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인사에 변화 불러온 블라인드 채용

 과거에는 연고주의와 학벌주의에 의해 입사 지원자를 가려내는 문화가 지배적이었다. 실제로 2005년 ‘S’사의 입사지원서에는 △부모의 학력 △출신지역 △주거형태 등 지원자의 사생활을 지나치게 묻는 항목이 존재하기도 했다. 서울신문이 발표한 설문조사 결과에 의하면 2009년까지도 대기업 절반가량이 입사지원서에 학벌 및 부모학력을 기재하도록 요구하고 있었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 이에 대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블라인드 채용’ 방식이 등장했다. 기업마다 구체적인 시행 방법은 차이가 있으나, 블라인드 채용의 궁극적인 목적은 불공정한 채용을 막기 위함이다. 배경과 인맥을 보지 않아 순수하게 지원자의 능력만을 평가할 수 있는 것 이다. 실제로 현 정부는 청년 취업준비생들의 부담을 줄이고자 ‘공공부문 블라인드 채용 의무화’를 발표했다. 하지만 본 제도에 대한 찬성 및 반대 의견은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NO 스펙, 진정한 인재를 발견하는 마스터키

 우선 블라인드 채용을 긍정적으로 인식하는 입장에 대해 살펴보자. 현재 취업포털사이트 잡코리아에 의하면 취업준비생 100명 중 82명은 블라인드 채용에 대해 찬성하는 입장을 취한다. 그 근거로 기존 기업들 에서 요구하는 이력서에 문제가 많았다는 것이 가장 중점적이다. 또한 이 같은 스펙이 실질적인 업무능력과는 별개라는 지적이 잇따랐다.

 더불어 이러한 블라인드 채용 방식을 도입한 기업들은 과거에 비해 보다 유연한 업무가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기존 채용 방식보다 지원자의 △인성 △가치관 △리더십 등을 판단하기가 수월한 점을 블라인드 채용의 장점으로 꼽는다. 이에 이채영(회계세무·2) 양은 “블라인드 채용은 학력 등으로 지원자를 차별하는 문제를 예방할 수 있다” 며 본 제도를 찬성하는 입장을 보였다.

아직은 불완전한 블라인드 채용 제도

 한편, 특정 집단에서는 이러한 블라인드 채용의 구조를 오히려 비판했다. 이들은 △성별 △출신지역 △나이 등 선천적으로 결정되는 사항은 고려할 필요가 없다는데는 동의했다. 하지만 개인의 노력으로 일궈낸 학력 및 자격증 등의 스펙까지 배제한 채용은 옳지 않다는 견해다. 더불어 취업을 위해 열심히 스펙을 쌓은 이들에 대한 역차별이라고 주장한다. 실제로 서울 및 해외 지역의 상위권 대학교에서는 타대학 들에 비해 높은 반대율을 보였다. ‘고학력’도 개인의 노력에 의해 이뤄 낸 스펙이라는 것이다. 이외에도 스펙을 보지 않기에 면접장에서의 뚜렷한 인상이 중요해져 성형수술이나 값비싼 스피치 학원에 등록하느라 부담이 더욱 증대될 수 있다는 의견 또한 발생했다.

표준화된 스펙을 제시하는 NQF(국가역량체계)

 논란이 자자한 블라인드 채용의 완벽한 현실화를 위해서 제대로 된 공인기준이 필요하다. 이에 최근에는 NQF(국가역량체계)라는 국가차원의 공인자격체계가 등장했다. 이는 △학력 △현장경험 △자격증 등 을 통합해 표준화하는 것으로 해당 제도를 통해 블라인드 채용을 실현 시키면 현재의 찬반입장을 좁힐 수 있다.

 실제로 홍콩에서는 2008년부터 이 제도를 시행하고 있으며 분야별 로 특화된 교육을 제공해 희망 분야에 필요한 역량을 쌓을 수 있도록 했다. 현재 우리나라도 이처럼 확실한 체계를 갖출 수 있는 제도를 도입하는 단계에 있으며 이를 통해 기존의 채용 제도를 보완하고자 노력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