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슷해 보이지만 다른 그 이면
국내 대학교수는 일반적으로 △정교수 △부교수 △조교수 등 학교 교원으로 소속되는 전임교원과 △겸임교수 △초빙교수 △시간강사 등 정식으로 대학의 전임교원으로 임용되지 않은 비전임교원으로 구분된다. 또한 전임교원은 정년 보장을 받을 수 있는 정년트랙과 2~3년 주기로 재계약을 하는 비정년트랙으로 나뉜다. 비정년트랙 전임교원(이하 중점교원)은 교육부 등의 대학 평가에서 핵심 지표 중 하나인 ‘전임교원 확보율’을 충족하기 위해 도입한 계약직 교수이다. 이들은 정년트랙 전임교원(이하 일반교원)과 동일하게 교육부에 등록되고 사학연금에도 가입할 수 있다. 하지만 정년 보장 없이 일정 기간 단위로 재계약한다는 점에서 차이점을 보인다.
사립대학교들은 한정된 예산에 전임교원 확보율 지표를 맞추기 위해 비교적 인건비 부담이 적은 중점교원을 채용해 왔다. 본교의 경우 지난 2011년부터 중점교원 임용을 시작했으며 지난 2014년까지 약 20명의 중점교원을 채용했다. 지난 2015부터는 약 3,200만 원의 연봉제로 고정된 교원들을 채용하기 시작했다. 이후 본교는 중점교원을 집중적으로 늘리면서 전임교원 수를 확보했고 해당 기간 정부 재정 지원 성과를 올렸다. 이후 현재 본교의 전체 교원 약 485명 중 일반교원은 약 335명, 중점교원은 약 150명 정도로 확인됐다.
처우개선이 우선돼야···
한편, 지난달 13일 본교 중점교원들은 본교 측에 자신들의 고용 신분을 일반교원으로 전환해 달라고 요구했다. 중점교원의 경우 일반교원과 업무상 큰 차이는 없음에도 불구하고 임금이 낮다는 것이 이유였다. 더불어 대학 평가 지표에는 정규직 교수들과 함께 전임교원으로 집계되지만 교수로서의 권한과 대우는 동등하게 부여되지 않는 점이 주요한 문제로 지적됐다. 본교 일부 중점교원들은 인천일보와의 인터뷰를 통해 “중점교원과 일반교원의 처우가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에 어긋나며, 학내에서 사실상 차별받고 있다”며 “고용 신분에 따른 차별이 학내에 뿌리 깊다”고 토로했다. 이에 지난달 25일 2025학년도 제1차 이사회 회의(이하 이사회)에 맞춰 중점교원 약 40명이 본교 대학본부 앞에서 △낮은 임금 △승진 불이익 △고용 불안 등의 개선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였다.
이에 따라 지난달 25일 열린 이사회에서는 중점교원의 요구에 대해 논의했다. 본교 교원인사규정에는 일반교원 전환에 대한 수정이 명시돼 있지 않다는 문제가 존재했다. 본교 교무처장은 이와 관련해 정관에 전환 규정을 명시한 후에 인사규정을 개정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교원인사규정을 먼저 개정할 시 상위법인 정관과 배치되는 상황이 발생해 적용할 수 없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이사회에서는 ‘중점교원’이라는 용어가 정관에 없어 교원인사규정을 개정하는 것으로 결정됐으며, 추후 이사회에서 논의하겠다고 밝혀졌다.
그런데 이사회가 예정된 전날, 본교 교수회는 중점교원의 일반교원 전환에 대한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교수회는 정관에 전환과 관련된 규정을 명시하는 것이 아닌 중점교원의 근무 여건과 처우개선을 위한 합리적 방안을 모색하도록 공청회 등을 요청하는 내용의 뉴스레터를 발송했다. 교수회의 뉴스레터에 따르면, 이와 같은 논의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고 전했다. 지난 2023년 2월 이사회 당시 전체 교수들의 의견 수렴 없이 교원인사규정과 전문영역중점교원규정의 개정을 추진했지만 이사들의 만장일치로 부결됐다. 이는 심사에서 탈락한 중점교원의 법적인 소송 가능성을 우려한 결과였다. 교수회는 전문영역중점교원규정 개정안의 문제로 △공개강의의 부재 △학과 교수 및 전공 교수의 보장되지 않는 참여 △객관성이 훼손된 심사기준 등을 지적했다.
처우개선이 아닌 구조적 문제, 불만 터져 나와
그러나 본교 교무처장은 교수회의 뉴스레터와 관련해 지난 2023년 2월 이사회에 상정한 것은 ‘인사규정 개정안’이며, 이는 ‘전문교원중점교원 규정안’이 아니라고 명백히 밝혔다. 또한 전문영역중점교원규정의 개정을 추진한 결과는 부결이 아닌 보류라고 사실을 정정했다. 더불어 뉴스레터의 ‘공정성과 투명성이 담보되지 않으면 전환임용은 측근 챙기기의 유혹으로부터 결코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라는 표현은 대학본부 보직자와 교무행정 담당자의 명예를 훼손하는 것으로 해석된다며 유감을 표했다. 덧붙여 본교 교수회는 2차 평가의 경우 ‘정성평가’로 이뤄져 심사기준의 객관성을 훼손한다고 주장했지만, 지난 2023년 전환임용 심사의 평정 기준을 확인하면 2차 평가는 ‘연구업적’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는 정량 및 절대 평가로 평가가 이뤄지는 항목이다.
관련해 지난달 31일 전국교수노동조합 경기대지회(이하 경기대지회)는 교수회를 비판하며 “본교 중점교원들은 대학 내 필수적인 교육과 연구 업무를 수행함에도 △연봉 △처우 △의사결정권 등에서 차별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덧붙여 해당 제도의 문제는 고용 안정성뿐만 아니라 교육의 본질을 위협하는 구조적 문제라고 밝혔다. 경기대지회는 본교 교수회의 뉴스레터에 대해 “△공정성 △객관성 △형평성 △투명성 등도 모자라 진정성까지 운운해 중점교원의 일반교원 전환에 대해 사사건건 시비를 걸고 있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뿐만 아니라 본교 교원노동조합(이하 교원노조)과 교수연합회(이하 경교연) 측은 지난 2일 “일부 일반교원들이 중점교원에 대한 ‘차별’이 아니라 ‘차이’라는 표현으로 불합리한 현실을 정당화하고 교육이 질을 운운하며 반지성적 언행을 반복하고 있다”며 뉴스레터를 지적했다. 교원노조와 경교연은 “현재 중점교원들은 이러한 부당한 차이, 즉 ‘차별’ 속에서도 △우수한 강의평가 △다수의 연구 프로젝트 △탁월한 연구성과를 통해 국내외에서 본교의 명성을 높이고 있다”며 “학교발전 및 지역사회에 기여한 것에 대한 정당한 평가와 합리적인 대우를 바란다”고 말했다.
반대 의사 피력이 아닌 다양한 목소리 대변일 뿐
한편 지난 2일 본교 교수회의 뉴스레터 발송을 ‘전환임용제도를 반대하는 것’으로 해석한 중점교원들은 본교 제10대 교수회 황의갑(경찰행정학전공) 회장에게 항의하고자 교수회 사무실에 방문했다. 황 교수회장은 뉴스레터 발송 배경에 대해 “전환임용 사안에 대해 반대 또는 민원은 제기한 일반교원은 없었다”고 전하며 일각에서 ‘절차가 공정하지 않으면 결국 줄 세우기와 같다는 의견’과 ‘중점교원 전체가 전환되는 것은 아니니 처우개선이 우선’이라는 의견이 있어 뉴스레터를 발송하게 됐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더불어 황 교수회장은 “본교 교수회는 전환임용에 대해 반대 의사를 피력한 적이 없다”는 의견을 전했다.
중점교원들은 학내 분위기가 민감한 상황에서 배포된 뉴스레터는 반대 의견의 피력으로 간주된다고 말했다. 또한 중점교원들은 교수회의 시각을 비판하며 “중점교원은 일반교원에 비해 더 많은 강의와 연구를 짧은 재계약 기간 내에 수행하고 있다”며, 마치 신임교원 임용처럼 공개강의 등의 방법으로 또다시 검증이 필요한 이유와 의도가 무엇인지 물었다. 더불어 그들은 “매우 열악한 처우를 받는 상황”이라며 “일반교원들이 중점교원들의 상황을 이해해 주지 않고 부정적인 견해만을 주장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황 교수회장은 방해하지 않겠다며 중점교원의 방법론적 견해를 본부에 전달하라는 입장을 보였다.
덧붙여 중점교원들은 “교수 사회를 대표하는 교수회가 전환임용에 대해 전향적으로 입장을 표명해야 원활하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며 “생계를 유지하기 어려운 중점교원들이 타 대학으로 이직하는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황 교수회장은 일반교원과 중점교원을 갈라치기 할 생각은 없다고 밝히면서 “개인적으로는 전환임용에 찬성하나 교수회 회원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대변해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에 오늘 14일(월) 본교 본관 앞에서 중점교원들의 전환규정 제정과 처우개선 촉구를 요구하는 공동 기자회견 및 집회가 진행됐다.
비정년의 굴레를 벗어던진 캠퍼스들
중점교원의 일반교원 전환에 대한 사안은 본교만의 문제가 아니다. 그동안 중점교원의 일반교원 전환과 관련한 문제는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연구년과 각종 수당이 없다는 점 △승진 기회가 제한적이라는 점 △각종 행정 직책이나 의사결정 기구 참여에서 배제되고 있다는 점 등이 이유였다. 이에 일부 타 대학은 중점교원을 일반교원으로 전환하는 등의 방법으로 대처하고 있다.
일례로 건양대학교(이하 건양대)는 본래 중점교원을 고용했으나 지난 2018년에 중점교원을 일반교원으로 일괄 전환한 뒤 중점교원을 채용하지 않고 있다. 건양대 관계자는 “중점교원이 있었던 때에도 일반교원과 급여·복지 등에서 차별을 두지 않았다”며 “교원이 구조적 불평등과 차별, 불안정한 지위를 경험하고 있다면 교육의 질이 저하될 뿐만 아니라 그 피해가 고스란히 학생들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으므로 이를 막고자 지난 2018년부터 중점교원을 신규 임용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더불어 평택대학교(이하 평택대)는 지난 2023년 7월 19일 교무위원회에서 ‘교원인사규정 제3조(전임교원의 구분) 비정년트랙 교원’ 조항을 삭제하고 같은 해 9월 1일부터 중점교원 22명을 일반교원으로 전환하면서 중점교원을 없앴다. 평택대 정선호 교무연구처장은 “중점교원이 비정년이란 계약 조건을 인지하고 들어오긴 했으나, 이들의 업적이나 기본적인 역량은 정년트랙 교수와 다르지 않고 교수 회의에도 참여한다”며 “학생 수가 줄고 있지만 대학 생존을 위해 역량 있는 교수를 확보하는 방안으로 이번 결정이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한신대학교(이하 한신대)는 지난 2020년부터 교원 간 차별에 대해 논의하기 시작한 바 있다. 이에 따라 한신대는 지난 17일 ‘비정년 교수 격차 해소를 위한 대학 혁신 토론회’를 개최했다. 해당 토론회에서는 한신대 중점교원 전환 협상 과정과 특징, 법률 개정을 통한 중점교원 차별 해소 방안을 중심으로 논의가 이뤄졌다. 한신대는 오는 9월부터 중점교원 제도를 폐지하고 새 통합 트랙을 시행할 예정이다.
강준혁 기자 Ι kjunh1092@kyonggi.ac.kr
김선혜 기자 Ι sunhye@kyonggi.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