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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차 강력계 형사가 말하는 심신장애 범죄
  • 고재욱 수습기자
  • 등록 2017-09-04 15: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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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술, 마약, 정신병이 100% 범죄의 원인은 아니다”
우리는 정상적인 상태가 아닌 심신장애자들이 범죄를 저지르는 사례를 많이 봐왔다. 각종 강력범죄들을 수사하고 범인을 검거하는 형사들은 실제 심신장애를 가진 사람들을 직접 마주하는 일이 많다. 이에 본지는 8년 동안 강력계 형사로 일하고 있는 인천 남동경찰서 조민철 형사를 만나 심신장애 범죄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Q. 강력범죄 수사에서 형사가 하는 일은 무엇인가

 

 형사는 범죄 발생 후 사건 처리를 담당한다. 범죄가 발생하면 가장 먼저 피의자를 특정해야 한다. 현행범을 검거하면 이 과정이 생략되지 만, 범인이 도주했을 경우에는 CCTV 확인이나 피해자 주변 인물 조사 를 통해 피의자를 찾아낸다. 이후 예상되는 이동 경로와 활동 내역을 토대로 피의자를 찾아 검거한다. 수사 막바지에는 해당 사건과 관련된 수사 과정을 기록으로 정리해 ‘경찰 의견서’라는 것을 작성한다. 여기 에 피의자 행위를 입증할 수 있는 내용을 더해 기소 의견 혹은 불기소 의견을 작성한 뒤 검찰에 보내는 것이 형사의 업무다. 더불어 심신장 애자가 일으킨 범죄에서는 증거의 유무에 따라 처벌의 향방이 결정되 기 때문에, 증거를 수집하는 업무도 한다.

 

Q. 피의자의 심신장애 여부는 어떻게 판단하는가

 

 먼저 음주 상태인 피의자에게는 음주측정이 이뤄진다. 다음으로 그 수치를 사진으로 촬영해 자료로 보관한다. 또한 술을 △언제 △어디서 △얼마나 △누구랑 마셨는지 △마시면 행 동이 어떻게 변하는지까지 조사한다. 약 물을 했을 경우에는 어떤 약을 어디서, 왜 먹었는지 그리고 어떤 방식으로 구입 했는지 등을 전부 확인한다. 필요할 때는 혈액 체취를 진행하며 이를 거 부할 시 영장을 통해 진행할 때도 있다.

 

 한편 정신병이 있는 피의자의 경우 정신병 치료 내역과 약물 복용 내역을 확인한다. 관련 내역이 존재하지 않거나, 피의자가 치매 환자인데 범행 당시 치매 증상이 나타났는지 알 수 없을 때는 CCTV나 목격자의 진술을 통해 증거를 수집한다. 형사는 이러한 방식 으로 증거들을 찾아 검찰에 넘긴다. 이후 피의자의 심신장애 여부를 밝 히는 책임은 검찰에게 있다.

 

Q. 심신장애자가 일으킨 범죄의 특징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가

 

 심신장애 중 술을 먹은 상태인 심신미약 상태에서 △절도 △살인 △ 방화 등의 강력범죄를 저지르는 사람들이 많이 존재한다. 나는 음주 상 태에서 그런 범죄를 저지르는 것은 술 때문만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피 의자가 실제 범죄를 저지르게 되는 것은 술뿐만 아니라 그동안의 감정 이 더해진 결과라고 본다. 술은 내재돼있던 부정적 성향이 발현되는 데 영향을 주는 매개체였을 뿐이다. 실제로 만취 상태인 채 범죄를 저질러 경찰서에 오는 사람들이 많고, 그들의 난폭한 행동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이에 원활한 조사를 위해서 위세척을 하러 병 원으로 데려가기도 한다.

 

Q. 최근 화제된 ‘인천 초등생 살인사건’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해당 사건의 관할 경찰서는 인천 연수경찰서지만, 그곳에 유치장이 없어 범인 김 양과 공범 박 양이 내가 근무하는 남동경찰서의 유치장에 왔었다. 그 둘을 직접 봤을 때 평범한 일반 학생과 다르지 않다고 생각 했다. 그러나 김 양은 교도소 안에서 정신병 관련 서적을 읽으며 자신 에게 정신병이 있다고 주장했는데, 나는 그가 실제 정신병이 있는지는 알 수 없다고 느꼈다. 또한 현재 서면상의 사실만으로 정신병을 법원에 의해 인정받으면 죄가 감형되거나 면제받을 수 있다. 나는 김 양이 이 점을 이용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는 우리나라의 ‘백 번의 주관적인 주장보다 한 장의 객관적인 서류를 더 믿는 경향’이 부정적으로 나타난 사건이라고 느껴진다.

덧붙이는 글

조 형사는 “개인적으로 ‘금주령’이 있다면 우리나라 강력 범죄의 30~40%는 줄어들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전했다. 최근 대학에서도 잘못된 술 문화로 발생되는 폭력, 사고가 많아져 문제가 되고 있다. 본교 학생들은 심신장애 범죄의 위험성을 알고, 관련 범죄 예방에 깨어있는 의식을 가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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