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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탑 게이, 홍석천을 만나다
  • 안나리 신문편집국 사회팀 정기자
  • 등록 2017-06-05 13:06:57
  • 수정 2017-06-05 13: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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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소수자에게도 동등한 권리 주어지길”
최근 대선토론 주제로 성소수자, 그 중에서도 동성애에 관한 문제가 주제로 등장했다. 과거 뒤 로 숨기기에만 급급했던 사안이 최근 공론화되기 시작한 것이다. 여기에 대해 방송인 겸 CEO인 홍석천(47)씨는 찬반을 떠나서 대선토론에 ‘동성애’가 언급된 것 자체로도 우리나라의 발전이라 고 말한다. 2000년 9월, 방송인 최초로 커밍아웃을 하며 온몸으로 사회인식 변화를 느껴온 그를 만나 성소수자에 대해 보다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Q. 성소수자를 바라보는 사회의 시선이 변화했다고 보는가

 과거에는 사회의 90% 이상이 성소수자를 부정적인 시선으로 바라 봤다. 직장에서 커밍아웃을 하면 직장 생활을 할 수 없을 정도였고, 보 수적인 분위기의 일자리일수록 특히 그랬다. 현재는 과거에 비해 많이 개선된 것이 사실이다. 이제는 주변인들에게 성소수자임을 인정받을 수 있는 정도까지 왔다고 본다.

 예를 들어 부모님의 인식 변화를 들 수 있겠다. 전에는 자식이 성소수자면 사회에서 배척된다고 생각해 그 사실을 부정하려 했다. 반면 지 금은 앞으로 헤쳐나갈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응원해주려는 태 도로 바뀌었다. 이는 아주 긍정적인 변화다.

Q. 성소수자들에 대한 잘못된 시선에는 무엇이 있는가

 일단 성소수자라고 하면 ‘문란하다’, ‘에이즈의 원흉이다’라는 말이 있지만 이는 잘못된 편견이다. 문란하다는 것은 개인의 특성이다. 원나잇을 위해 술집을 드나드는 사람의 비율을 보면 동성애자보다 이성애자가 더 많다. 유흥시설들 또한 이성애자를 위해 만들어진 공간들이다. 성소수자 중에서도 이같은 유흥가를 찾아다니고 난잡하게 노는 일부가 존재하는 것뿐이지 모두의 특징이 아니다. 대부분 사회 속에서 평범하게 살고 있다. 따라서 성적 취향으로 특정짓지 말고 그저 한명의 사람으로 바라봐주면 좋겠다.

 덧붙여 성소수자 축제가 너무 선정적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도 하고 싶은 말이 있다. 모든 축제는 열정이 넘치는 자리다. 예컨대, 남미 카니발에서 선정적인 옷차림을 하고 춤을 추더라도 잘못됐다고 말하는 사람은 없다. 성소수자 축제 역시 숨어있던 소수자들이 100% 진실된 본인의 모습으로 거리에 나올 수 있는 즐거운 자리다. 때문에 다소 과감한 차림은 자연스러운 것이다.

Q. 일상 속에서 성소수자들이 느끼는 고충은 무엇인가

 일반적으로 성소수자들은 친구나 주변 사람들보다 가족에게 인정받는 것을 제일 큰 고민으로 뽑는다. 가장 자신의 편에 서 줘야 할 가족들 이 본인의 정체성을 부정하는 것만큼 고민거리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부모님 세대에서 보수적인 분들이 많다보니 성소수자들은 자신의 정체성을 쉽게 알리지 못한다.

 사회적인 측면에서 보면 이성애자들과 동등한 기회를 제공받지 못 한다는 것이 문제다. 점차 나아지는 중이지만 아직 부족하다. 성소수자를 반대하고 비난하는 사람의 대다수가 실제로 성소수자를 만나본 적도 없다. 즉, 성소수자에 대해 잘 알지 못하기 때문에 이상한 사람들로 단정짓는 것이다. 때문에 이성애자와 성소수자 간에 토론과 소통을 통해 이해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Q. 성소수자들을 위한 목표가 있다면 알고 싶다

 앞으로 좋은 원로가 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가부장적인 유교 사회에 기독교적인 문화를 가진 대한민국은 성소수자에게 힘든 사회 다. 그럼에도 열심히 살면 인정받고 미래를 꿈꿀 수 있다는 희망을 주 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리고 젊은 친구들에게 한가지 충고를 해주고 싶다. 바로 ‘정체성 을 확신하지 말라’는 것이다. 어린 나이에는 아직 이성과 사랑한 경험이 별로 없는 상태다. 그렇다보니 주변의 형이나 언니가 좋은 시기가 올 수도 있다. 하지만 이는 변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나도 혹시 동성애자인걸까? 어떡하지? 괜찮을까?’라는 생각을 하지 않아도 된다. 지금은 그저 사람을 사랑해보길 권한다.

덧붙이는 글

홍씨는 “성소수자가 인정받기 위해서는 실력이 뒷받침돼야만 하는 것이 우리나라의 슬픈 현실”이라며 “그렇지 않으면 따돌림을 당하거나 성폭행의 피해자가 될지도 모른다”고 전했다. 사람을 무시하고 기만하는 행동은 합리화될 수 없다. 성소수자들 역시도 한명의 사람으로서 권리를 인정받아야 하는 대상이다. 그럼에도 현재 우리 사회는 그들이 정체성을 드러낼 수도 없는 상황이다. 본격적인 공론화가 진행된 지금, 앞으로 상호간 소통이 활발 해져 언제, 어디서나 성소수자들이 자신의 정체성을 자유롭게 이야기하는 사회로 나아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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