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여행 포인트 1 : AK플라자
홍대입구역에 내리면 4번 출구로 나가는 것이 여행의 시작이다. 4번 출구 바로 앞엔 오타쿠의 성지로 알려진 AK플라자가 자리해 있기 때문이다. AK플라자에는 5층에 입점한 ‘애니메이트’를 필두로 오타쿠를 위한 가게 및 팝업이 가득하다. 에스컬레이터를 올라가며 보이는 캐릭터와 아이돌 굿즈의 향연은 기자의 설렘을 드높였다. 그렇게 설렘을 안고 도착한 애니메이트에서 요즘 가장 좋아하는 애니메이션 굿즈를 구매했다. 사람이 내부를 꽉 채울 정도로 많았지만 모두 같은 목적을 가졌을 거라는 생각에 눈치 하나 보이지 않았다. 이후 4층으로 내려가 떨리는 마음으로 랜덤 뽑기, 이른바 ‘가챠’에 임했다. 어떤 캐릭터가 나올지 모르지만, 뽑는 순간 두근거리는 마음은 그 어떤 것과 비교할 수 없었다. 어쩌면 이 설렘을 위해 가챠를 하는 걸지도 모르겠다.
기자의 여행 포인트 2 : 뮤즈포터리
두 손 가득 굿즈를 들고나온 뒤 기자가 향한 곳은 최애를 향한 마음을 더욱 적극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장소였다. 4번 출구 근처 건물 사이에 있는 뮤즈포터리는 찾기 힘든 것과 달리 내부는 다른 사람들이 만든 그릇으로 아기자기하게 꾸며져 있었다. 앞서 그릇 만들기 클래스에 예약했던 기자는 바로 앞치마를 두르고 자리에 앉았다. 이후 직원의 친절한 설명과 함께 미리 보낸 캐릭터 얼굴 도안으로 그릇을 만들기 시작했다. 만들수록 좋아하는 캐릭터가 망가지지 않도록 잘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점점 커져만 갔다. 클래스를 듣는 모두가 같은 생각이었는지 도자기 흙을 만지작거리는 동안 잡담 하나 들리지 않았다. 2시간이 꼬박 지난 뒤 나온 결과물은 아쉬운 부분도 보였지만, 직접 만들었다는 생각에 뿌듯함이 잔뜩 올라왔다.
기자의 여행 포인트 3 : 아피시온
하얗던 하늘이 어둑어둑해지자 기자는 멀리 발걸음을 옮겼다. 사람이 가득한 거리를 지나 도착한 곳은 골목에 숨어있는 칵테일 바, 아피시온이었다. 아피시온은 ‘오타쿠 칵테일 바’로 유명한데, 자자한 명성만큼 들어가자마자 보이는 수많은 굿즈는 입이 떡 벌어지게 했다. 테이블에 앉아 메뉴판을 펼치자 아피시온만의 오리지널 칵테일이 있었다. 기자는 그중에서도 캐릭터 ‘하츠네 미쿠’를 본뜬 칵테일을 주문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나온 칵테일은 캐릭터의 특성이 잘 드러나는 맑은 하늘색을 띠고 있었다. 한 모금 마시자 퍼지는 상큼하고도 부드러운 맛은 기자를 아피시온에 완전히 빠져들게 했다.
사람들 사이에서 좋아한다고 말하지 못하고 눈치 보는 오타쿠들은 이 겨울, 홍대입구로 떠나보자. 다양한 사람들로 북적거리는 그곳에는 각자 좋아하는 것을 찾으러 온 사람들이 모여 각기 다른 매력을 뽐내는 거리를 만들고 있다. 그 한가운데서 차가운 눈을 녹이듯이 열렬히 무언가를 좋아해 보는 건 어떨까.
글·사진 김선혜 기자 | sunhye@kyonggi.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