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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그럽고 따스했던, 충청북도
  • 편집국
  • 등록 2017-10-30 10:49:24
  • 수정 2017-10-30 10:5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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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중에서 가장 푸르렀던 여행지는 충청북도였다. 대학생 미소국 가대표 16기인 나는 지난 8월 충북관광청과 한국방문위원회에서 주최 하는 팸 투어에 참여해 1박 2일 일정으로 충청북도에 방문했다. 충북 은 소박하지만 웅장하고, 풀내음이 가득한 곳이었다. 충북여행을 떠올 리며 그림을 그리라 하면 이제는 초록색과, 파란색 물감으로 캔버스를 가득 채울 것 같다. 8월의 충북은 50%는 초록을 품고 있고, 그 나머지 의 대부분은 파랑을 품고 있었기 때문이다.

 

  충북여행의 50%인 초록색, 첫 번째로 소개할 초록은 ‘도담삼봉‘이 다. 충북은 호반의 도시라고 부를 만큼, 아름다운 경치를 자아내는 호 수12경이 있다. 그 중에서 가장 먼저 만난 곳은 제1경 ‘도담삼봉’. 정말 푸른 호수에 덩그러니 세 개의 봉우리가 떠다니는 것처럼 보이는 도담 삼봉은 오래 전 누군가의 사랑을 받았고, 그 스토리가 아직도 전해지 고 있다. 그 누군가는 바로 조선 건국에 중요 역할을 한 정도전이다. 이야기에 따르면 도담삼봉은 원래 북쪽에 있었는데 강우량이 급격히 증가해 홍수가 났고, 그 물결에 휩쓸려 현재 위치까지 떠내려 왔다고 한다. 이렇게 자연스럽게 이사한 삼봉은 정도전이 풍류를 즐기던 곳이 됐고, 정도전이 사랑한 곳이었다.

 

 두 번째 초록은 정말 소박하다고 할 수 있었지만, 그래서 더 감수성 을 자극했던 ‘이끼터널’이다. 이끼‘터널’이란 이름을 가지고 있지만 사 실은 둥근 지붕이 있는 터널이 아니다. 이끼가 가득 끼어있는 양쪽 벽 위로 무성하게 자라난 나무들이 우거져 터널처럼 보이는 것이다. 이 사실을 안 다음에 그제야 ‘어쩐지 터널인데 햇빛이 잘 들어왔다’는 생 각이 들었다. 그만큼 당연히 터널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나무가 빼 곡했다. 버스에서 내려 이곳에 발을 디딜 때부터 몽환적인 느낌이 가 득 전해졌다. 왜냐하면 감수성 자극의 끝인 애니메이션 ‘센과 치히로 의 행방불명’에서 센이 엄마 아빠와 차를 타고 숲을 지났던 장면 속의 푸르름과 너무나 유사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쩌면 별 거 아닌 이끼 터널에서 한동안 묘한 기분을 가지고 있었다.

 

 아, 그리고 이끼터널에서 ‘퉁’하고 울림을 주는 일이 있었다. 40대 쯤으로 보이는 여자 분이 오토바이를 타고 혼자 이곳을 여행하고 있 던 일이다. 사실 나는 언젠가는 더 모험적인 여행을 가겠다고 다짐하 나, 아직까지 혼자서 실천해본 적은 없었다. 겁도 나고 아직은 함께하 는 여행길이 더 친숙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오토바이 여행자를 보 니 ‘언젠가’가 아니라 ‘빠른 시일 내’ 혼자서 도전하는 시간을 만들어야 겠다고 번쩍 생각이 들었다. 여행길에서 우연히 만난 사람들은 언제나 큰 영감을 주는 것 같다. 우연치 않게, 생각도 못한 상황에서 마주쳐서 더 큰 울림이 있었다.

 

 초록색 충북에 대한 이야기는 여기까지다. 도담삼봉과 이끼터널처 럼 유명한 여행지 외에도 충북은 곳곳이 전부 초록색이 가득했다. 여 름 낮에 방문해서인지 햇빛에 비친 식물들이 더 푸르게 보였다. 그래 서 올해의 여행 중 나에게 가장 큰 따뜻함을 선물해준 시간이었다고 느껴졌다.

 

 이어서 이번에는 파란색 충북에 대해서 이야기 하려고 한다. 이 얘 기를 하면 이제 캔버스 위에 그리는 충청북도 여행이 90% 정도는 다 채워질 것이다. 파란 충북은 초록의 충북보다는 더 규모 있었고, 따뜻 함 보다는 시원함이 느껴졌다.

 

 첫 번째 파란색은 ‘다누리 아쿠아리움’이다. 국내 최초이자 최대 민 물고기 생태관인 이곳은 파란색 수조관으로 가득 차 있는 곳이다. 평 소에 아쿠아리움을 가는 것을 선호하지 않는데, 다누리 아쿠아리움은 일반적으로 유명한 아쿠아리움들과는 달라서 좋았다. 4D체험관에서 바다거북이의 생애를 바탕으로 한 바다이야기를 색다른 방식으로 체 험할 수 있었다. 그리고 민물고기 등을 주제로 한 갤러리도 있어 식상 한 아쿠아리움이 아니라서 기억에 남았다. 물고기랑 뽀뽀하는 사진을 찍으려고 엄청나게 노력했는데, 결국 처참하게 실패했고 같이 간 친구 인생사진만 찍어주고 왔다.

 

 


  그리고 두 번째 파란색은 장회나루에서 청풍나루까지 지나며 충북 의 호수4경을 볼 수 있었던 ‘충주호 유람선’이다. 충북여행을 하면서 가장 생기 가득하게 느껴졌던 일정이었다. 유람선 가장 위에서 바람을 맞아서인지 충북의 자연을 실제로 만지는 기분이었다. 푸른 호수 위에 푸른 산이 둘러싸여있어서 영화 속 한 장면에 들어와 있는 거 같기도 했다. 그리고 여행길에서는 언제나 뜻밖의 만남이 있듯이, 이곳에서도 그런 인연이 있었다. 충주호에서 ‘한강’의 기원을 찾아 떠나는 프로그 램을 촬영 중이었는데, 출연진 중 윤택이 있었다. 그래서 미소국가대 표로서 같이 간 다른 팀원 두 명이 인터뷰도 하고 다 함께 파이팅을 외 치기도 하였다. 뜻밖의 방송출연이었다. 힘찬 출연진분들의 기를 받아 서인지 더 생기 있게 느껴졌던 것 같다.

 

 

 세 번째 파란색 물감은 ‘수양개빛터널’이었다. ‘빛터널’이라는 이름처 럼 밤에 더욱 아름다운 곳이었다. 파란 조명이 어두운 동굴터널을 가 득 채웠고, 조명과 함께 웅장한 느낌의 배경음악과 우리의 목소리가 울 려 퍼졌다. 동굴을 그저 자연관광자원으로만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다 양한 조명과 음향기기 등을 통해 더욱 화려한 모습으로 바꿨다는 것이 인상 깊었다. 초록색의 충북과는 약간은 대비되는 시원한 파란색 체험 이었다. 그리고 터널을 지나 야외 공원에 수놓아진 LED장미 수 만 송 이가 파란 밤하늘과 잘 어울렸다. 나중에는 결혼하고 싶은 사람과 이런 곳에 꼭 오고 싶다는 낭만적인 생각도 들었던 분위기였다.

 

 이렇게 파란색으로 나머지 충북여행의 캔버스를 다 채워봤다. 지금 까지 이 여행수기를 쓰면서 이번 여름 충북여행에 대해 다시 되새겨보 고 추억할 수 있었다. 한 마디로 여름밤의 꿈같은 시간이었다. 푸른 색세상 속에서 힐링할 수 있는 시간이었고, 무엇보다 소중한 사람들과 그 시간을 공유할 수 있어서 의미있었다. 이와 연관된 가장 기억에 남 는 에피소드라 하자면 ‘만천하스카이워크’에 올랐을 때를 들 수 있다. 고소공포증이 있는 나는 강화유리로 된 바닥을 건널 수가 없었다. 그 런데 또 그 와중에 한 번 극복하고 고소공포증 극복 인증사진을 남기 고 싶었다. 쩔쩔매고 있었는데 마침 같은 팀원들이 옆에서 팔을 꽉 부 축해주고 눈을 감고 있는 나를 다독여줘서 결국 나의 목표치를 채울 수 있었다. 물론 눈도 못 뜨고 걸어서 엽사와 장님이란 별명을 얻었지 만 말이다. 이런 일들이 하나 둘 쌓여서 서로의 존재를 더 중요하게 생 각하게 된 것 같다. 아마 생각하면 기분 좋은 여행인 이유도 함께한 사 람들 덕이 큰 것 같다.

 

 오래 전부터 한국 사람들은 ‘푸른색’ 혹은 ‘파란색’을, ‘초록’과 ‘파랑’ 을 모두 통합해서 칭했다. 아직까지 신호등을 건널 때 파란불에 걸으 라고 말하는 것이 그 예다. 그래서 우리의 사고는 ‘푸르다’라고 했을 때 두 가지 색을 떠올리게 된다. 이처럼 나의 충청북도 여행도 두 가지의 푸른색으로 채워져 있고, 하나의 푸른색으로 기억될 것이다.

 

                                                                                  

 

                                                                                       관광경영학과 2학년

                                                                                         임다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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