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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도한 입학금, 당연한 제도 아니다”
  • 박현일
  • 등록 2017-09-06 12:3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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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참여연대 심현덕 간사와 함께 정리하는 입학금폐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41개 국·공립대학교의 입학금이 폐지됐다. 일각에선 사립대학교의 입학금이 폐지되면 재정적 타격이 클 것이라고 우려한다. 입학금폐지가 교육정책의 쟁점으로 떠오르는 지금, 해당 분야에서 사회운동을 전개하는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심현덕(36) 간사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Q. 입학금이 존재하는 이유는 무엇이며, 왜 부당하다는 주장이 나오는지 알고 싶다

 

 현재 학교는 학생을 교육기관 본연의 목적으로 대하는 것이 아니라 돈벌이의 수단으로 삼고 있다. 교육부는 대학의 △역사 △건학 이념 △교육과정 등의 혜택에 입학금이 포함된다고 말하지만, 이 혜택을 위해 등록금을 내는데 왜 동일한 이유로 입학금을 내는 것인지 의문 이다. 입학금은 다른 나라에도 존재한다. 하지만 등록금 대비 0.4% 정 도의 수수료만 받는 △중국 △미국 △유럽과 달리 우리나라 대학은 등록금이 OECD 가입국 중 4위일 정도로 액수가 높은데, 입학금도 다른 나라보다 비싸다. 일본의 경우 학생이 학력을 이력서·프로필 등에 올릴 때 학교가 사용료를 받아야 하는 것으로 간주한다. 그래서 앞서 말 한 타국보다 높은 비용의 ‘입회비’를 받는다. 한국 대학의 입학금은 이 영향을 받은 것이다.

 

Q. 입학금 폐지를 주장하는 근거로 ‘불분명한 용도’를 꼽는 이유가 궁금하다

 

 사람들은 입학금을 입학사무에 필요한 비용이라고 생각해서 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산총계 주의1) 에 따라 입학금은 입학사무를 위해서만 쓰이지 않는다. 2016년도 지출내역 정보공개청구에서 유일하게 내역을 공개한 한신대학교(이하 한신대)는 매년 10억 원의 입학금을 걷는데, 입학사무로 쓰는 돈은 그 중 0.4%에 불과하다. 나머지 99.6%는 다른 곳에 쓰이는 것이다. 이처럼 입학사무와 관계없는 돈을 받으니 일부 사람들이 부당이득이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해당 문제는 교육부가 ‘입학금은 입학사무에 필요한 돈만 징수해야 한다’라고 유권해석만 바꾸면 해결된다.

 

 보다 이상적인 방법은 고등교육법의 단서조항을 바꾸는 것이다. 국회에 입학금 폐지 법안이 정당을 막론하고 발의돼있어서 타협할 수 있다. 이에 사립대학교(이하 사립대)가 반발할 가능성이 있다. 그때는 사립대가 학교운영 면에서 정부에 의지하는 점을 이용해 정책을 보다 강하게 추진하면 입학금 폐지가 가능할 것이다.

 

Q. 입학금이 폐지되면 학생에게 어떤 영향이 있을까

 

 공부를 하기 위해 대학에 입학한 학생들이 생계 문제로 아르바이트를 하는 게 우리나라의 현실이다. 입학금이 폐지되면 이같은 경제적 부담이 줄어든다. 수업료가 인상되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지만 등록금 상한제가 있기 때문에 그 가능성은 낮다.

 

 다만 수업료와 입학금을 합한 값이 등록금 총액이기 때문에 인상할 여지가 없는 건 아니다. 사립대는 재정 부담을 이유로 수업료를 인상할 수 있다. 그러나 정보공개청구에 유일하게 응답한 한신대의 경우 학교 수익의 1% 내외가 입학금이다. 타 사립대도 이와 유사할 것으로 추측되기 때문에 막대한 부담은 없을 것이다. 제도적으로는 교육부가 대학 재정지원사업과 구조개혁평가에 등록금 인상률을 평가 기준으로 도입한다면 등록금 인상 문제가 벌어지지 않는다.

 

Q. 입학금 폐지와 관해 본교 학생들에게 한 말씀 부탁한다

 

 법은 권리 위에 잠자는 자를 보호하지 않는다. 입학금폐지를 위해서는 사람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입학금폐지 주장은 이기주의가 아니라 교육권을 찾는 권리의식이다. 입학금 문제는 경기대학교 학생들을 포함한 모든 대학생의 삶과 관련된 사안이다. 사회문제에는 당사자의 목소리가 필요하다. 현재 입학금 폐지 운동에 참여하고 있는 대학은 △한양대 △홍익대 △고려대 △경희대 4개다. 이 4개 대학의 참여만으로도 입학금폐지가 이슈화됐고, 덕분에 대선후보 5인이 입학금 폐지를 공약으로 내세웠었다. 보다 많은 대학의 학생들이 함께 목소리를 낸다면 폐지에 가속도가 붙을 것이다. 나아가 지금 우리가 목소리를 높이면 다음 세대의 교육권을 되찾을 수 있다.

 

 심 간사는 “입학금은 당연한 제도가 아니라 폐단”이라고 말했다. 입학금은 한국의 대학교육에서는 필수지만, 같은 제도를 채택하는 나라가 거의 없고 산정 근거가 미비하며 대부분의 대학은 지출내역을 관리하지 않는다. 우리 대학생과 직접적으로 연관된 문제가 입학금인 만큼 당연하다고 받아들여지는 이 제도가 옳은 것인지 고심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글·사진 박현일 수습기자│soccerphi@kgu.ac.kr

 

1) 모든 세입과 세출 일체를 예산에 편입·계상하는 예산 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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