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검색
대학내 떠도는 가짜 뉴스… 출처는 ‘카더라’? 편집국 2025-04-14 11:11:05


 디지털 시대의 정보 흐름은 눈 깜짝할 사이에 세상을 바꾼다. 클릭 한 번, 공유 한 번으로 수천 명의 사람에게 뉴스가 전파되고, 하나의 이야기로 수많은 감정과 판단이 형성된다. 그러나 이처럼 빠르고 확산력 강한 정보 환경 속에서, ‘진실’은 과연 제대로 살아남고 있는가?

   

 최근 몇 년간 대학 사회 내부에서도 가짜 뉴스와 허위 정보의 확산은 점점 심각한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대학은 지성의 상징이자 비판적 사고의 훈련장으로 기능해야 하지만, 오히려 가짜 뉴스의 무비판적 중계소가 되고 있는 사례가 늘고 있다.

   

 2018년 서울의 한 대학에서는 실존하지 않는 인물의 인터뷰가 가짜 뉴스의 예시로 강의자료에 실리는 일이 있었다. 담당 교수는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글을 출처로 삼았지만, 그 내용은 조작된 허위 정보였다. 수업에 참여한 학생들은 그 내용을 ‘팩트’로 받아들였고, 뒤늦게 논란이 불거지며 학교 측은 강의를 중단하고 사과문을 발표해야 했다.

   

 2020년 ○○대학교에서는 교내 성추행 사건을 둘러싼 루머가 SNS를 통해 빠르게 확산되었다. 가해자로 지목된 학생은 사실 확인도 되기 전에 무차별적 비난에 노출되었고, 피해자는 이차 피해에 시달렸다. 이처럼 정보 검증 없이 퍼지는 소문은 한 사람의 삶을 파괴할 수 있는 무기가 될 수 있다.

   

 해외 사례도 다르지 않다. 미국 스탠퍼드 대학의 2016년 연구에 따르면, 대학생의 80% 이상이 인터넷 기사에서 광고와 보도 기사를 구분하지 못한다고 답했다.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에서는 2019년 총선을 앞두고 특정 정당 지지 가짜 뉴스가 학내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퍼졌고, 결국 학생회가 공식 해명과 경고문을 내는 사태로 번졌다.

   

 문제는 단지 ‘가짜 뉴스가 퍼졌다’는 데 있지 않다. 대학이라는 공간이 더 이상 진실을 감별하고 검증하는 ‘지식의 울타리’가 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핵심이다. 교수는 출처를 따지지 않은 채 허위 자료를 강의에 포함시키고, 학생들은 의심 없이 정보를 공유하며, 학내 언론조차 감시자 역할보다는 단순한 보도자로 기능하는 실정이다.

   

 이처럼 정보의 신뢰성과 학문적 책임이 흔들릴 때, 우리는 역사의 한 인물을 떠올릴 수 있다. 18세기 프랑스의 계몽사상가 볼테르(Voltaire)는 종교적 편견과 권력이 결탁해 한 시민을 억울하게 사형시킨 ‘칼라스 사건’을 접하고 펜을 들었다. 그는 수십 통의 편지와 소책자, 대중과의 직접적인 소통을 통해 여론을 형성했고, 결국 프랑스 사법부는 판결을 뒤집고 칼라스의 무죄를 인정했다.

   

 볼테르에게 글쓰기는 단순한 표현이 아니었다. 그것은 진실을 밝히기 위한 실천이며, 정의를 위한 행동이었다. 그는 말하고, 쓰고, 행동하는 지식인의 전형이었으며, “여론은 세계를 지배하지만, 그 형태를 결정하는 것은 철학자들이다”라는 말을 남겼다. 이는 오늘날 대학 구성원, 특히 교수와 학생들이 어떤 책임 의식을 가져야 하는지를 명확히 보여준다.

   

 물론 일부에서는 “가짜 뉴스 검증은 언론이나 플랫폼의 책임이지, 대학의 몫은 아니다”라고 반문할 수도 있다. 그러나 대학이란 무엇인가? 정보와 지식의 중개자이자 생산자인 교수, 그 지식을 습득하고 사회로 확산시키는 학생들이 모인 공동체다. 정보의 진위 여부를 판단하고, 지식의 윤리를 실천하는 것이 대학의 본질적 책무임은 부정할 수 없다.

   

 가짜 뉴스가 캠퍼스 안에서도 빠르게 확산되는 지금, 대학은 단순한 지식 전달 기관이 아니라 정보의 신뢰성을 감별하는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이를 위해 미디어 리터러시를 필수 교양으로 편성하고, AI 기반의 출처 검증 시스템을 도입하며, 학생들에게는 정보 공유의 윤리성을 교육해야 한다. 또한 교수는 강의에서 뉴스 분석과 비판적 사고를 실천하고, 학내 언론은 팩트체크와 정정보도를 통해 정보 생태계의 중심을 지켜야 한다.

   

 결국, 가짜 뉴스의 확산은 정보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비판의식과 실천의 부재에서 비롯된 사회적 결과다. 대학이 이 흐름을 방관한다면, 지식의 권위는 점점 더 약화되고, 공동체로서의 신뢰 역시 무너질 것이다. 이제 대학은 다시 묻고, 따지고, 행동하는 공간으로 회복되어야 한다. 그리고 우리는 다시, 볼테르처럼 말하고, 쓰고, 행동하는 지식인이 되어야 한다.


주소를 선택 후 복사하여 사용하세요.

뒤로가기 새로고침 홈으로가기 링크복사 앞으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