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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하다가 국장님 몰래 쓴 일기
  • 고재욱
  • 등록 2017-10-24 09:5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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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의 희로애락이 담긴 소중한 일기 한 장

 

10월 9일

구름 많음 “즐거움과 눈물이 공존하는 팀 회의”


 팀 회의가 시작되기 전, 기자들은 회의 때 발표할 소재 및 자료들을 준비한다. 사회팀에 소속된 나는 최근 우리나라를 뜨겁게 만든 소재, 일명 ‘뜨거운 감자’를 찾아 노트북이나 메모장에 정리한 후 회의장소로 향한다.

 

 팀 회의는 주로 카페나 신문사에서 진행된다. 팀 소속 기자들이 준비한 소재 발표와 선배 기자들의 피드백을 거치면 최종적으로 하나의 소재가 선정된다. 내가 쓰고 싶은 기사가 기획으로 선택받으면 즐거우면서도, 2주 동안 해나가야 할 일들이 수두룩 생겼다는 일종의 부담감이 머릿속에 자리 잡는다.

 

10월 10일 흐리고 비

“중력도 이길 수 있는 전체 회의”


 △사회팀 △문화팀 △대학팀 총 3팀의 회의가 모두 끝나면 수원캠퍼스 신문사에서 전체 회의가 진행된다. 서울캠퍼스 학생인 나는 수업이 끝나자마자 서울역에서 8800번 버스를 타고 수원캠퍼스로 향한다. 끝이 보이지 않는 한강을 지나 약 1시간 정도 고속도로를 달리다보면 어느새 수원캠퍼스에 도착해있다.


 전체 회의는 소속 기자가 모두 모여 시끌벅적하지만 그 속 에서도 긴장되는 분위기에서 진행된다. 각 팀의 기자가 기획을 발표하고 나머지 기자들은 기획에 부족한 부분이 없는지 귀를 쫑긋 세운 채 이를 경청한다. 그 후 우리는 서로 피드백을 주고 받게 되는데, 숨겨진 허점을 찾으며 끝없이 의견을 교환하다보면 눈꺼풀이 중력을 이기지 못하고 내려가 버릴 때가 있다. 하지만 이후 담당 기사를 정하는 분공 시간엔 중력에 이끌려 감기던 두 눈도 번쩍이게 만드는 눈치 게임이 시작된다. 자신이 원하든 원하지 않든 담당 기사를 배정받고 나면 전체 회의 끝과 동시에 1주차 회의주가 끝난다. 2주차 마감주에는 어떤 일들이 벌어질지 모른 채, 회의주를 끝내고 집에 돌아가는 길은 마냥 가볍기만 하다.


10월 17일 맑음

"검은 것은 글씨요, 빨간 것은 '다시'니라"


회의 이후부터 기자의 재량으로 기사 작성이 시작된다. 취재원과의 인터뷰가 필요하면 인터뷰 날짜를 잡아야 한다. 이 일이 참 어렵다. 기자의 시간과 취재원의 시간을 맞춰야하고 민감한 내용을 다룰 경우 취재를 거부하는 취재원이 간혹 있기 때문이다. 일주일이 채 되지 않는 시간 안에 취재원을 찾아 기사에 쓸 내용을 뽑다보면 내 정신이 뽑힐 것만 같은 느낌을 받을 때가 있지만 기사를 쓰기 위해 묵묵히 할 일을 해내며 기다린다. 인터뷰를 성공적으로 마치고나면 기자는 그제서야 기사를 써내려가기 시작한다.

 힘들게 마무리 된 기사. 일주일 동안의 피, 땀, 눈물로 촉촉해진 기사를 수원캠퍼스에 들고 가면 최후의 관문, 마감이 시작된다. 마감할 때 필요한 것은 단 한 가지. 인내력이다. 또한 선배 기자들이 보고 다시 돌려주신 기사에서 흰 것은 종이, 검은 것은 글씨, 그리고 빨간 것은 기자가 고쳐야 할 것이다. 처음 선배들이 피드백을 해준 종이를 보면 한동안 나오지 않던 한숨이 나지막하게 나온다. 선배들이 주신 흰 색 종이 위에는 빨간 색과 검은 색 글자들이 집에 가는 시간이 늦어진 나를 놀리는 듯 떠다니고 있다. 하지만 본교 학생들과 교수님들의 알 권리를 지키는 중대한 책임을 지닌 기자이기에 눈물을 훔치고 빨간 색 펜을 하나씩 줄이며 마감을 마친다.


 10월 20일 완연한 가을날

“경기대신문 2주의 끝자락”


 마감 기간 끊임없는 피드백을 통해 기사가 완성됐다면, 오늘은 끊임없이 읽고 읽는 ‘조판 날’이다. 마감 때 완벽하게 끝났다고 생각하는 것은 큰 오산. 조판하는 자리에서도 기자들은 조금이라도 더 완벽한 기사를 위해 빨간 펜을 들고 기사를 읽어 나간다. 이 과정도 두세 시간을 반복하다 보면 어느새 해가 지고 주간 교수님과 신문방송사 부장님과 저녁 식사 시간을 갖는다. 저녁을 먹으며 ‘다 먹으면 집으로 도망치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책임감을 가지고 다시 조판소로 돌아가 다 읽지 못한 기사를 마무리 짓는다. 오점이 없다고 판단되는 기사가 하나둘 나오고 모든 기사가 통과된 그 순간, 2주에 걸친 한 호의 신문 제작과정이 모두 마무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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