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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메인] 매운맛 하면 한국, 한국 하면 매운맛 환상의 K-매운맛 세계로 들어오시겠어요? 김세은 기자 2025-03-17 14:35:28
‘매운맛의 종주국’ 대한민국, 매운맛은 이제 금방 지나가는 유행이 아닌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았다. 이에 본지는 한국인뿐만 아니라 세계인을 사로잡은 K-매운맛에 대해 알아봤다.


K-매운맛, 불닭으로 세계를 정복하다

 

 지난 몇 년간 국내 매운 라면 ‘불닭볶음면(이하 불닭)’의 인기가 나날이 상승하고 있다. 삼양식품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해 1분기 삼양식품 라면 수출액 3,760억 원 중 2,800억이 불닭 수출액으로 수익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렇게 큰 인기를 자랑하는 불닭은 봉지라면 기준 스코빌지수1) 4,404SHU의 매운 라면으로 유명하다. 기존에는 우리나라에서만 인기를 유지했지만, 유튜브 채널 ‘영국남자Korean Englishman’에서 불닭 먹기에 도전하는 영상을 올리며 해외에서 ‘Fire Noodle Challenge(불닭 챌린지)’가 유행했다. 인기 유튜버가 라면을 먹고 매운맛에 힘들어하는 모습이 외국인들의 호기심을 자극한 것이다. 또한 서양에서 경험하기 힘든 자극적인 매운맛이 유행을 이끌어냈다. 불닭은 현재 챌린지 이상으로 받아들여지며 ‘매운 라면’이라고 하면 국내에서나, 해외에서나 바로 떠오르게 됐다.

 

 불닭의 유행 덕에 한국의 매운맛, ‘K-매운맛’ 그 자체를 즐기고 찾는 사람도 많아졌다. 한국의 △떡볶이 △라면 △김치찌개 등 매운 음식의 가짓수가 다양한 만큼 다채롭게 매운맛을 즐길 수 있다는 점이 외국인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더불어 K-POP의 영향력도 무시할 수 없다. 예를 들어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방탄소년단’의 멤버 지민이 불닭을 먹는 영상이 공개되면서 그 해 해당 라면의 판매량이 지난 2020년 대비 미국에서 158%, 중국에서 33% 급증해 사상 최대 매출을 기록했다.

 

우리도 처음부터 매운맛의 민족은 아니었어

 

 현재는 매운맛이 한식의 중요한 요소로 자리 잡았지만, 조선시대부터 우리가 흔히 먹는 고추가 있던 건 아니다. 한국은 처음부터 ‘빨간’ 김치를 먹지 않았다. 하지만 전부터 △마늘 △파 △겨자 등 자극성이 강한 향신료로 백김치를 만들어 먹었다. 그러다 조선시대 중기 임진왜란 이후, 일본에서 고추가 유입되면서 향신료 대신 고추를 사용하게 됐다. 고추를 사용할 시 음식 부패 되는 것도 막고 값비싼 소금을 적게 넣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점점 고추를 첨가한 음식이 많아졌고, 해방 이후 대략 1950년대부터 한국의 음식은 지금 우리가 아는 형태로 발전했다. 그 뒤 1960년대에서 1980년대, 급격한 경제성장에 따라 우리나라는 짧은 시간 안에 산업사회로 접어들었다. 갑자기 맞이한 경쟁사회에 시달리며 스트레스가 쌓였던 사람들은 매운 음식들을 통해 고통을 잠시나마 잊었다. 이를 넘어 극단적으로 매운 음식을 만들어 내기 시작한 것은, 1997년 IMF 외환위기 때였다.

 

 그럼 사람들은 왜 매운맛을 찾을까. 매운맛은 맛의 종류가 아니라 고통인 통각에 속한다. 따라서 이를 느끼면 뇌가 통증을 완화하기 위해 엔도르핀이나 아드레날린과 같은 호르몬을 분비한다. 해당 호르몬을 통해 사람들은 일시적으로 기분이 좋아지는 느낌을 받는다. 이 때문에 사람들이 스트레스를 받은 후 매운 음식을 먹으면 스트레스가 풀리는 듯한 기분을 느끼는 것이다.

 

어디에든 매운맛을 곁들여

 

 최근 한국인들은 매운맛의 한계를 넘어서고 있다. 많은 사랑을 받는 ‘동대문엽기떡볶이’가 그 예다. 이는 단계를 통해 매운맛을 나타내며 매운 것을 못 먹는 사람을 위한 ‘초보맛’부터 엽기적으로 매운 ‘매운맛’까지, 사람들에게 매운맛의 새로운 세계를 보여줬다. 이를 시작으로 ‘응급실 떡볶이’, ‘신전떡볶이’ 등 극한의 매운맛을 가진 떡볶이들이 등장하며 ‘매운 떡볶이’ 열풍을 가져다줬다.

 

 요즘 떠오르는 마라탕은 ‘마비될 것 같은 매운맛’으로, 혀가 아플 정도의 얼얼함과 독특한 향신료의 조화로 많은 사람들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이 마라 맛은 △떡볶이 △과자 △피자 △치킨 등 다양한 음식에 접목돼 사람들에게 도파민을 충족시켜 준다. 기업들 역시 이러한 매운맛 트렌드에 발맞춰 다양한 음식을 선보이고 있다. 일례로 ‘롯데리아’는 마라 맛 소스를 활용한 ‘마라로드’ 버거 3종을 출시했으며 ‘파리바게뜨’는 이를 활용해 다양한 빵을 만드는 ‘마라페어’ 행사를 진행했다. 또한 ‘빙그레’는 ‘붕어싸만코’ 아이스크림에 매운 소스를 더한 ‘멘붕어싸만코’를 선보였다.

 

 이러한 다양한 매운맛은 현재 소비 트렌드를 이끌고 있으며, K-매운맛의 인기는 단순한 유행을 넘어 한국의 음식 문화와 사회적 현상을 반영하는 중요한 요소로 자리 잡았다. 그렇게 매운맛을 즐기는 것은 단순한 미각의 경험을 넘어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일상의 고통을 잊게 해주는 방법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김세은 기자 Ι seeun2281@kyongg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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