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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의 건강 돌보기
  • 편집국
  • 등록 2017-11-13 15:00:01
  • 수정 2017-11-14 09: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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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행복하세요?” 이 질문은 나의 생각을 묻는 것인가 아니면 나의 감정을 묻는 것인가. 행복은 몸과 마음의 건강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에 감정을 돌보는 자세는 어쩌면 몸의 그림자를 붙잡으려는 시도만큼 어려울 수도 있다. 얼마 전 이 질문을 받은 나는 『감정사용설명서』라는 책을 읽으며 한동안 나의 감정을 돌아보는 시간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환기했다. 독일인 부부인 저자들은 질문한다. 어떤 감정을 불러일 으킨 원인은 사실에 근거하는가, 아니면 그 사실을 받아 들이는 나의 생각을 거친 주관적인 해석의 결과인가. 여기서 문제가 되는 감정은 부정적인 감정을 포함해 자아의 건강한 생활을 방해하고 우울증과 패배감을 지속적으로 배양하는 감정을 말한다. 이 책은 한동안 서점가를 휩쓸고 있는 감정에 관한 주제나 대중적인 자기개발 및 처세술을 다루고 있다. 이런 다양한 책들은 감정에 관한 현대인의 관심을 반영한다고 볼 수 있다.

 

 이 책의 저자들이 실제로 개업하고 있는 심리치료사 들이고, 다양한 임상 사례를 근거로 들고 있으며, 일정 시간을 두고 개인들의 경험이 긍정적으로 변하는 양상을 보여주었다는 점은 그들의 처방에 설득력을 더하고 있다. 내 안의 부정적 감정이란 부정적인 생각으로 편집 한, 세계를 보는 하나의 관점에 불과하다. 똑같은 사건과 사물에 대해 나의 시각은 특정한 시간과 공간의 틀에 의해 구성된 것이고 이때 느낌이나 감정이 고착화되면 나는 비슷한 사건이나 사물에 대해 반복되는 감정을 경험하고 투영할 것이다. 『감정사용설명서』는 사실 에 근거하지 않는 부정적인 생각을 긍정적인 생각으로 치환해 자신이 원하는 방향, 즉 행복으로 이끄는 감정을 갖는 습관을 익히는 연습을 권하고 있다.

 

 무의식을 개념화한 심리학자 프로이트(Sigmund Freud)는 과거의 경험에 대한 감정과 해석이 현재의 자아를 지배하는 자의식을 형성한다고 주장했고 이는 상당히 설득력이 있다. 『감정사용설명서』의 저자들은 과거의 경험이나 그에 따른 감정이 현재의 나의 행복을 방해하거나 부정적인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과정에서 인과관계나 논리적 연관성이 없이 부정적 감정의 반복적 지배를 받고 있기에 구속으로 이끌고 있다고 주장 한다. 이들은 과거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이 현재의 나를 지배하는 양상에 의도적으로 균열을 내어서 긍정적인 생각을 배양하는 훈련을 처방한다. 그러므로 이 저자들 에 따르면 훈련을 통해 부정적 생각을 차단하고 이를 긍정적 생각으로 변환시키고 궁극적으로는 스스로 자존 감을 회복하면 건강한 감정을 계발하는 과정을 거침으로써 다른 유사한 경우에도 회복할 수 있는 정서적 탄력을 키우고 마음의 근육을 강화하는데 도움이 된다.

 

 이렇듯 『감정사용설명서』는 부정적 감정을 치유하는 힘을 키우라고 주문한다. 현실의 벽에 부딪쳐 우리 는 실패하고 좌절감에 쓰라린 상처를 안고 고통스러워한다. 이 상처를 보듬어 달라고 아우성치고 도움을 구하려고 친구나 가족에게 연락을 하면 감정적 지원을 받고 다시 일어나는 경우도 있다. 물론 상황이 쉽게 호전되지 않으면 (몸이 아파서 병원 에 가듯이)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할 경우도 있을 것이다. 우리의 감정은 수많은 감정들 중에 특히 익숙한 감정에 더 빨리 그리고 더 강하게 끌리는 경향이 있을지도 모른다. 내가 한번 실패했다고 해서 나의 자존감이 완전히 파괴되는 것이 아니고 나라는 사람 전체가 무너져야할 이유도 없을 테니까, 실패한 그 부분에 있어서만 인정을 하고 그것이 나의 다른 부분까지 전염되지 않도록 격리 조치시키는 일은 비논리적인 감정적 비약을 차단하고 감정을 인식의 차원에서 제어하는 것을 가능하도록 도와줄 것이다.

 

 그런데 『감정사용설명서』가 제안하는 치유책은 모든 부정적 생각과 감정에 적용해서 긍정적인 것으로 변화시킬 수 있을까? 세상은 나의 경험과 감정이 없이는 나에게는 의미가 없겠지만 내가 세상의 중심도 아니고 내게 일어난 생각이나 감정이 세상의 전부라고 결론내릴 수도 없다. 지금도 수많은 사람들이 각자의 시간과 공간을 살아가고 있으며 고유한 감정과 사유를 수행하고 있을 것이다. 모든 생각과 감정을 부정적인 것과 긍정적인 것으로 나눌 수 있다 해도 이런 이분법적 구도는 복잡하고 다층적인 생각과 감정의 결을 지나치게 단순화하는 경향이 있지 않을까? 개인의 경험이나 감정은 정도에 있어서 차이가 있고 개인에 국한되지 않을 수도 있는데 생각으로 감정을 통제하는 방법이 만병통치약으로 기능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경기산책 칼럼을 서평으로 대신하면서 감정의 건강을 돌보기란 얼마나 중요한지 실감한다.

 

                                                          인문사회대학 영어영문학과

                                                                    박미경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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