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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올진 세상] 북촌 한옥마을, 벌써 나가라고요? 주민과 상인 모두를 만족시킬 정책은 어디에… 정예은 기자 2025-03-17 14:32:28
지난 1일부터 북촌 한옥마을에 시간제한 정책을 본격화했다. 너무 많은 관광객으로 인해 고통을 호소한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해 해당 구역을 특별관리지역으로 지정한 것이다. 일정 시간대만 방문할 수 있으며 그 외 시간에 관광을 목적으로 출입 시 과태료가 부과된다. 하지만 이에 대한 주민과 상인, 관광객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본지는 직접 북촌 한옥마을을 취재하며 다양한 시민들의 의견을 알아봤다.


관광지의 성지인 북촌 한옥마을 ‘레드존’ 지정

 


 종로구청은 작년 7월 전국 최초로 북촌 한옥마을 일대를 관광진흥법에 따른 특별관리지역(이하 레드존)으로 지정했다. 이후 지난해 11월부터 특별 관리를 시작하며 관광객이 가장 많이 찾는 북촌로11길의 방문 시간을 제한했다. 외에도 북촌로5가길과 계동길은 오렌지존, 북촌로12길은 옐로우존으로 지정해 강화 및 안내판 설치가 진행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후 올해 2월까지 계도 기간을 가진 후 지난 1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로 통행시간을 확정했으며 시간 외에 관광을 목적으로 출입할 경우 10만 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더불어 내년부터 불법 주정차가 잦은 북촌로와 창덕궁 구간에 관광버스 통행까지 제한할 예정이다. 종로구청은 지난 2018년부터 북촌로11길 일대를 대상으로 마을방문시간을 설정하고 안내 활동을 진행해 왔지만 자율적인 계도만으로 효과를 거두기는 어려웠다. 더욱이 코로나19 이후 방문객이 급증해 주민의 불편이 지속됐고 이에 강제적 조치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관광지’가 아닌 ‘주거지’이기에, 제도 도입 이유

 

 그렇다면 왜 북촌 한옥마을에만 출입 시간을 규제한 것일까? 이에 종로구청은 “주민의 생활환경을 보호하고 올바른 관광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한 정책”이라고 설명했다. 종로구청에 따르면 지난 2023년 기준 북촌 한옥마을의 방문한 관광객 수는 약 664만 명으로 추산된다. 특히 서울시가 지난 2020년 지구단위계획을 개정하며 전통 주거지였던 일부 단독 주택의 상업적 용도변경이 허용됐다. 이후 한옥체험업 형태의 무인 한옥스테이가 활성화된 것이다. 이는 숙박뿐만 아니라 한옥의 고유한 특성을 유지하며 현대적인 편의시설까지 제공해 외국인 관광객들의 수요를 증가시켰다. 여기에 경복궁, 창덕궁 등 핵심 관광지들이 밀집해 있다는 점까지 더해져 북촌 한옥마을은 서울을 대표하는 핫플레이스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증가한 관광객들로 인해 주민들은 일상생활을 이어가기 힘들 정도라며 불만이 커졌다. 더불어 한양대학교 정란수(관광학과) 교수는 조선일보와의 인터뷰를 통해 “타 관광지들의 경우 거주민보다 상인의 비중이 높은 편인데 이곳은 아직도 주민비중이 높은 편”이라며 다른 지역들보다 주민들이 많이 거주한다는 점을 제도 도입의 원인으로 꼽았다.

 

오버투어리즘에 지친 주민들의 목소리

 


 하지만 코로나 이후 하루가 멀다고 찾아오는 관광객들로 주민들은 △소음 △쓰레기 △거주지 침입 문제 등을 겪으며 몸살을 앓았다. 이는 특정 관광지에 지나치게 많은 관광객이 몰려 주민들의 삶을 망가뜨리는 현상을 뜻하는 ‘오버투어리즘(Overtourism)’을 확실하게 보여준다. 이에 본지는 사람이 가장 많다는 주말에 북촌 한옥마을을 찾아가 주민들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오버투어리즘 문제에 관해 북촌 한옥마을에 거주한 지 30년이 넘었다는 주민은 “길거리에 쓰레기는 넘쳤고 소음은 어마어마했다”며 관광객들로 인한 고통을 호소했다. 또 다른 주민은 JTBC News와의 인터뷰를 통해 “실제 사람이 사는 집이지만 계단에 올라가 사진을 찍거나 벽에 걸터 앉아 쉬기도 하는 등 주거침입 문제 또한 만연하다”고 전했다. 밤낮을 가리지 않고 늘어난 관광객은 주민들의 거주지와 일상 공간을 침해했다. 스트레스가 쌓여 한옥마을을 떠나는 주민들도 늘었다. 실제로 2013년 8,400명이 넘던 북촌 주민 수는 10년 사이 27.6%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주민은 “평화” 관광객은 “불편”, 상반된 목소리

 


 주민들의 호소로 북촌의 한옥 밀집 지역에 레드존 정책이 본격화된 지 한 달이 돼가는 지금, 어떤 점이 개선됐을까. 북촌 한옥마을에 도착한 기자는 입구부터 ‘방문 시간 제한구역’이 적힌 현수막을 볼 수 있었다. 한국어뿐만 아니라 △영어 △일본어 △중국어까지 다양한 언어로 쓰인 것을 보니 세계적인 관광지임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다. 주민들이 가장 많이 거주한다는 북촌로11길에 들어서자, 갈색 조끼를 입은 북촌보안관들이 조용히 대화해 달라는 문구의 팻말을 들고 있었다. 10m도 안 될 정도로 좁은 길 바로 옆에 실제 주민들이 살고 있는 한옥들이 줄지어 있는 모습을 보니 주민들의 고통이 바로 이해됐다. 하지만 작은 이야기에도 옆 보안관의 눈치가 보여 말없이 구경만 하게 됐다. 사진을 찍으러 왔다는 관광객 A씨는 “큰 소리를 내지 않았음에도 주의를 줘서 눈치가 보여 내려왔다”며 불편함을 토로했다. 더불어 가족끼리 나들이를 온 관광객 B씨는 “주민들을 위해 어쩔 수 없는 일임을 이해하지만, 마냥 편하지만은 않았다”고 말했다. 특히 통제가 시작되는 오후 5시 이후부터는 들어오는 관광객들에게 이제 나가달라며 팻말을 더욱 높게 들어 손을 저었다.

 

 더불어 상인들 또한 불만을 드러냈다. K-뷰티 브랜드를 선별해 놓은 상점을 운영하는 점주 C씨는 “매출이 전과 비교해 확연히 감소했다”며 경제적 타격을 언급했다. 또한 외국인 관광객을 주요 고객층으로 한 기념품 매장의 사장 D씨는 “이전에는 6시까지 영업했지만 시간 통제 이후 손님이 없으니 오후 5시만 돼도 문을 닫아야 한다”며 반강제적 영업시간 축소에 억울함을 드러냈다. 심지어 통제 이후 매출이 30~50% 급감했다며 수입이 줄어든 상황을 설명했다. 하지만 주민은 “이전보다 조용해진 것은 확실하다”며 제도의 효과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시간 통제 뒤에 숨겨진 이야기

 


 덧붙여 상인들은 종로구청의 협의 부족을 문제 삼았다. 상인 D씨는 “이전에 자영업자들에게 동의를 구하거나 제안한 적 없이 갑자기 제도가 시행됐다”며 억울함을 토로했다. 이에 작년 7월, △지역 주민 △상인 △전문가 등이 모인 공청회 개최를 요구하는 의견제출서까지 보낸 바 있지만 정작 시행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또한 통행 제한의 이유인 주민들의 거주·이전의 자유를 제한함이 입증되기 위해서는 헌법이 요구하는 비례성 원칙을 만족하는지 검토해야 한다. 하지만 자영업자들은 그 중 ‘법익의 균형성’을 문제로 꼽는다. 이는 개인이 받는 불이익보다 공익 증진이 커야 한다는 원칙으로 상인들의 피해와 골목 경제의 침체 등 이들의 경제적 자유를 과도하게 침해하는지 면밀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또한 일각에서는 과태료에 대한 실효성이 의심스럽다고 주장한다. 한 관광객은 “실제로 과태료를 어떻게 걷겠다는 것인지 모르겠다”며 제도의 의문을 표했다. 구역의 입구에서 통행객들을 확인할 때 어떤 기준으로 신분증 확인을 요구할 것이냐는 지적이다. 단지 외모로 판단하는것도 차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사장 D씨는 “구체적인 실행 과정에서 막대한 비용과 혼란이 예상된다”고 언급했다.

 

주민과 상인의 상생 방안을 찾아야 해


 △주민 △관광객 △상인 모두를 만족시킬 방법을 찾는 것이 평화로운 북촌 한옥마을의 최종 목표다. 이에 경희대학교 서원석(Hospitality 경영학과) 교수는 YTN과의 인터뷰를 통해 “입장료가 없어 저가 단체 관광객들이 우후죽순 들어오는 것”이라며 “관광 신청을 받거나 사전 허가제를 실시해 관광객들의 일정 밀도를 낮추고 분산할 방법을 고안하는 것”을 해결 방안으로 제시했다. 사전 허가제는 해외 페루의 ‘마추픽추’나 인도네시아의 ‘코모도섬’과 같이 유명 관광지에서 방문자에게 특정 날짜에 예약해 방문하도록 하는 제도다. 일각에서는 책임감 있는 관광 문화를 위해 여행객에게 부과하는 ‘도시 입장세’를 도입해야 한다는 입장도 존재한다. 대표적인 해외 사례로는 하와이가 있으며 외에도 이탈리아, 프랑스 등 관광산업에 의존하는 나라들의 경우 이미 제도를 적용해 방문객들의 수를 조절하고 있다. 또한 일본 교토시는 오버투어리즘 대응의 우수 사례로 꼽힌다. 기존 ‘쓰레기를 버리지 마시오!’와 같은 부정적인 표현이 포함된 메시지를 탈피해 바람직한 행동 기준 책정 및 인증제도 도입을 통해 환경 증진을 추진한 바 있다. 이로 지속 가능한 교토 관광 촉진을 위한 우수 사업자를 선정하는 등 긍정적인 방향으로 참여를 유도한 것이다. 주민들에게 혜택을 제공함으로써 제한 시간을 조정하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레드존에 거주 중인 주민들에게 복지 포인트를 활용함으로써 실질적인 혜택을 제공하자는 것이다.

 

 북촌 한옥마을의 시간제한 정책은 주민들에게 이전보다 개선된 주거환경을 제공했다. 하지만 관광객들에게는 눈치를, 상인들에게는 경제적 피해를 불러일으켰다.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된 제도인 만큼 더 많은 사람들의 의견을 수렴해 주민들의 불편은 줄이면서도 상권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할 방안을 모색해야 할 시기로 보인다.

 

글·사진 정예은 기자 Ι 202412382@kyongg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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