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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7-09-12 16:3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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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가 무슨 외모 치장이야’라는 말은 이제 옛말이 됐다. 남성도 자신의 외모를 당당히 가꾸는 문화가 이미 시작됐기 때문이다. △패션 △화장품 △피부관리 등 여성이 주로 관심을 가져왔던 분야에 이제는 남성까지 가세했다. 이른바 ‘그루밍족’이라 불리는 그들에 관해 지금부터 차근차근 알아보자.

 

사회인식 변화 속 태어난 그루밍족


  어쩌면 현재까지 ‘남성’과 ‘외모 가꾸기’를 연결시키는 데 거부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제 남성이 스스로 꾸미는 것을 자연스럽게 여기는 사회가 왔다. ‘그루밍족’은 이러한 사회 분위기 속에서 생겨난 용어로, 패션과 미용에 자신의 시간과 돈을 과감하게 투자하는 남성을 일컫는다. 여기서 그루밍(grooming)은 동물의 털을 빗질하고 다듬는다는 뜻의 용어 ‘groom’에서 유래됐다. 즉, 특별한 조건을 갖추지 않아도 자신의 겉모습을 가꾸기 위해 적극적으로 행동하면 누구든 그루밍족이라고 할 수 있다.

 

  그루밍족이 성행하게 된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여성의 사회진출’이 대표적인 원인으로 꼽힌다. 2000년대 이후 여성의 사회진출이 많아지면서 그들의 사회적 위치가 이전에 비해 많이 높아졌다. 이로 인해 남성과 여성 간 역할이 모호해지면서 과거부터 존재해왔던 ‘남자는 터프해야 한다’와 같은 고정관념이 깨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러한 흐름에서 ‘남성도 여성만큼 외모를 가꿀 수 있다’는 인식이 사람들의 마음에 자리잡았다. 일반적으로 꾸미는 남자를 떠올리면 젊은 층만 해당한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40대 이상 남성들도 외모를 가꾸는 경우가 많다. 그루밍족 성행이 우리나라보다 일찍 시작된 외국의 경우, 닉우스터(Nick Wooste)와 같이 중년의 나이를 넘겼음에도 유명한 패션디렉터로 활동해 대중에게 깊은 인상을 주는 사례도 있다.

 

남성화장품 소비, 6년 새 두 배로 껑충

 

  최근에는 여성뿐 아니라 남성까지 미용과 패션에 돈을 투자하면서 자연스레 유통업계의 태도도 변화하기 시작했다. 먼저 유명 백화점은 이른바 ‘남성관’을 매장 내에 따로 만들어 남성들을 위한 편의를 제공하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2015년 8월 판교점에 ‘현대 맨즈관’을 개장했다. 현대백화점 측은 이곳에 남성 △헤어 △패션 △액세서리와 더불어식음료 코너까지 한 곳에 배치함으로써 남성들을 위한 복합문화공간을 조성했다. 타 백화점도 이와 유사하게 ‘남성전문관’을 매장 내에 두고 있다. 한편, 외국에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남성 전용 백화점까지 등장했다. 일본의 ‘한큐 맨즈 도쿄 백화점’은 세계 최초의 남성 전용 백화점으로, 지하 1층부터 지상 9층까지 이뤄져있다. 이 백화점은 남성 소비자가 편리하게 쇼핑을 즐길 수 있도록 각 층을 젠틀맨, 인터내셔널과 같은 테마 별로 분리했다. 특히 고객의 연령 및 체형에 맞게 고객에게 옷과 잡화를 추천하는 서비스는 이 백화점의 대표적인 장점이다.

 

  그렇다면 실제로 남성들이 외모에 투자한 후 시장에 얼만큼의 변화가 있었을까. 국내 시장을 중심으로 살펴보면, 국내 남성 화장품 시장규모는 2010년 7300억 원대에서 작년 1조 3000억 원대로 6년 새 2배 가까이 증가했다(출처: 유로모니터 인터내셔널). 또한 국내 헬스, 뷰티
스토어 ‘올리브영’의 매장 자체 조사에 따르면 남성 화장품 매출이 2014년 15%에서 2016년 34%로 2배 이상 증가했다. 단순 수치만 보더라도 시장규모가 커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 외 유통업계에서 자체적으로 조사한 남성 화장품 매출도 위와 비슷하게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추세 속에 현재 한국 남성이 화장품에 소비하는 금액은 약 5500억 원(2013년 당시)으로 현재까지 세계 1위를 지키고 있다.

 

 


 

남성의 섬세한 화장, 안 될게 뭐 있어?

 

  앞선 통계에서 보여주듯 남성들의 화장품 소비가 급증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는 남성들이 로션·선크림과 같은 기초 제품의 소비만 계속해서 늘린 결과일까. 정답은 그렇지 않다. 스킨·로션을 넘어서 △쿠션 △팩 △파우더까지 구매하는 화장품의 종류가 매우 다양해졌다. G마켓 자체 조사에 따르면 남성의 ‘팩, 마스크’ 그리고 ‘에어쿠션, 팩트’ 구매 증가율이 각각 35%, 64%로 나타났다. 여성들에게 익숙한 미용 도구가 남성들에게 더 이상 낯설지 않은 것이다. 이러한 제품들 중 상당수는 피부에 임의적으로 색을 입히는 색조화장품이 포함돼있다. 즉, 피부의 굴곡을 보정하고 얼굴의 볼륨감을 살리는 등 섬세한 화장을 하는 남성이 증가하고 있다는 뜻이다.

 

  다양한 화장품에 대한 남성의 관심이 커지면서 자연스레 이들을 위한 정보를 제공하는 콘텐츠도 생겨나기 시작했다. 실제로 △유튜브 △페이스북 △블로그 등을 통해 남성들을 위한 화장법을 소개하는 뷰티 크리에이터가 많아졌다. 이들은 브랜드별 남성 화장품 특징, 색조 메이크업 라인 설명 등 남성들에게 자신을 꾸미는 데 필요한 전문적인 지식을 전해주고 있다. 만약 자신을 꾸미고 싶지만 무엇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다면 이들로부터 조언을 얻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다.

 

젠더리스 : 패션의 성별 경계가 무너지다

 

  지금까지 그루밍족의 미용에 대해 다뤘다면 이번엔 옷에 대해 얘기해보려 한다. 이전까지 사회적으로 남성과 여성에게 요구되는 패션은 구분돼있었다. 예를 들어 남성은 각이 잘 잡힌 정장을 입고 여성은 레이스가 달린 치마를 입는 것 같이 말이다. 하지만 옷에 대한 남성들의
관심이 점차 많아지면서 성별에 의한 패션의 경계가 무너지고 있다. 이른바 젠더리스(genderless) 패션이 유행하기 시작한 것이다.

 

  젠더리스 패션은 말 그대로 옷에 ‘성의 구별을 두지 않음’을 뜻한다. 최근에 확인 가능한 젠더리스 패션 키워드에는 크게 △분홍색 △통굽 △레이스 등이 있다. 우선 남성들이 분홍색 계열의 옷을 많이 입기 시작했는데, 과거에 존재했던 ‘남자는 파랑 여자는 분홍’과 같은 잘못된
고정관념이 사라졌다. 특히나 주로 어두운 색 계열을 선호했던 남성들의 인식도 바뀌고 있다. 본격적인 가을이 다가오면 거리에서 분홍색 가디건, 니트 등을 입고 다니는 남성을 자주 볼 수 있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남성들도 이제는 통굽이 있는 신발을 신고 다닌다. 패션잡지에는
이미 통굽을 신은 남성모델이 자주 등장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남성들이 레이스가 달린 옷을 소화하기 시작했다. 알맞게 매칭한다면 고급스럽고 우아한 분위기를 낼 수 있는 레이스의 특성 때문이다. 물론 아직까진 일부 시상식 또는 패션쇼에 국한해 등장하고 있지만, 일반 남성들
이 거리에서 입고 다니는 날도 머지않았다.

 

 

 


[덧붙이는 글]
위에서 살펴봤듯 그루밍족은 △패션 △미용 △유통업계에 새로운 변화의 바람을 불어넣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새로운 문화를 이끌고 있는 ‘꾸미는 남성’을 더 이상 신기하거나 이상하게 볼 필요가 없다. 남성과 여성 모두가 당당하게 꾸미는 문화가 앞으로도 여러 분야에 활기를 불어넣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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