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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옴부즈만] 조는 학생을 깨우는 게 교수의 갑질인가?
  • 편집국
  • 등록 2017-06-05 11:32:52
  • 수정 2017-06-05 15:5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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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005호 신문에 ‘진리탐구’ 강좌에 대한 비판 기사가 두 편 실렸다. 나는 담당교수는 아니지만 이 강좌에서 두 번 강연했던 교수로서, 기사에 공감하면서도 문제의식의 정교함에 이의가 있어서 이 글을 쓴다.

 

 먼저 두 기사에서 공감하는 바를 밝힌다. 나는 졸고 있는 학생의 의자를 발로 찬 교수의 행위가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에 공감한다. 학생의 자존감은 존중받아야 한다. 강의의 진행이 매끄럽지 않다는 지적에도 공감한다. 나아가 이런 비판의 전제로서, 문제가 있는 강의의 궁극적 피해자는 학생이고, 어떤 강의라도 최종 책임자는 교수라는 점에 동의한다.

 

 그러나 비판 방식이 적절했는지 의문스럽다. 첫째, 강의시간에 조는 학생의 의자를 발로 찬 교수와 성희롱 파문을 일으킨 교수를, “내 돈 내고 갑질 당하는” 동질의 사안으로 다룬 것은 부적절하다. 성희롱은 교수의 지위를 악용하여 학생에게 모멸감을 줌으로써 교수의 사명을 저해한 것이다. 조는 학생의 의자를 발로 찬 것은 교수의 사명을 실천하면서 방법이 부적절한 것이다. 둘은 학생의 모멸감이라는 정서적 현상은 유사하지만 본질은 다르다. 성희롱은 아무리 세련돼도 성희롱이지만 조는 학생을 깨우는 것은 방식이 세련된다면 권장돼야 할 책무이다. 둘을 구별하지 않는 것은 문제이다. 마치 성희롱처럼, 교수가 수업 시간에 조는 학생을 깨우는 행위도 학생의 불쾌감을 근거로 꺼려야 할 행위로 간주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수업 관리에 대한 교수의 책임감을 희석해 결국 그 피해는 학생에게 돌아갈 것이다.

 

 둘째, 논란이 된 강의에서 책임 소재를 모호하게 다룬 것도 부적절하다. 담당 교직원은 취재가 아니었다면 문제가 있다는 사실조차 몰랐을 거라고 말했다는데, 이는 사태의 실체에 부합하지 않는다. ‘진리 탐구’ 강좌의 운영안은 지난해 말, 성적 산출·출석 체크·강의 방식 등이 확정된 채, 공모를 통해 선정됐다. 기자가 취재한 문제점이 담당 교수의 태도뿐만 아니라 제반 행정 사항을 포함한다면, 이는 교직원이 모를 수 없는 문제이다. 더구나 이는 다른 여러 대형 강의에서 이미 지적된 문제다.

 

 셋째, 학생들의 수업 태도를 다루지 않은 것도 부적절하다. 대형 강의는 학생 참여가 중요한데, 내 경험으로는 많은 학생들이 강의가 시작될 때부터 잠 잘 준비하거나, 노트북과 스마트폰을 쓰는 등 수업을 방기했다. 동료 학생이 질문할 때조차 잡담이 시끄러웠다. 학생들의 참여를 이끌지 못하는 것은 궁극적으로 교수의 책임이지만, 교수만의 책임은 아니다. 학생들에게는 대학 교육에서 스스로 성장해야 할 책임이 있다. 그건 학생의 특권이자 의무이다. 이 숭고한 권리를 저해하는 대상에 대한 비판에는 교수와 교직원뿐만 아니라 학생 자신도 포함돼야 한다. 교육의 성패는 강의 행위가 아니라 본질적으로 학생의 성장에 달렸기 때문이다.

 

 강의에 대한 언론의 감시는 정당하지만, 졸음 깨운 교수를 성희롱 교수처럼 매도하는 것은 옳지 않다. 훌륭한 교육을 위해 교수·학생· 교직원 각자의 역할이 어떠해야 하는지 분별력을 갖고 비판해야 한다.

 

 

이정원 교수

국어국문학과



<관련기사>

'내 돈 내고 갑질 당하는' http://kgunews.com/news/view.php?idx=593 

'무엇을 탐구하는지 알 수 없는 '진리탐구' http://kgunews.com/news/view.php?idx=5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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