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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행복해지는 나라 이탈리아 -1부-
  • 편집국
  • 등록 2017-09-11 14:5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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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탈리아를 다녀온 지 1년이 넘어 간다. 9월에 다녀왔음에도 불구 하고 더웠던 나라였다. 유럽의 모기는 동양의 모기와 차원이 다르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처럼 너무나 치명적이었다. 이렇게 쓰면 이탈리아를 안 좋게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그것은 전혀 아니다!

 

 우리는 조금 특이한 단체였다. 학생들과 회사원들, 그들의 부인들이 있다 보니 학교나 다른 직업으로 인해 모두 같은 8일을 보낼 수는 없었다. 우리 가족은 나를 위해 하루 일찍 출발했다. 13시간 가는 대신에 비용을 절감할 수 있도록 모스크바 항공을 경유해서 도착했다. 닭장에 갇힌 닭처럼 가만히 먹고, 자고를 반복해서 그 나름대로 지쳤지만, 행복한 고통이었다. 유럽을 태어나서 처음 갔기 때문에 출발하는 그날 비행기 색깔이 코발트블루에 형광주황이라는 것도 신기했고, 몽골 위를 지나갈 때 광활하고 나무만 몇 그루 있던 땅 위에 큰 구름과 그 큰 구름에 의해 지는 그림자들, 처음 보는 노을이 질 때의 구름 위는 구름 아래의 노을보다 훨씬 붉고 파란빛과 보랏빛도 보이는 너무 멋진 모습이었다. 무엇보다 가장 행복한 것은 금발에 푸른 눈을 가진 잘생기고 듬직한 러시아 남성들이 마실 것과 음식은 어떤 것을 원하는지 물을 때였다. (영어 울렁증은 사랑과 낭만 앞에서 잠시 해결된다.) 경유지인 러시아 공항에서 마트로시카 기념품가게에 들러 예쁜 러시아 전통인형 마트로시카를 보며 다음 비행기를 기다렸다.

 

 


 

 한국 야경보다 넓고 빽빽한 조명을 박아놓은 것 같은 유럽의 야경을 보면서 무사히 도착했다. 민박집 주인인 한국인 남성은 우리에게 소매치기를 언제나 주의해야 한다는 경고를 수없이 했다. 밤 조명을 받은 웅장한 콜로세움을 지나 민박집에 도착했다. 민박집 내부는 소박했다. 옛날 유럽영화나 만화에 나오는 것처럼 창문의 덧문을 활짝 열면 반대편 집에 있는 창문들을 볼 수 있었다. 이 소박한 민박집에 창이 있는 샤워장이 있다는 게 신기했다. 에어컨을 만끽하며 잠든 첫날밤이었다.

 

 드디어 본격적인 여행인 둘째 날, 아침 일찍 민박집에서 해준 한식을 먹고, 오래 걸어서 관광버스를 타고 간 후에야 영화에서만 보던 콜로세움을 봤다. 콜로세움 안은 다음에 보러가기 때문에 그냥 지나갔다. 다음은 엄마가 가장 감명 받았던 성지 중의 성지 카타콤베에 갔다. 카타콤베는 기독교인들이 박해받던 시절 신자들의 은밀한 예배 장소로 사용됐고, 극한 환경 속에서도 종교적 신념을 굽히지 않는 그 당시 기독교인들의 정신을 알 수 있는 곳이다. 이곳은 전문 가이드를 동행해야 입장할 수 있는 특별한 장소라고 한다. 지하 동굴로 들어서면 좁은 길을 따라 좌우로 빽빽이 서랍장 형태의 무덤들이 들어서 있었는 데, 그 안에 시체가 있었다고 생각하면 무서운 곳이었다. 내부가 대성당처럼 엄청나게 컸고, 그만큼 박해를 받은 기독교인들이 이렇게나 많았다는 생각에 소름이 끼쳤다. 출구로 나가기 전 촛불이 은은하게 비치고 벌레소리조차 안 나는 고요한 곳에서 묵념을 했다. 이런 성스러운 장소에 너무나 부끄럽고 안타까운 건 벽 곳곳에 있던 낙서 중 가장 많이 보이는 글씨가 한글이라는 것이었다. 자기가 가장 부끄러운 행동을 했다고 이름을 알리는 것과 다름이 없었다.

 

 


 

 관광버스에서 끝없이 카타콤베에 대해 이야기하는 엄마의 얘기를 들으며 카타콤베를 나서 로마 수도교로 갔다. 로마 전성기때 사람들은 물을 풍요롭게 사용할 수 있도록 수로를 이용했다. 그 수로를 통해 외곽에서 물이 목적지까지 운반될 수 있도록 지탱하던 건축물이 로마 수도교다. 더 성스러워지기 위해 바오로 성인 참수터가 있는 수도원에 갔다. 그날은 안타깝게도 개방을 하지않는 시간이라서 주요 성당에는 들어가지 못하고 그 옆 작은 성당에 들어갔다. 천국의 계단으로 유명한 사진 명소였다. 중세의 수도사가 많은 영혼들이 올라간 것을 목격했다고 한다. 알고 보니 실제로 그곳이 2만 명의 순교자들이 묻힌 곳이어서 그곳의 계단을 천국의 계단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작은 성당이었는데도 내부가 우주를 펼친 것처럼 너무 아름다운 색감의 그림과 조각이 새겨져 있었다. 우주를 박아놓은 돔에 눈을 떼지 못해서 계속 사진만 찍은 기억이 난다. 지칠 때 쯤 가이드의 안내로 판온 근방에 도착해 스테이크가 유명하다는 PARM AROMA에서 스테이크를 먹었다. 내부는 어두운 편이고 노란 불빛이며 사람들이 너무 시끄럽지도 조용하지도 않게 대화해서 편하게 먹을 수 있는 분위기였다. 스테이크 크기는 좀 작은 편이고, 플레이팅이 정말 단순했지만 고기의 두툼함과 소스의 풍부한 맛이 너무나 어우러져 맛있었다.

 

 점심을 먹고 판테온에 갔다. 사람이 너무 많아서 내부는 구경을 못했지만 엄청난 건물인 건 알 것 같았다. 햇빛이 너무 뜨거워서 가이드의 말은 더 이상 들리지 않았고, 엄마는 더운데 사진을 많이 찍길 원했었다. 웃는 게 웃는 게 아니었다. 선크림은 꼭 많이 바르고 가길 권한다.

 

 지칠 때쯤 젤라또가 유명한 가게 DI SAN CRISPINO에서 꿀이 들어간 바닐라와 블루베리 젤라또를 먹었다. 블루베리는 새콤하고 바닐라는 그냥 맛있는데, 대표 메뉴이기도 해서 꼭 추천한다. 우리나라에서 파는 젤라또와는 다른 식감과 맛이었다. 정말 맛있었다. 기운을 얻고 관광버스를 타서 캄피돌리오 광장에 갔다. 미켈란젤로가 1537년에 설계한 광장으로 르네상스 건축의 대표작이라고 한다. 광장 정면에는 세나토리오 궁전이 있고, 양쪽에는 콘세르바토리 궁전과 누오보 궁전이 있는데, 두 건물은 세나토리오 궁전을 중심으로 정확히 대칭을 이룬다. 이 이후에는 가이드의 1시간에 걸친 세계사 안내를 들었다. 뭔가 엄청난 것을 들은 것 같은데 하나도 기억이 안 난다. 잠이 너무 왔다.

 

 잠시 포로 로마노에 들렀다 사람들이 무척 많았던 트레비 분수 앞에 도착했다. 트레비 분수는 그 자체만으로 너무 아름다웠고, 먼 거리 임에도 불구하고 분수가 커서 그런지 물이 떨어지면서 생기는 바람에 시원했다. 하지만 이날은 너무 지쳐있었고, 시간이 없는 관계로 트레비 분수만 보고 갔다.

 

 다른 사람들과 합류해야 하기 때문에 숙소를 이동했다. 숙소는 전 과 비교되지 않을 만큼 너무 좋은 곳이었다. 2층짜리 주택을 통째로 대여 해주는 한 가정집이었다. 말도 안 되는 집 크기에 마당에, 지하에 도 방이 있고, 넓은 욕실이 여러 곳 있으며 인테리어도 너무 예쁘고, 집 복도에는 옛날 바우하우스 디자인 포스터들이 잔뜩 있었다. 화장실 안의 큰 욕조는 거품 마사지 기능도 있어보였지만, 아쉽게도 작동하지 않았다. 어른들은 아래에서 맥주 마시며 하루를 마무리했다. 나 역시 가볍게 이야기하다 금방 들어간 뒤 엄마랑 방에서 수다 떨면서 잤다.

 

이다빈

(시각정보디자인〮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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