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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이슈] 한국 13년 만의 최고 자살률, 사회는 무엇을 놓쳤나 OECD 국가 ‘자살률 1위’ 오명 벗자 정예은 기자 2025-04-14 17:47:08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자살로 인한 사망자 수는 13년 만에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매일 평균 약 40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수치다. 이에 본지는 수원시 자살예방센터 및 前 서울대학교 보건환경연구소 김재원 연구조교수와의 인터뷰를 진행해 줄지 않는 자살률의 원인에 대해 자세히 알아봤다.

 

아직도 한국은 OECD 회원국 중 자살률 1

 

 전 세계적으로 한 해의 약 74만 명, 평균 43초에 한 명이 자살로 삶을 포기하고 있다. 그중 한국의 자살 사망자의 수는 해외와 비교해 더욱 많은 수준이다. OECD가 발표한 지난 2018년부터 2020년 통계에 따르면 대한민국의 자살률은 10만 명당 24.8명으로 OECD 회원국 42개국 중 1위를 기록했으며 이는 평균 자살률인 11.1명의 2배 이상이다.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고의적 자해’로 인해 목숨을 끊은 사망자수는 1만 4,439명으로 잠정 집계됐다. 이는 하루에 40명 가까운 사람이 매일 목숨을 끊은 것이다. 더불어 작년 자살 사망자는 근 13년간 최대치를 기록하며 꾸준히 해결되지 않는 문제로 자리 잡았다.

 

 또한 지난 2020년 코로나 팬데믹 시기, 코로나 사망자보다 자살자가 증가하며 사회에 충격을 준 바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백종헌 국민의힘 의원이 복지부와 질병관리청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20부터 2023년까지 3년간 코로나 사망자는 3만 5,934명으로 자살자 3만 9,453명보다 적었다. 이에 백 의원은 자살에 대해 ‘국가적 재난’을 선포하고 국가적 차원의 대책 마련이 시급함을 강조했다.

 

사회구조적 문제까지 이어질 수 있어…


 자살은 비단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 전반에 걸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친다. 이에 본지는 자살률 증가의 심각성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고자 수원시 자살예방센터에서 근무 중인 백민정 상임 팀장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백 팀장은 자살 유가족의 정신적인 피해를 가장 먼저 언급했다. 한 명이 사망하면 최소 8~10명 정도가 자살 유가족으로서 영향을 받게 되며 이는 직계 가족뿐만 아니라 주변의 △친구 △지인 △동료들에게까지 충격을 준다는 설명이다. 더불어 자살률이 증가함에 따라 자살이 삶의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는 도피처로 간주될 수 있다. 백 팀장은 “인생에 힘든 문제나 어려움이 있을 때 적극적으로 해결하려 하기보다 자살이 회피하는 방안으로 제시될 가능성이 높다”며 “이는 넓은 의미로 우리 사회가 건강하지 않다는 인식을 심어주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심각성을 밝혔다.

 

 더불어 보건복지부에서 발간한 ‘한국의 사회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22년 기준 10~30대에서 자살이 사망 원인 1위를 차지했다. 이에 대해 한국자살예방협회의 기선완 회장은 메디파나 뉴스와의 인터뷰를 통해 “무엇보다 한창 사회에서 활동할 생산 가능 인구가 자살로 죽어간다는 것은 이후 사회에 큰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우려했다. 청년은 미래 사회의 경제적 발전을 이끌 중요 주체다. 청년들이 자살을 선택할 경우, 사회적 생산성과 경제 성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초래할 것으로 보인다.

 

좁아진 취업 문으로 갈 곳 잃은 청년들

 

 그렇다면 사회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청년들의 자살 원인은 무엇일까? 백 팀장은 “심리부검 결과에 따르면 청년기에 해당하는 34세 미만은 자살의 원인으로 ‘취업이나 직업에 따른 스트레스’가 가장 높게 나타났다”고 전했다. 현재 청년층의 고용 상황은 갈수록 악화하는 모습을 보인다. 실제로 지난해 월평균 청년 취업자 수는 전년보다 14만 명 넘게 줄어든 375만 5,000명으로 11년 만에 가장 적은 수치를 기록했다. 좁아진 취업 문의 원인으로는 청년층이 선호하는 대기업이나 공공기관 등의 일자리 감소가 지적된다. 실제로 한국경제인협회의 조사자료에 따르면 매출액 500대 기업에 올해 상반기 신규 채용을 물은 결과 61.1%가 계획이 없거나 미정이라고 밝혔다.

 

 이에 본지는 ‘지역별 고용불안정이 청년 자살률에 미치는 영향’의 논문을 저술한 前 서울대학교 보건환경연구소 김재원 연구조교수와의 인터뷰를 진행해 청년 자살의 원인에 대해 보다 전문적으로 알아봤다. 김 교수는 자살률 증가의 근본적인 원인으로 비교 문화를 지목했다. 한국의 경우 생애주기에 따라 수행해야 하는 과업이 정해져 있기에 사회에서 통용되는 ‘평균’에 미달될 경우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는 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SNS를 통해 남들과 취업하지 못한 나를 비교하며 우울증까지 겪을 수 있다. 이는 심적 고통으로 이어져 자살이라는 극단적 선택에 크게 기여한다.

 

5차 자살예방기본계획’ 발표하지만 예산은 부족

 

 정부는 자살예방법에 따라 5년마다 기본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그에 따라 지난 2023년 ‘제5차 자살예방기본계획’을 발표했다. 내용은 자살로부터 안전한 사회 구현을 위해 오는 2027년까지 자살률을 30% 감소시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더불어 △자살시도자 유족의 신체 손상 및 정신과 치료비 지원 △자살유발정보 24시간 모니터링 △정신건강검진 주기 2년 단축 및 검진 질환 확대 등 15대 핵심 과제 및 92개의 세부 과제가 포함됐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사후 대응적인 성격으로 경제적 어려움, 사회적 고립과 같은 근본적인 사회문제의 해결책이 필요함을 지적했다. 백 팀장은 “자살은 실제로 안전망이나 자살 예방 대책이 수립돼 있지 않아서 일어나는 것이 아닌 사회 구조적인 문제가 주원인”이라며 정책의 한계를 전했다. 더불어 사회가 안전하고 충분한 경제생활을 보장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뿐만 아니라 정부의 목표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예산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작년 정부의 자살 예방 관련 예산은 830억 원이었다. 이는 국민 1인당 연간 1,600원 정도를 투자하는 것으로 OECD 평균의 1/3 수준에 불과했다. 낮은 예산의 피해는 지역 정신건강복지센터와 자살예방센터에 전가된다. 백 팀장은 “자살 예방 법률에 따라 모든 지자체가 자살 예방 사업을 하게 돼 있으나 이에 대해 모르는 시민들이 많아 대부분 시에서 운영하는 센터를 방문한다”며 과도한 업무의 고통을 호소했다. 또한 정신건강 의료체제에도 결점이 존재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자살의 주요 원인으로 정신적인 문제가 36.2%로 높은 수준을 차지했다. 하지만 현재 의료체제는 △정신건강 전문 인력 부족 △의료 서비스의 지역 간 격차 △예산 부족 등의 문제를 겪고 있다. 백 팀장과 김 교수 모두 정신건강에 대한 사회적 인식 결여를 지적했다. 김 교수는 “이전에 비해 우울증과 같은 정신질환의 인식이 개선되기는 했으나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부정적인 인식을 가지고 있다”며 “그로 인해 한국의 우울증 치료율은 10% 내외로 현저히 낮다”고 전했다. 백 팀장은 “자살 예방 교육이 의무화된 것처럼 정신건강도 누구에게나 나타날 수 있음을 가르치며 자연스럽게 인식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며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또한 병원의 치료와 상담은 실적이 아닌 환자의 심적 평안함이 중심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SOS생명의 전화’, 없는 번호라고요?

 

△동호대교에 위치한 SOS생명의 전화


 한편 다양한 지자체와 민간단체에서는 사람들의 목숨을 살리기 위해 큰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민간 자살예방 기관 중 ‘Life Line’은 대한민국 최초 전화상담 기관인 국제 NGO이다. 365일 24시간 위기 속 대상자들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전국 20개 교량에 ‘SOS생명의 전화’를 설치했다. 이 사업은 13년 전에 처음으로 설치돼 1만 명에 가까운 생명을 구했다. 하지만 기사 보도에 따르면 작년 양화대교에 설치된 전화기 4대 중 2대는 없는 번호라는 답이 돌아왔으며 심지어 마포대교는 버튼이 눌리지 않았다고 밝혀졌다. 사용자들은 나라에서까지 버림당한 느낌을 받았다고 전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작년 5월, 재단 측은 날씨 영향을 많이 받는다며 ‘불안정한 통신’을 원인으로 설명했으며 전수조사를 통해 같은 해 9월까지 문제가 있는 전화기를 교체하겠다고 밝혔다. 본지는 현재 ‘SOS생명의 전화’의 문제가 해결됐는지 알아보기 위해 비가 오는 날씨에 전화가 설치돼 있는 동호대교에 직접 가봤다. 동호대교에는 전화가 가장 많이 걸려 온 마포대교와 비교해 안전 펜스 같은 시설물 없이 낮은 난간으로 위험천만한 모습이었다. 대교를 걷다 보니 수화기를 발견할 수 있었고 통화음이 울린 뒤 상담사와 전화가 연결됨을 확인했다. 작년 기준, 동호대교의 전화상담건수는 150건으로 서울에 위치한 다른 대교들에 비해 적다. 이처럼 많이 사용하지 않는 전화도 문제없이 작동하는 것을 통해 문제는 일단락된 상황임을 짐작할 수 있었다.

 

앞으로 우리나라 자살률의 미래는

 

 한국이 ‘자살률 1위’라는 오명을 벗을 방법은 없는 것일까. 핀란드는 1990년대 OECD 평균 자살률보다 두 배가량 높았다. 이후 1992년부터 세계 최초로 자살 예방에 나섰다. 우울증 치료뿐만 아니라 다른 질병의 경우 자살 충동 여부를 점점 하기도 했다. 아울러 사회와의 접촉을 증가시켜 소속감을 느낄 수 있도록 노력했다. 그로 인해 지난 2020년 기준 자살률이 12.9명으로 줄어드는 성과를 이뤘다. ‘자살이 많은 나라’로 불리던 일본 또한 2006년부터 자살대책기본법을 제정해 수천억 원에 이르는 막대한 예산을 투자했다. 노년층 자살률에 심각성을 느낀 일본 정부는 매일 밤 전화를 걸어 이들의 속 이야기를 듣는 콜센터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그 결과 15년 만에 자살률이 40% 줄어드는 결과를 보였다.

 

 백 팀장은 삶을 포기하고 싶은 생각이 드는 대학생들에게 “혼자서 해결하기 어렵다는 것을 인정하고 주변 사람들에게 도움을 요청하길 바란다”며 현실적인 조언을 전했다. 김 교수 또한 사는 게 너무 힘들 때는 자신의 문제에 파고들지 말고,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려보길 당부하며 인터뷰를 마쳤다.

 

글·사진 정예은 기자 Ι 202412382@kyongg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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