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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의 눈길을 뺏은 디자인, ‘도자기 향기’
  • 윤지솔
  • 등록 2017-10-11 13:4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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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어떤 가게에 발을 들이기 전에 가장 먼저 보게 되는 것은 무엇일까? 바로 간판이다. 아무리 맛있는 음식을 만들고, 좋은 물건을 판매하더라도 간판이 가게의 성격을 담아내지 못했다면 선뜻 믿고 방문하기 힘들다. 이렇듯 중요한 역할을 하는 간판을 디자인하는 대회에 나가 좋은 성과를 거둔 학생이 있다고 한다. 2017 경기으뜸옥외광고물 공모전 대상을 수상한 최믿음(산업디자인·4) 양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꾸준한 도전이 일궈낸 대상 
 최믿음(산업디자인·4) 양이 대상의 영광을 거둔 2017 경기으뜸 옥외광고 공모전은 경기도에서 주최 및 주관하는 대회다. 본 대회는 광고 산업발전과 바람직한 광고문화 인식 재고를 위해 개최됐 으며, 올해 5회째 진행되고 있다. 이번 대회에서는 총 118개 작품이 등록됐고, 21개 작품이 수상작으로 꼽혔다. 최 양은 평소에도 다양한 공모전에 참가하곤 했다. 주로 시·도 주체 공모전에 출전했고 에너지를 주제로 하는 공모전에도 나갔다. 그러나 대상 수상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최 양은 “내가 대상받을 것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며 수상의 기쁨을 표했다. 전공이 산업디자인이고, 그중에서도 제품디자인을 주로 해왔기에 간판디자인에는 큰 관심이 없었던지라 더욱 예측하지 못한 결과였다. 그녀는 “제품을 사용하는 소비자의 욕구나 현 흐름을 알기 위해서는 풍부한 경험이 필요할 것이라고 판단해 다양한 공모전에 참여해왔다”며 “그러던 중 좋은 결과를 얻어 기쁘다”고 전했다.

 최 양은 이번 대회에서 가장 커다란 도움을 준 사람으로 남자친구를 꼽았다. 본선진출 당시, 최 양은 졸업 전시회 준비로 바쁜 상태였다. 일정에 쫓겨 수정을 다 마치지 못하고 디자인 초안 그대로 제출하려고 했던 최 양에게 남자친구는 조금 더 다듬어 제출해볼 것을 지속적으로 권했다고 한다. 최 양은 “그의 조언에 힘을 얻어 작품을 한층 더 발전시켜 지금의 모습으로 탄생시킬 수 있었다”고 말했다. 
투박하던 간판, 선반 위 도자기로 바뀌다 


 작품의 제목인 ‘도자기 향기’는 평소 최 양이 어머니와 즐겨가던 공방의 이름이었다. 그곳에 있는 단아하고 선이 고운 도자기들을 보던 중 한 가지 아쉬운 점을 느꼈는데, 바로 간판이었다. 딱딱하고 투박한 고딕체로 크게 적힌 글씨를 볼 때마다 최 양은 직접 디자인을 개선해주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고, 마침 좋은 대회가 있어 참여하게 됐다고 한다. “멀리서도 도자기를 판매하는 집 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도록 디자인하고 싶었다”는 것이 그녀의 설명이다. 그 말처럼, 그녀가 디자인한 간판은 키도 덩치도 다른 도 자기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는 것 같은 모양새를 하고 있다.
 
 작품 ‘도자기 향기’는 선반 위에 도자기를 올려둔 모습처럼 표현됐고, 도자기 특유의 둥근 선을 잘 보여주고 있다. 가게 이름을 도자기에 새긴 무늬처럼 나타냈다는 점도 돋보인다. 최 양은 타이포 그래피 1) 로 디자인 해 도형미를 극대화했다고 설명했다. 최 양은 “학과에서 배운 3D 작업을 많이 응용해 내가 이전 공모전에 제출 했던 작품들과는 차이를 뒀다”며 “원래 광고물은 남에게 보이는 것 이다보니 보통 평면적인 디자인만 하고 마는데, 이번 간판 디자인 에서는 여러가지 각도에서 보이는 장면을 렌더링 2) 해봤다”고 밝혔다. 한편 가장 많이 고민했던 부분은 “언제나 그랬듯이 맨 처음 컨셉을 잡는 것이었다”며 웃음을 지었다.

현대 속 전통미 살리는 디자인 꿈꿔
 최 양이 처음 산업디자인학과를 선택하게 된 계기는 단순했다. 그녀는 “제품디자인을 하는 것이 막연히 멋져보였던 것이 지원 동기”라고 전했다. 처음에는 다소 가벼운 이유로 학과에 오게 됐지만, 지금 와서는 학과에서 폭넓은 지식을 배운 것이 지금까지의 활동에 많은 도움이 됐다고 한다. 최 양은 “학과에서 배우는 제품 디자인은 3D인데, 그 안에 2D 작업이 포함돼있어 △제품 △2D △광고물 디자인 등 다양한 방면으로 도전할 수 있어 좋다”고 전했다.

 최 양은 “본교에 들어오기 전 전통 문화를 다루는 학교를 다녔다”는 이야길 꺼냈다. “그런 경험 덕분인지 평소 우리의 전통적인 미를 현대와 연결시키는 작업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고, 그런 작업을 하고자 노력 중이다”고 밝혔다. 또한 “이런 도전을 하나의 분야에 한정짓지 않고, 화장품 용기나 패키지 디자인 등 다양한 곳에 뛰어들어보고 싶고, VMD 3) 에도 도전해보고 싶다”며 자신의 꿈들에 대한 포부를 드러냈다. 미래의 꿈에 대해서는 “디자인을 전공하 는 남자친구와 함께 제주도에서 디자인 사무실을 해보고 싶다”는 소망을 털어놨다.

“디자인, 전공 살려서 누구나 할 수 있어요”


 현재 최 양은 졸업작품으로 조명과 재난상황에서 쓰이는 드론을 디자인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논문을 쓰면서 드론의 공학적인 부 분에 대해 공부하는 중”이라고 전했다. 디자인 작업 시 배경지식이 중요하냐고 묻자, 그녀는 “디자인은 단일 학문이 아니고 상업미술 이기 때문에, 예술뿐만 아니라 △소비자의 패턴 △방법론적 지식 △인문·공학적 소양 등 종합적인 지식이 요구된다”고 답했다. 그러므로 타 학과 학생도 디자인을 하고 싶다면 충분히 현 전공과 관심 을 살려 디자인을 해나갈 수 있을 것이라는 게 그녀의 생각이다.

 마지막으로 최 양은, “디자인은 배우면 배울수록 어렵지만, 꾸준히 하다보면 자기 색이 생기는 것 같다”며 “지속적으로 하다보면 좋은 결과가 나올 거라고 생각한다”는 말을 전했다. 그녀는 평소 끊임없이 전통 문양과 관련 된 책을 읽고 전통작품을 유심히 보며 공부한다며, “내가 학습했던 분야를 이용해 타인에게 인정받는 작품까지 만들고 싶다”는 소망을 표했다.


1) 타입(글자)들이 메인으로 이루어진 디자인 영역
2) 그림자나 색상과 농도의 변화 등과 같은 3차원 질감을 넣음으로써 컴퓨터 그래픽에 사실감을 추가하는 과정
3) visual merchandiser의 약자, 마케팅의 목적을 효율적으로 달성할 수 있도록 특정 상품이나 서비스를 시각적으로 연출하고 관리하는 것

덧붙이는 글

끊임없이 도전하고, 또 다양한 방면으로 길을 개척해 나간다는 것은 언뜻 쉬워 보이지만 말처럼 간단하지 않다. 다양하다는 건 자칫하면 이도 저도 아닌 방향으로 빠져 모든 일이 흐지부지 될 위험이 있다는 뜻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취직을 하더라 도 개인적인 발전을 위해 시간이 나는대로 공모전에 도전하고 싶다”는 최 양의 포부가 더욱 인상깊다. 앞으로도 이러한 그녀의 노력을 이어나가길 바라며, 향후 더 좋 은 작품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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