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앞으로 다가온 화폐 CBDC
CBDC란 ‘Central Bank Digital Currency’의 약자로,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법정통화로서 기존의 화폐와 동일한 교환 비율이 적용돼 가치변동의 위험이 없는 디지털 화폐이다. 지난 3월 한국은행에 따르면 약 20개국이 CBDC를 공식적으로 사용 중이며 30개국 이상이 파일럿 테스트 단계에 있다고 했다. 지난 2020년부터 디지털 화폐에 대한 개발을 진행해 왔던 한국은행은 최근 연구 범위를 확장해 금융위원회와 함께 디지털 화폐 인프라의 설계 모델을 제시하고 실제 환경에서 검증해 보는 ‘프로젝트 한강’을 발표했다. ‘프로젝트 한강’ 참가자들은 지난달 1일부터 다음 달 30일(월)까지 자신의 예금을 예금토큰으로 전환해 전자 지갑을 개설하고다양한 상점에서 은행 앱의 QR코드로 실거래를 진행한다. 지금의 청년 세대는 디지털 화폐의 첫 세대로, △아르바이트 급여 △장학금 △복지금 등 공적 지급 수단이 CBDC로 전환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금융 생활 전반의 구조가 바뀌는 흐름에 관심과 준비가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CBDC가 필요한 지금
한국은행이 밝힌 바에 따르면 CBDC 개발은 현금 이용 감소, 경제의 디지털 전환 가속화에 대응하기 위해 진행됐다. 월드페이의‘2024 글로벌 결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23년 세계 현금거래의 비중은 전체의 16%로 3년 전에 비해 19% 감소한 수치였다. 또한 다양한 민간 가상화폐의 영향력이 확대되자 공신력 있는 CBDC발행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지난 2022년 시장 위축 및 대량 매도로 가격이 폭락한 ‘루나·테라 사태’로 인해 가상화폐의 신뢰도가 하락했기 때문이다.
서울대학교 김영식(경제학전공) 교수는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발행의 의의 및 필요성’ 논문을 통해 “CBDC는 현금 의존도가 높은 계층에게 있어 디지털 지급·결제 서비스의 이해를 돕는다”고 주장했다. 덧붙여 “공적 신뢰를 지닌 보편적 지급·결제 수단역할을 수행함으로써 디지털 통화제도 건전성 유지에 기여할 수있다”고 전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CBDC가 수출입 결제 서비스 대응에 주요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하기도 했다. 현재 신흥국은 은행예금 계좌 활용이 제한돼, 비공식 경로로 선진국에 이주한 노동자들의 소득을 송금받는다. 국가별 법정 디지털 화폐 발행이 이런 금융환경 인프라의 격차와 국가 간 송금 서비스 문제의 해결 방안이라는 설명이다.
피할 수 없는 정부 검열의 문제
세계적으로 CBDC에 대한 개발이 늘어나자 디지털 화폐 도입에대해 우려의 목소리 또한 커지고 있다. 한국은행의 ‘중앙은행 디지털 화폐와 프라이버시-무작위 설문실험’ 보고서에 따르면 CBDC를 사용하겠다는 응답은 22%에 그쳤다. 그 이유는 익명성과 자율성의 축소 때문이다. 일각에선 CBDC가 중앙은행이 직접 발행·유통하는 디지털 화폐이기 때문에 익명성 보장이 불확실하고 정부의통제하에 자율성이 축소된다고 해석한다. 실제로 지난달 9일 해당 문제를 우려하며 ‘프로젝트 한강’ 반대 청원이 올라왔고 5만 명이 동의함에 따라 국회에 회부됐다. 그 외에도 노년층의 기술 접근성격차 심화, 기존 금융 시스템에 대한 충격 문제 또한 존재한다.
특히 선진국의 경우 ‘정부가 통제하는 통화’라는 특성 때문에 비판이 거세게 일고 있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은 사적 자유와 개인정보 침해에 대한 반대로 前 바이든 정부의 CBDC 정책을 전면 백지화한 바 있다. 더불어 지난 2022년 바하마가 출시한 CBDC 샌드 달러의 이용자는 지난해 2월 기준 바하마 전체 인구의 약 1%뿐이었으며 유통량은 현금 사용량의 0.5%에 불과해 사실상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CBDC는 편리성과 국제적 측면에서 장점을 갖지만, 동시에 정부검열이라는 복합적 우려가 존재한다. 이는 현재의 통화 시스템을 뒤바꿀 수 있는 새로운 디지털 화폐인 만큼 도입 여부에 대해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임서현 수습기자 | imseohyeon1827@kyonggi.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