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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더하기] 추억할 그 LP 위에 갈피를 꽂고 선 음반이 아닌 문화가 돼서 돌아오다 김세은 기자 2024-12-09 22:10:54
요즘 카페, 식당에서 흔히 보이는 턴테이블과 그 위에서 돌아가는 LP. 언제부터인가 LP 청음 공간 및 카페들이 증가하기 시작했다. 요즘 LP는 인테리어와 소품뿐만 아니라 K-POP 아이돌의 음반으로도 발매되며 하나의 문화가 됐다. 이에 본지는 LP의 변천사를 알아보고 실제로 매력을 느껴보기 위해 직접 전문 청음 공간을 방문해 봤다.



LP가 들려주는 역사 이야기

 

 20세기 중반에는 유사 나팔 모양을 한 축음기를 통해 음악을 듣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당시엔 ‘SP(Standard-Playing)’를 이용해 노래를 들을 수 있었으며 집마다 거실에 하나씩 있을 정도로 이 시대 사람들이 음악을 즐기기 위해 자주 사용했다. 그러나 한 면에 여러 곡을 수록할 수 있는 비교적 긴 재생 기간을 가진 ‘LP(Long Play)’가 등장함으로써 이를 들을 수 있는 ‘턴테이블’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이러한 시대를 맞춰 1970년대에 들어서는 ‘비틀즈’ 등 전설의 밴드들이 LP로 음반을 내면서 대중화됐고 사람들에게 LP와 턴테이블은 친숙한 존재가 됐다. 


 미국에 색다름을 가져다줬던 LP는 우리나라에도 큰 영향을 끼쳤다. 가요계에 LP가 등장하면서 다방과 레코드 숍이 거리에 부쩍 늘어나며 LP를 쉽게 접할 수 있었다. 턴테이블을 장만하기 어려운 사람들도 음악다방에서의 LP를 통해 노래를 들었다. 이렇게 큰 관심을 받았던 LP는 1990년대에 들어 MP3, 카세트테이프 등의 등장으로 관심은 점점 사그라들었다. 하지만 당시 마니아를 형성할 만큼 특유의 앨범 커버와 감성이 ‘수집’ 취미를 갖게 하며 시중에서는 보기 어려워도 남몰래 LP를 즐기는 사람들이 있었다.

 

LP라는 도화지 위 MZ로 물들이기

 

 현대에 들어서며 LP는 새로운 형태로 발전하고 있다. MZ세대들에게 ‘뉴트로’ 열풍이 불면서 LP는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감성 소비’로 다가왔다. 이는 문화를 주도하는 20~30대가 요즘 LP 시장에서 높은 구매율을 차지하고 있는 것을 통해 알 수 있다. 실제로 예스24에서 발표한 지난 2020년 LP 구매 비중 집계에 따르면 30대가 31.7%,20대가 21.2%로 절반을 넘는 수치를 보였다. 아이돌 및 대중 음악 같은 경우에 LP를 굿즈로 발매하며 1020세대의 수요가 급증했다. 사례로 지난해 3월, 걸그룹 ‘트와이스’는 《레디 투 비(Ready To Be)》라는 앨범을 LP로 출시했다. 이는 반투명 LP 판과 앨범에 맞는 다양한 시각적 요소가 더해진 커버, 속지로 화제를 모았다. 이에 따라 ‘LP 커스텀’이 유행하면서 LP는 검은색이라는 통념을 깨고 젊은 세대의 감성에 맞춘 다양한 색과 디자인을 입혀 제작하는 사례가 늘었다.


 이러한 LP의 수요와 관련 문화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며 LP를 즐길 수 있는 감각적인 공간들이 하나둘 나타나기 시작했다. LP를 찾는 이들을 위해 홍대, 성수 등을 비롯한 서울 지역과 대구, 일산 등 서울에서 벗어난 지역에서도 LP를 청음 할 수 있는 전문 공간 및 카페들이 늘어났다. 현대카드는 이러한 붐에 발맞춰 지난 2016년 1만 종 이상의 LP를 판매하고 실제의 음악을 즐길 수 있는 ‘바이닐앤플라스틱’을 개장했다. 이는 1020세대의 핫플이라 일컬어지는 한남동에 위치해 지금까지도 꾸준한 관심을 받고 있다.



 

‘감성’이 뭔지 제대로 보여줄게

 

 이에 기자는 LP를 직접 청음 해보고자 바이닐앤플라스틱에 방문했다. 입구에 들어서자 ‘비틀즈’와 같은 오래된 그룹의 음반부터 요즘 가요 음반까지 수많은 LP 음반이 기자를 맞이했다. 그 후 기자는 청음 해보고 싶은 LP를 3개를 골라 턴테이블 앞에 착석했다. 직원의 설명을 듣고 청음을 시작했다. 턴테이블 사용법은 단순하면서도 기억해야 할 점들이 많았다. 먼저 LP는 앞, 뒤 어느 쪽으로 끼우냐에 따라 수록하고 있는 노래가 달라 듣고 싶은 노래가 어느 면에 있는지 잘 확인하고 끼워야 했다. 또한 LP에 그어져 있는 선을 중심으로 바깥쪽부터 1번 트랙임을 인지해야 하는데, 원하는 트랙에 맞는 선에 ‘헤드쉘’을 올려두면 노래가 재생된다.

 

 기자가 처음 들어보는 LP는 정말 ‘감성’이 무엇인지 느끼게 해줬다. 음질은 깨끗하지 않았지만, 특유의 모닥불 타는 소리와 같은 백색 소음이 음악에 집중하도록 도왔다. 특히 재즈 캐럴을 들을 때는 크리스마스를 맞이하는 듯한 따뜻한 기분이 느껴졌다. 이번 방문을 통해 사람들이 다시 LP를 찾는지 몸소 깨달을 수 있었다.

 

 요즘 곳곳에 보이는 LP는 그저 음반이 아닌 하나의 문화가 됐다. 관련 공간이 많이 생겨난 만큼 직접 가 청음 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그저 소장용 굿즈라고 보였던 LP가 색다르게 다가올지도 모른다. 이번 추운 겨울, LP를 통해 몸을 녹여 보는 건 어떨까.

 

글·사진 김세은 기자 Ι seeun2281@kyongg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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