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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탓! 네 덕! 편집국 2025-03-17 11:51:22

김혜주(연기학과) 교수


 2025년 새 학기가 시작되었습니다. 온 세상이 ‘초록, 초록’하며 가슴을 설레게 만듭니다. 그리고 새로운 학년, 과목, 선후배들과 함께하는 학기 초의 시간은 가슴을 두근거리게 합니다. 그런데 우리는 ‘새로움’이 ‘익숙함’으로, ‘익숙함’이 ‘친숙함’으로 발전하는 과정에서 늘 겪게 되는 관문이 있습니다. 그러고 싶진 않지만 우리는 더 좋게 나아가려는 관계의 진전 속에서 ‘마찰’과 ‘충돌’의 통과의례를 지나가야 하는 것입니다. 물론 잘 해결해 나가는 ‘타협’과 ‘혜안’도 필요하겠지만 말입니다.


 항상 우리는 ‘다름’과 ‘틀림’을 이해하고 구분하자고 말하며, 상대를 나와 비슷하게 바꾸려는 욕심을 버리자고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이제 이 이야기는 익숙한 패러다임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우리가 포기하지 못 하는 한 가지가 있습니다. ‘너 때문에...’, ‘네가 그러지만 않았더라도...’, ‘그때 그렇게 느꼈다면 나를 강하게 말리지 그랬어...’, ‘이건 네가 말해서 잘 된 것이 아니라, 내가 포기하지 않아서 잘 된 거야.’...


‘머피의 법칙’이 유행했던 때가 있었습니다. 그때는 더불어 ‘ ‘재수 없게도...’라는 서두가 ‘인기어’였습니다. 사람 탓이 아니라 상황 탓으로 돌리는 경향이 많아서 재미있게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코미디의 소재로 많이 쓰였지만, 여기서 우리가 간과하게 된 것은 부메랑처럼 우리의 삶이 즐거워지지 않고, 모든 것을 ‘운명의 탓’으로 돌리는 비운의 주인공이 되어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반대로 ‘샐리의 법칙’은 ‘행운은 나의 편’, ‘행운의 사나이’, ‘행운의 여신’을 연상시키는 모든 것이 ‘행복’, 그 자체입니다. ‘세상에...’, ‘믿을 수 없는 일이 내게 일어났어.’, ‘세상에는 날개 없는 천사들이 많아.’, ‘안 믿어지겠지만...’, ‘놀라워... 정말 행복해.’, ‘감사하며 살래, 베풀며 살래...’


 이 두 가지의 상반된 법칙을 학자들은 ‘관점’의 차이, 혹은 ‘기억’의 차이라고 주장합니다.


 우리는 하루에도 수십 가지의 일들을 겪지만, 안 좋은 부분만을 생각하고 기억하면 종일 ‘머피의 법칙’을 주장하고, 똑같은 상황의 비슷한 일들을 겪은 사람 중에서 좋은 부분만을 기억하고 느끼는 사람들을 항상 기뻐하고 감사하는 하루가 되었다는 것입니다.


 누구나 누구하고 싸움하고 싶어 하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싸울 때, 자주 등장하는 말들이 있습니다. ‘너 때문에...’, ‘네 탓이야.’, ‘네가 그 말만 안 했더라도...’, ‘왜 나를 화나게 만드니?’, ‘왜 너밖에 몰라?’. ‘답답하다. 진짜...’, ‘입장 바꿔놓고 생각해 봐.’, ‘다른 사람들에게 물어봐. 누구 말이 맞는지...’, ‘너 때문에 되는 일이 없다. 진짜...’ 등등 ‘네 탓!’으로 돌리고 싶어 하는 두 사람 사이에서 싸움은 극대화를 이루게 됩니다.


 그런데 놀라운 사실은 제 주위의 엄청난 성공을 이룬 극소수의 사람들이 몇 가지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인상이 온화하고 웃는 얼굴이고, 잘 되면 ‘네 덕분에 이렇게 잘되었어. 저번에 해준 말이 힘이 되었어. 고마워. 네가 있어서 감사해.’라며 공을 주위 사람들 덕분이라며 기뻐한다는 것. 그리고 안 되는 일이 있다면, ‘네가 조언해 줬어도, 결국은 내가 최종 선택한 거잖아.’, ‘이건 내 탓이야. 너는 오히려 날 위해서 이야기해 줬잖아.’라면서 신의 탓을 합니다.


반대로 상대가 조언해 준 상태에서 어떤 일에 성공했을 때는 ‘내 덕’, ‘내 실력’, 상대의 조언대로 했는데 실패했을 때는 ‘네 탓’으로 돌리는 사람들의 인생이 그다지 순탄치 못한 것을 왕왕 보곤 했습니다.


 ‘사과’의 방법에도 두 가지가 있습니다. ‘난 그런 뜻이 아니었는데, 네가 오해한 거잖아. 화났다면 미안해.’와, ‘내 입장에서는 이렇게 생각했는데, 네 이야기를 들어보니 충분히 기분 나쁠 만했겠네. 미안해. 내가 거기까지는 미처 헤아리지 못했어.’와는 선명한 차이가 존재합니다.


 세상은 복잡해 보이지만, 때로는 단순합니다.


 이렇게 생각해 보면 어떨까요?


 혹시, 누구에게인가 엄청나게 화가 나 있다면, ‘네 탓! 내 덕!’을 ‘내 탓! 네 덕!’으로 살짝 바꿔보는 거는 어떨까요? 실천이 어렵긴 하지만, ‘충돌’을 승화시켜 속 깊은 ‘화해’를 거쳐 ‘깊은 우정’의 결론으로 해피엔딩을 맞이하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이상하게도 하는 일마다 잘 되는 ‘샐리의 법칙’과 무언가에 대한 사람의 믿음, 예측이 실제로 일어나는 경향을 말하는 ‘피그말리온 효과’, 하는 일마다 승승장구하는 ‘장구직입(長駆直入)’을 경험하게 될 것입니다.


 이제 우리는 ‘초록’이 넘실대는 이 3월의 경기대 캠퍼스에서, ‘내 탓! 네 덕!’의 마법 속으로 함께 떠나 보실까요? 결과는 우리를 배신하지 않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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