를 위해서 고민하시고 수많은 일을 하셨다. 그래서 이 글에서 진심이 느껴졌다. 아마도 교수님은 평소 제자들과 자주 소통하면서 그들이 꿈을 이룰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려고 행동하셨을 것이다. 제자들이 성장하는 모습을 보면서 즐겁지 않았을까 생각이 든다.

   

 사제관계를 더욱 깊고 따뜻하게 만드는 또 하나의 열쇠는 ‘자유롭고 열린 소통’이다. 많은 학생들이 아직도 “이런 얘기를 교수님께 해도 될까?”라며 마음속 문을 쉽게 열지 못한다. 그래서 나는 수업 중 짧은 대화 시간을 마련하거나, 익명 설문을 통해 학생들의 목소리를 듣는 시간을 소중히 여긴다. 때로는 진로 고민이 담긴 이야기, 때로는 작은 위로가 필요한 속마음이 전해지기도 한다.

   

 모든 문제를 해결해줄 수는 없지만, 최소한 진심으로 들어주는 사람이 곁에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누군가에겐 큰 힘이 될 수 있다. “교수님의 꾸준한 관심 덕분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어요.” 졸업을 앞둔 어느 학생이 남긴 그 한마디가 아직도 마음속에 오래 남아 있다. 내가 한 말, 눈빛 하나, 짧은 피드백이 누군가의 하루를 바꿀 수 있다는 사실 앞에, 나는 늘 더 깊은 책임감을 느낀다.

   

 그렇기에 교육을 대하는 태도 역시 중요하다. 교수는 강단 앞에 선 ‘지식을 가진 사람’이자, 끊임없이 배우고 성장하는 존재여야 한다. 수업 하나하나에 정성을 다하고, 학생의 눈높이에 맞춰 설명하려 애쓰는 마음, 진심 어린 피드백을 담는 손길이 결국 학생에게 닿는 메시지가 된다. 반대로, 학생들도 단순히 수업을 ‘듣는 사람’이 아니라, 함께 만들어가는 주체로 참여할 때 비로소 진정한 배움이 시작된다.

   

 기억에 남는 또 하나의 순간은, 수업을 거의 듣지 않던 학생이 학기 말에 과제를 통해 자신의 이야기를 담담히 풀어낸 일이었다. 어려운 가정환경, 아르바이트와 학업을 병행하며 겪은 고단함, 그럼에도 학문을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는 그의 글을 읽고 마음이 무거워졌다. 나는 그 학생에게 따로 연락해 격려의 말을 전하고, 자주 응원을 해주었다. 그 학생은 지금 우수한 대학원에서 열심히 연구를 이어가고 있다.

   

 사제관계는 학기라는 시간의 테두리에만 머물지 않는다. 졸업 후에도 서로의 길에서 함께하며, 때로는 연구의 파트너로, 사회 속에서 서로를 지지하는 동료로 다시 만난다. 예전 수업을 들었던 한 학생이 지금은 공공기관에서 일하며 정책 자문을 위해 나를 찾아올 때, 그 인연이 이어지고 있다는 사실이 참 뿌듯하고 고맙다. 그저 강의실에서의 만남이 아니라, 삶 속에서도 계속되는 연결이야말로 사제관계의 가장 깊은 의미라고 생각한다.

   

 결국 바람직한 사제관계란 ‘존중과 신뢰’, ‘소통과 공감’, ‘책임 있는 교육’, 그리고 ‘지속 가능한 관계’라는 기반 위에 놓여 있다. 이는 어느 한쪽만의 노력으로는 만들어질 수 없다. 교수와 학생이 서로를 믿고, 서로에게 손을 내밀며 함께 걸을 때 비로소 완성되는 여정이다.

   

 지식 그 자체보다 더 중요한 것. 바로 사람과 사람이 만나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고, 함께 성장해가는 그 과정이다. 그리고 바로 그 순간, 우리는 단순한 교수나 학생이 아니라, 서로의 삶에 따뜻한 흔적을 남기는 ‘동행자’가 된다. 오늘도 우리는 그런 인연을 만들기 위해서 5월의 캠퍼스를 즐겁게 거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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