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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실감에 회복은 없다. 그저 견뎌낼 뿐
  • 남기현
  • 등록 2017-10-23 15:4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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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사회는 뒤를 돌아볼 시간도 없이 바쁘게 굴러간다. 우리는 바쁘게 흘러가는 사회를 따라가기 위해 길을 잃더라도 무조건 앞만 보고 달려간다. 그렇다보니 우리는 종종 무언가를 놓쳐버리기도 하며, 때로는 놓쳐버린 것의 존재가 크게 다가오기도 한다. 하지만 계속해서 하나 둘씩 잃어가다 보면 어느새 마음의 구멍은 커져있다. 이렇게 우리 현대사회에서 지난 1년 동안 우울증을 경험한 사람은 61만 3천 명(출처: 연합뉴스)이며, 이는 전체 국민의 1.5%에 해당하는 수치다. 그럼 우리가 잃어버린 것은 무엇이고,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 ‘오직 두 사람’이라는 책은 이것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고 있다.

 

 이 소설의 표제작은 아빠와 딸의 이야기이자, 희귀언어를 사용하는 오직 두 사람의 이야기이다. 주인공인 현주가 희귀언어 마지막 사용자에게 편지를 쓰는 형식으로 시작되며, 그녀는 다른 가족들보다 아빠와 밀접한 관계를 갖고있다. 본 소설에서 아빠는 과도한 집착으로 딸에게 애정표현을 하며, 현주는 이를 곧 사랑이라 믿고 살아간다. 둘만의 방식으로 소통하는 이 부녀에게는 시간이 지나자 사람들과의 거리가 생기고, 결국 두 사람 곁에 남은 사람이 없게 된다. 그러던 중 갑자기 현주가 언니와 엄마가 있는 미국으로 잠시 떠나게 되는데, 그곳에서 그녀는 시간이 지날수록 미묘한 불편함을 느낀다. 이미지를 떨쳐내지 못하고 자꾸 떠올리던 현주는 아버지가 쓰러졌다는 소식을 듣고 다시 그에게로 돌아가게 된다. 하지만 훗날 아빠가 세상을 떠나자 현주는 둘만의 언어의 마지막 사용자가 된다. 현주는 희귀언어 사용자에게 편지를 쓰지만, 자신이 유일한 사용자이기 때문에 독백 같은 편지가 되고 만다

 

 우리는 각자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바쁘게 살아가고 있고, 우리의 인생은 마치 마라톤처럼 모두가 결승점을 향해서 달리고 있다. 우리는 왜 달리는가. 또한 결승점에는 무엇이 있는가. 이에 대한 답은 아마 빠르게 흘러가는 세상에서, 끝에 무엇이 있는지도 모르는 채 두려움을 느끼며 그저 스스로에게 채찍질을 하며 나아가고 있다는 것일지 모른다. 작가는 이 책에서 상실감과 ‘그 이후’에 대한 이야기를 각각 다른 상황, 다른 형식의 모습으로 드러내고 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도 완벽한 회복은 없고, 상실에 맞춰가는 모습을 보인다. 이 책의 내용에서는 둘만의 희귀언어를 통해 두 사람의 상실감을 채웠다. 어떤 희귀언어가 우리의 상실감을 채웠는가. 바쁜 생활 안에서, 우리의 상실감에 대해서 잠시 돌아보며 쉬어가는 건 어떨까. 당신은 어떤 걸 잃었고 당신의 삶에는 어떤 상실감이 마음 한 가운데 자리잡고 있는가?

 

남기현 기자│skarlgus15@kg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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