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드라마] 그들의 청춘은 누가 앗아갔는가
  • 정아윤
  • 등록 2021-11-07 01:55:06
기사수정




 청춘(靑春)이란 새싹이 돋는 봄철이라는 뜻으로, 스무 살 안팎의 젊은 나이 또는 그런 시절을 이르는 말이다. 기자는 여기에 자신의 인생에 가장 찬란했던 순간이라는 뜻을 덧붙이고 싶다.

 

 각자의 청춘은 언제였는가? 누군가는 기자처럼 청춘이 아직 오지 않았을 수도 있고, 혹은 언제인지 기억도 안 날 정도로 시간이 지났을 수도 있다. 드라마 오월의 청춘80년대에 살아가는 두 남녀가 서로를 만나 서로의 청춘을 처음 맞이하고 보내는 시간을 보여 준다.

 

 어린 동생을 부양하기 위해 일상의 대부분을 광주 평화병원 응급실 간호사로 일하는 명희는 독일 유학을 늘 꿈꿔왔다. 그러던 중, 명희의 친구이자 광주 지역 유지 집안의 외동딸 수련이 가고 싶지 않은 맞선에 대신 가 주면 독일행 비행기값을 지원해 주겠다는 제안을 해 온다. 이에 혹한 명희는 수련 대신 맞선에 나가 서울의대 수석 입학생이자 보안부대 대공수사과장의 아들인 희태를 만난다. 희태는 명희의 솔직하고 성실한 모습에 호감을 가지고, 명희 또한 자신을 좋아해 주는 희태에게 연정을 가진다. 하지만 수련과 희태의 집안에서는 둘의 결혼을 부추기고, 급기야 희태의 아버지인 기남이 명희가 희태와 수련의 관계에 방해된다는 것을 알게 된다. 기남의 계속되는 괴롭힘에 지친 명희는 희태를 떠나고, 희태 또한 명희를 힘들게 하고 싶지 않아 놓아 주고 만다. 하지만 이 둘은 광주에서 다시 만나고, 그들을 방해하는 이들로부터 사랑의 도피를 약속한다. 그러나 계엄군이 민주화운동에 참여한 시민들을 무자비하게 진압하며 응급 환자가 많아지자 둘의 도피는 계속 늦어지고, 결국 명희 역시 계엄군에 의해 사망하며 희태와 다시는 만나지 못하게 된다.

 


참 오랜 시간을 그러지 않았더라면 하는 후회로 살았습니다.

그해 5월 광주로 가지 않았더라면, 그 광주에서 당신을 만나지 않았더라면, 그 갈림길에서 손을 놓지 않았더라면,

당신이 살지 않았을까 하고요.

하지만 이렇게 명희 씨가 돌아와 준 41번째 5월을 맞고서야 이 모든 것이 나의 선택임을 깨닫습니다. 나는 그해 5월 광주로 내려가길 택했고,

온 마음을 다해 당신을 사랑하기로 마음먹었으며,

좀 더 힘든 시련은 당신이 아닌 내게 달라 매일같이 기도했습니다.

오월의 청춘

 


 역사를 소재로 하는 대부분의 드라마는 결말이 정해져 있어 결말보단 흐름에 초점을 두곤 한다. 이를 생각하며 오월의 청춘을 보니 끝에선 뒤통수를 맞은 기분을 느꼈다. 초반부터 중후반까지 보여 주던 두 주인공의 티 없이 맑은 청춘에 행복감을 느끼다, 피할 수 없던 역사의 비극을 맞이하고선 한동안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누군가의 청춘은 누군가에 의해 빼앗길 순 없다. 이 드라마는 80년대에 아무 죄 없던 두 남녀의 청춘이 당시 전두환 정부의 비상계엄과 계엄군에 의해 빼앗긴 슬픈 역사를 보여 주고 있다. 당시에는 이렇게 인생이 사라지고 가정까지 파탄 난 상황이 비일비재했을 것이다. 이미 빼앗긴 수많은 사람들의 삶과 청춘을 애도하는 동시에 우리의 청춘을 누릴 수 있게 도와준 그들에게 감사함을 전하는 시간을 가져 보자.

 

 

정아윤 기자 aqswde928@kgu.ac.kr

TAG
0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