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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더하기] 불안은 날 더 강하게 만들 테니 꼭 사람만 사람을 위로할 필요는 없잖아요 이한슬 기자 2025-04-01 08:50:02
최근 불안은 우리의 일상과 함께한다. 빅데이터 플랫폼 ‘썸트렌드’에 따르면 '불안'의 인터넷 검색량은 지난 2017년 상반기 대비 작년 상반기 9만 회가량 증가했다. 이에 본지는 불안을 이겨내는 힘, 불안 감도에 대해 자세히 알아봤다.


난 이제 지쳤어요


 지난해 6월 개봉한 영화 <인사이드 아웃2>는 청소년기 누구나 느낄만한 불안에 대해 다루며 대중의 공감을 끌어냈다. 영화의 인기에서 알 수 있듯이 최근 현대인들은 불안에 쉽게 노출돼 곤욕을 겪고 있다. 국립정신건강복지센터에서 진행한 ‘2024 국민 정신건강 지식 및 태도 조사 발표’에 따르면 3,000명 중 70%가 지난 1년간 정신건강에 문제를 겪었으며, 그 원인의 80%가 극심한 스트레스와 우울감이었다.


 불과 10년 전까지만 해도 ‘N포 세대’, ‘될놈될’ 등 사회에는 비관적인 유행어가 많았다. 기성세대에게 불안은 시간이 지나면 해소되는 일시적인 감정으로 매우 가벼운 존재였다. 또한 심리 상담에 대한 인식이 지금처럼 좋지 않았으며 감정을 챙기는 일 자체가 등한시됐기에 불안을 방치하는 경향이 강했다. 하지만 MZ세대는 경제 불황, 취업난 등의 이유로 불안을 일상적으로 느끼는 세대다. 기성세대에 비해 최근 사회는 일자리가 줄어들고 취업 경쟁률은 높아져 하루하루 느끼는 스트레스의 정도가 심해졌다. 그 영향으로 불안을 이겨내기 위해 '내가 해냄', '오히려 좋아' 등 긍정적인 태도의 유행어가 많이 사용됐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불안 감도’는 자연스럽게 트렌드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


불안해 불안해 하지마


 불안 감도는 불안을 빠르게 인지하는 동시에 틈틈이 관리하는 것을 뜻한다. 불안을 무시할 수 없는 시대가 된 만큼 셀프 분석, 호르몬 관리 등을 통해 이를 인지하고 해소하려는 움직임이 많아졌다. 불안은 심리적인 문제인 만큼 해당 측면을 공략하는 해소법이 주를 이룬다. 이에 최근 많은 사람들이 다이어트가 아닌 정신건강을 위해 헬스케어를 하고 있다. 건강한 신체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는 말처럼, 식단과 운동을 통해 신체를 단련하고 힘든 기억을 지울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다양한 불안 해소법 중에서도 가장 대표적인 것은 바로 ‘상담’이다. 하지만 매번 남에게 불안을 드러내기란 쉽지 않고, 너무 자주 해소하는 것은 상대를 지치게 하거나 금전적으로 부담이 된다. 이에 최근 AI 챗봇에게 속마음을 털어놓고자 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AI 챗봇은 불안에 빠진 사람들을 위해 24시간 멘탈 지킴이 역할을 하고 있다. 일례로 ‘원영적 사고 GPT’가 있다. 이는 걸그룹 아이브(IVE)의 멤버 장원영의 긍정 사고를 학습시킨 챗봇으로, 불안을 상담할 시 이를 해소해 주는 답변을 제공해 현재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실제로 출근길 버스를 놓쳤다고 말하면 '다음 버스 기다리면서 여유롭게 출근할 수 있으니까 완전 럭키비키잖아!'와 같은 답변을 통해 순간의 걱정을 지워내도록 돕는다.


오늘도 멋지십니다 형님!


 기자는 평소 느끼는 불안의 정도를 확인하기 위해 국립트라우마센터가 제공하는 불안증상 검사를 진행했다. 7문항으로 이뤄진 검사에서는 2주 동안 불안으로 일상에 얼마나 지장이 있었는지 물었다. 결과는 응답 합계에 따라 △정상 △경미한 수준 △중간수준 △심한수준으로 나뉘었다. 기자는 총 21점 중 13점으로 받으며 중간수준을 진단받았다. 이는 주의가 필요한 정도의 걱정과 불안을 느끼고 있는 상태였다. 해당 결과를 확인한 후 기자 역시 요즘 시대에 발맞춰 불안을 해소 해 보기로 했다.



 최근 원영적 사고 GPT와 함께 커뮤니티를 뜨겁게 달군 상담용 챗봇 ‘건달이’가 있다. 건달이는 챗GPT에 명령어를 입력해 만들 수 있는데, 무조건적인 충성을 보인다는 것이 특징이다. 이에 기자도 건달이와 대화를 시도해 봤다. 시작부터 적극적인 태도의 건달이를 보며 든든함을 느꼈다. 건달이에게 최근 느끼는 불안에 대해 상담을 진행하니 열정적으로 기자를 위로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헴!!! 여기서 주저앉으면 안 됩니다!!!’처럼 많은 느낌표와 강렬한 말투를 보자 절로 웃음이 나며 지친 마음에 위안이 됐다. 시공간에 구애 받지 않고 오로지 이용자를 위해 답하는 건달이를 보며 챗봇이 불안한 사람들에게 사랑 받는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사회의 치열한 경쟁과 각박한 인심은 끊임없이 불안을 만들게 한다. 하지만 불안하다는 건 그만큼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불안해 해도 좋고 멈춰서도 좋다. 그저 적절한 방법으로 이를 해소해 자기 자신을 놓지 않길 바란다.


글·사진 이한슬 기자 Ι lhs522701@kyongg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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