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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 프로젝트의 선물
  • 편집국
  • 등록 2017-10-23 16:28:21
  • 수정 2017-10-23 16:3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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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많은 학생들이 팀 프로젝트를 싫어한다. 낯선 사람과 말을 섞어야 한다. 열심히 참여하지 않는 무임승차자가 보인다. 팀원들과 시간 조율도 해야 한다. 팀원과 의견이 일치하지 않아 감정이 상하기도 한다. 그래서 차라리 혼자 열심히 공부하는 게 훨씬 효율적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왜 많은 교수님들은 학생들의 이런 바람에도 불구하고 수업에서 팀 프로젝트를 하도록 하는 것일까? 그것은 군인으로 치면 훈련소에 입소한 훈련병들을 교관이 편히 지내게 그냥 두지 않고 갖은 훈련으로 단련시키는 것과 같은 이유에서이다. 학생들이 마냥 학교에 머물러 있을 수 없고 사회에 진출하여 어떤 조직에서든 속하여 생존해야 한다면 팀 프로젝트 수업은 그때의 생존을 보장할 무기와 기술, 바로 협업능력을 장착해줄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몇 년 전 한 은행의 차장 대상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기회가 있었다. 이 교육의 목적에는 교육 대상자들의 역량 개발 외에도 명예 퇴직자를 가려내기 위한 것도 포함되어 있었다. 교육 첫날 인사팀장이 교육 대상자들에게 이 소식을 전하자, 연수 분위기는 살벌함 그 자체로 변했다. 40시간의 교육기간 동안 몇몇 사람은 눈물을 보였고, 소리를 질러 억울함을 표현하기도 하였다. 은행에서 차장은 지점장 다음 직급으로, 이들은 대부분 높은 실적을 쌓아 승진한 분들이다. 그런데 왜 이들은 명예 퇴직자를 가려내는 교육의 대상자가 되었을까? 팀 프로젝트 방식의 교육이 진행되면서 나를 포함한 교수진들은 그 이유를 짐작할 수 있었다. 개인적인 역량에서는 모두 뛰어났지만, 팀워크 능력은 나빴다. 다른 사람들과 의견이 일치하지 않을 때 불편한 심기를 표정으로 드러내었고, 칭찬에 인색했고,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듣지 않는 모습도 자주 보였다.

 

 비슷한 시기에 공무원 승진 평가에 참여하였다. 2개월 간 팀 프로젝트를 수행한 후 그 결과를 발표하는 자리였다. 발표 규칙은 51조의 팀별로 팀원들이 제비를 뽑아 발표 순서를 정한 후 팀에서 준비한 결과물을 1/5씩 나누어 정해진 시간 동안 순서대로 발표하는 것이다. 한 팀의 발표는 지금도 기억난다. 4명의 남성과 1명의 여성으로 구성된 팀이었고, 남성-남성-남성-여성-남성의 순서로 발표순서가 정해졌다. 첫 번째 발표자는 그런대로 맡은 발표를 잘 하였다. 두 번째와 세 번째 발표자는 그리 잘 하지 못했다. 네 번째 발표를 맡은 발표자 역시 같은 생각을 했던 것 같다. 그리고 그들 때문에 자신이 피해를 볼 것이라 생각한 것 같다. 그 발표자는 발표를 시작하면서 팀별 발표인데도 뜬금없이 자신의 이름으로 삼행시를 짓겠다며 평가자들에게 운을 띄워 달라고 했다. 마음 좋은 평가자 한 분이 운을 띄웠고, 그 발표자는 자기 이름으로 자신을 알리는 삼행시를 지었고, 매우 만족한 표정으로 발표하였다. 아마도 팀의 평가 결과가 좋지 않을 것이라 생각해서 자신만이라도 돋보여야겠다고 생각한 것 같다. 발표는 꽤 잘 하였다. 그러나 그 팀 전체를 놓고 보면 발표의 흐름이 끊겼고, 결과적으로 그 팀은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영국의 경영학자 메러디스 벨빈(M. R. Belbin)은 뛰어난 사람들로 구성된 팀은 좋은 성과를

내지 못한다는 연구 결과를 제시하였다. 벨빈이 지적한 현상을 아폴로 신드롬(Apollo syndrome)이라 한다. 벨빈은 경영대학원 학생들을 대상으로 입학성적 등이 우수한 학생들을 선별하여 한 팀(아폴로 팀)을 구성하였고, 다른 팀들은 성적 등을 고려하지 않고 무작위로 학생들을 선발하여 팀을 구성한 다음 어느 팀이 우수한 성적을 내는지, 그리고 그 이유가 어디에 있는지 연구하였다. 첫 학기의 팀 프로젝트 수행 결과, 아폴로 팀은 우수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 다음 학기에도, 그 다음 학기에도, 아폴로 팀은 우수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 아폴로 팀의 팀원들은 우수했지만 협업에는 서툴렀다. 모두들 자신이 중요한 일을 하고 싶어 했고, 자신의 의견과 판단이 옳다고 주장하였다.

 

 세 사례 모두 개인의 역량 못지않게 팀원으로서의 협업역량도 중요함을 보여준다. 팀원으로서 함께 협업하는 역량은 책을 통해 배우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팀 프로젝트 과정에서 다른 사람과 함께 계획하고, 자료를 수집하고, 설명하고, 아이디어를 도출하고, 나와 생각이 다른 사람과 충돌하더라도 이를 조정해내는 그런 경험들을 통해 길러지는 것이다. 이러한 역량을 어디에서 키울 것인가? 학교는 다른 사회 어느 조직보다도 안전한 곳이다. 협업능력을 갖추지 못한 사람이 직장에서 받을 불이익을 생각해보라. 조금 서투르고 혹은 실패한다 할지라도 학교 수업은 훨씬 안전하게 협업능력을 기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학생은 사회생활에 꼭 필요한 생존키트인 팀워크 능력을 얻을 수 있다. 이제 팀 프로젝트에 기꺼이 참여해야 하는 이유가 분명하지 않은가?

                                                                               

                                                                                인문사회대학 교직학과

                                                                                 장경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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