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트 폭력 가해자 구속률, 신고 건수 전체의 2%도 안돼
데이트 폭력은 주로 연인 관계에서 발생하는 폭력으로, 다양한 유형을 보인다. 익히 알려진 언어적 폭력과 신체적 폭력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심리적 지배와 통제 △인간관계 제한 △성폭력 △살인으로도 일어나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1월부터 4월까지 접수된 데이트 폭력 신고 건수는 약 2만 5,967건이며 검거된 가해자는 4,395명에 달했다. 하지만 이 중 구속된 사람은 단 82명으로 전체의 1.87%에 그쳤다. 이는 과거 5년간 평균 구속률인 2.21%보다 낮은 수치로, 데이트 폭력이 증가하는 추세임에도 불구하고 법적 대응이 미흡하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유형별로는 폭행 및 상해가 3,006건으로 가장 많았고, 감금 및 협박과 성폭력이 뒤를 이었다.
다만 데이트 폭력은 주로 사적인 공간에서 발생하기에 실제로 일어나는 것은 이보다 더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피해자의 주변인이 피해 사실을 발견하더라도 이를 연인 간 문제로 간주해 신고나 개입이 늦어진다는 분석이다. 또한 관계 초기에는 폭력의 전조를 놓칠 수 있어 이를 알아챘을 때는 이미 폭력의 수위가 상당히 높아져 빠져나오기 힘든 상황이 많다. 이에 본교 윤옥경(범죄교정심리전공) 교수는 “데이트 폭력이라는 단어로 인해 폭력이 연인 간의 사소한 갈등으로 가볍게 여겨질 수 있다”며 “데이트 폭력을 신체적, 정신적 피해가 동반되는 중대한 범죄 행위로 인식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가해자의 폭력 정당화, 하루 1명 이상 살해 위협 느껴
전문가들은 데이트 폭력 가해자가 자신의 욕구를 채우거나 타인을 자신의 통제 아래에 두고자 하는 경향이 있다고 주장한다. 이때 가해자는 상대를 진정으로 존중하지 않고 ‘내 말을 잘 들어야 너를 사랑하겠다’ 또는 ‘내가 널 버리지 않는 한 너는 나를 떠날 수 없다’며 집착하는 경향을 보인다. 윤 교수는 이와 같은 태도를 지닐 경우 데이트 폭력의 가해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이 외에도 윤 교수에 따르면 데이트 폭력의 피해자는 대표적으로 ‘매맞는 아내 증후군’을 겪는다. 이는 주로 △상대방에게 애정이 남아있는 상태에서 본인이 변화하면 나아질 것이라 기대하는 경우 △가해자가 상대를 붙잡기 위해 자신의 변화를 약속하는 경우 △폭력 상황을 오랫동안 겪어 심리적으로 무기력해져 빠져나오지 못하게 되는 경우를 포함한다. 또한 피해자에 대한 극심한 위협과 협박뿐만 아니라 가족을 해치겠다 위협할 경우 두려움을 느껴 관계를 청산하지 못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일례로, 지난 2021년 서울 노원구에서 데이트 폭력 피해자와 그 여동생, 어머니까지 모두 살해한 사건이 크게 논란되며 데이트 폭력에 대한 시민들의 두려움이 증가했다. 실제 지난 5월 동아일보가 여성인권단체 한국여성의전화의 작년 언론 보도를 분석한 결과, 데이트 폭력으로 살해당하거나 살인미수 피해를 입은 여성이 449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데이트 폭력, 관련 법안이 먼저 마련돼야…
지난 2021년 CBS 노컷뉴스가 데이트 폭력 판결문 79건을 분석한 결과, △집행유예 40건 △실형 31건 △벌금형 8건으로 나타났다. 실형을 받은 경우는 주로 전과가 있거나 강간 등의 강력범죄를 저지른 경우였다. 이 같은 솜방망이 처벌로 인해 데이트 폭력이 근절되지 않는 실정이다.
이 외에도 데이트 폭력 그 자체를 처벌할 수 있는 법안이 마련돼 있지 않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일고 있다. 현재 여러 데이트 폭력에 적용되는 형법상 폭행죄는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으면 기소할 수 없는 반의사불벌죄를 따른다.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이유로 데이트 폭력의 가해자를 풀어주는 것이다. 실제로 피해자의 처벌 불원 의사는 가해자에게 상당히 유리한 양형 요소로 작용한다. 한편에서는 ‘친밀한 관계’란 특성을 고려해 데이트 폭력에 대한 반의사불벌죄 적용을 배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국회입법조사처 허민숙 입법조사연구관에 따르면 △사건 접수 △수사 △처벌이 피해자의 의사에 전적으로 달려있기 때문에 실제로 가해자가 피해자를 협박·회유해 고소를 철회하도록 할 수 있으며 이는 피해자가 진정으로 처벌을 불원하는 것이 아닌 보복의 두려움 때문이라고 전한 바 있다.
반의사불벌죄는 지난해부터 스토킹처벌법에 대해선 폐지됐으나, 데이트 폭력 사안에는 여전히 적용된다. 이와 정반대로 미국에서 1984년부터 시행된 임의체포제도는 현장에서 피해자에게 고소나 처벌 의사를 묻는 것을 엄격히 금지한다. 화해나 중재를 시도하는 것도 마찬가지로 금지하며 오직 현장에서 가해자를 체포하는 것만이 허용된다. 또한 영국은 지난 2014년부터 폭력의 가능성이 있는 연인의 전과기록을 조회하도록 요청할 권리를 보장하는 클레어법을 시행 중이다.
오수빈 수습기자 Ι soobin2946@kyonggi.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