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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의 자유를 빼앗긴 사람들
  • 백초희
  • 등록 2017-03-27 21:06:31
  • 수정 2017-05-04 12: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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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달 20일 서울과학기술대학교에서는 개강호인 서울과기대신문 제 582호의 강제 수거 사태가 벌어졌다. 해당 대학의 학생회와 학생처가 ‘기사에 오보가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로 신문을 수거한 것이다. 관련 기사는 결국 오보가 아닌 것으로 판명됐고, 서울과기대신문사는 릴레이 1인 시위를 진행하며 거세게 반발했 다. 서울대학교 신문사 또한 학교 측의 편집권 침해로 인해 설립 최초로 1면을 백지로 호외신문을 발행했다. 그 후 서울대학교 신문사는 학교 측과의 갈등으로 인해 신문 발행을 중단한 상태다. 두 사건에 대해 서울권 대학언론연합회는 공동성명을 발표하며 언론 탄압 행위에 관한 학교 측의 사과와 재발 방지 약속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위와 같은 사태는 비단 대학언론에서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 몇몇 단체나 기관에서는 부조리한 목적으 로 상대방이 쓴 글의 내용 수정을 강권하거나 게시·배포를 금지하는 일이 일어나며, 심한 경우 글 작성자에 게 보복을 가하기도 한다. 그렇다보니 많은 글쓴이들이 ‘익명’을 원하고, 부조리한 사건·사실을 폭로하는 내 용일수록 작성자가 익명일 확률이 높은 실정이다.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기 위해선 존재를 숨겨야만 하는 상 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쯤에서 나는 자신을 돌아본다. 나는 자유롭게 글을 쓰고 있는가. 혹은 편집국장이라는 이름 아래 국원들 의 글을 억압하고 있지는 않은가. 사실 올해부터 최종 편집권을 갖게 되면서 이 부분을 가장 중요하게 여겼 고, 국원들의 글을 퇴고할 때 탄압이 아닌 조언을 주고자 노력해왔다. 그리고 실제로 국원들을 믿고 맡길 때 더욱 질 좋은 기사가 나온다는 사실을 체감 중이다. 그렇게 해야 본인들이 관심 있는 내용을 작성하며 자신의 글을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기 때문이다. 즉 글을 쓸 때는 지나친 제약이 없어야 한다. 사건을 중립적으로 작 성해야 할 기사 뿐 아니라 ‘의견’을 표출하는 글에서는 더욱 그렇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글 내용에 대한 외부적 압박이 여전히 존재하며 심지어 당연시된다. ‘표현의 자유’가 민주주의의 기본권으로 꼽히며 헌법에도 명시돼있는 지금, 비합리적인 이유로 표현을 아끼는 상황이 과연 정당하다고 볼 수 있을까. 비도덕적인 강제적 내용 수정·금지는 표현의 자유와 알 권리를 침해하며 그 목적 을 더욱 의심받을 뿐이다. 우리 모두는 자유롭게 자신의 의견을 표출할 권리가 있으며, 어느 누구도 부당한 압박으로 인해 분노하고 침묵하는 일이 없어야 할 것이다. 이제는 권력의 차이와 빈부격차를 불문하고 ‘나 의 글’을 쓰는 사회가 조성되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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