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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산을 보면 인생이 보이고 삶을 보면 우정이 보인다 이수민 기자 2024-06-04 11:56:47

 


 영화 ‘여덟 개의 산’은 1984년 알프스의 여름, 두 소년의 우정이 피어난 순간을 길게 비추며 시작한다. 밀라노 출신의 도시 소년 ‘피에트로’는 여름을 보내기 위해 찾은 알프스 산자락에서 마을의 유일한 아이 ‘브루노’와 조우한다. 피에트로 에게 브루노는 영혼의 단짝이자 산 그 자체였다. 그는 브루노가 일평생 산에 머무르길 바랐지만 브루노는 도시에서 살길 원했다. 두 사람의 동상이몽이 깊어질 때쯤 피에트로의 부모님이 브루노에게 밀라노 유학을 권하게 되면서 두 사람의 관계는 돌이킬 수 없을 만큼 틀어진다.


 둘은 이로부터 정확히 15년 뒤, 피에트로의 아버지가 사망하면서 재회하게 된다. 앳된 모습이라곤 온데간데없이 훌쩍 커버린 두 청년은 한참 서로를 부둥켜안고 상실의 아픔을 나눈다. 그리고 브루노는 그에게 아버지의 유언을 전한다. 아버지는 줄곧 산사람으로 살길 꿈꿨고 생을 마감하기 전 폐허가 된 이 집을 꼭 재건하고 싶어했다는 것이다. 그렇게 두 사람은 잠시 소년 시절로 돌아가 함께 수영을 즐기고 별을 수놓은 밤하늘 아래서 잠드는 일상을 보내며 차근차근 집을 완성해 나간다.


“우정이란 게 내가 뿌리내릴 곳이고 내내 날 기다려줄 것이라는 것도 그땐 알지 못했다”

『여덟 개의 산』 中


 그러나 영화는 보기 좋은 장면에서 적당히 멈추는 법이 없다. 만남에는 이별이 뒤따르는 게 진리인 듯, 시간이 흘러 이들은 또다시 각자의 길을 찾아 떠나게 된다. 삶은 본래 고통의 연속이라 피에트로와 브루노를 끝없는 절망과 낙담으로 몰아넣지만, 그럴 때마다 둘은 누가 먼저 할 것 없이 손을 내밀고 묵묵히 그 옆을 지키는 방식으로 삶을 이어 나간다.


 기자는 지난 2년 반 동안 신문사에서 활동했다. 빽빽한 일정에 지치고 절망스러웠던 적은 있었을지언정 단 한 순간도 고독하다는 느낌은 받지 못했다. 다 포기하고 싶었음에도 기자가 신문사로 돌아왔던 건 모두 기자를 지탱해 준 동료들 덕분이었다. 이런 동료들의 노력과 수고가 완성한 지난 32호는 기자의 가장 큰 자랑이었으며 이 사실은 앞으로도 변치 않을 것이다.


 이제 기자는 작은 반환점 앞에 섰다. 앞으로 얼마나 더 가파르고 숨 가쁜 산길이 기자를 기다리고 있을지는 알 수 없지만 두려움도 흔들림도 없이 씩씩하게 나아가보고자 한다. 언젠가 정상에서 동료들과 다시 만나 함께 얼굴을 마주하고 △지난날의 후일담을 △돌부리에 걸려 넘어졌던 아픔을 △긴 시간 동안 보고 들었던 아름다움을 나눌 먼 훗날을 고대하며 말이다. 산을, 삶을 묵묵히 지나다 보면 때로는 우연처럼 또 운명처럼 사무치게 그리운 옛 친구가 선물처럼 찾아올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이수민 기자 Ι leesoomin22@kyongg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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