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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한없이 기특한 작은 공주에게
  • 정민 기자
  • 등록 2024-05-08 09: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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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루아침에 부잣집 아가씨에서 기숙학원의 하녀로 전락했음에도 씩씩했던 한 소녀의 이야기를 아는가. 어린 시절 순수한 동심으로 마주했던 동화 속 인물을 성인이 된 후 다시 만난다면 어떤 느낌일까? 책 ‘작은 공주 세라(소공녀)’는 영국의 소설가 프랜시스 호지슨 버넷이 1888년 발표한 소설로 주인공 세라 크루의 고난과 역경을 그린다. 인도의 상류층 아가씨 세라 크루는 아버지 크루 대위를 따라 런던의 사립기숙학교에 맡겨진다. 교장 민친 선생은 부유한 배경의 세라를 특별 장학생으로 대우하지만, 크루 대위가 열병으로 세상을 떠난 뒤 재산을 모두 잃자 그녀를 하녀로 부리며 학대한다. 갑작스런 신분 하락으로 고통스러운 현실에도 세라는 공주와 같은 우아한 마음을 잃지 않는다. 뿐만 아니라 자신도 어려운 상황임에도 더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 등 품위를 지키며 살아간다. 끝내 아버지의 친구 캐리스포드 씨를 만나 이전의 삶을 되찾는 행복한 결말을 맞이한다. 기자가 이 소설을 처음 읽었던 건 중학생 때다. 당시 세라는 비극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는 흔하디흔한 여주인공처럼 보였다. 하지만 얼마 전 다시 읽은 소설 속 세라는 그저 기특한 십 대 초반의 아이였다. 그녀가 가져온 희망의 마음은 삶을 지속하게 해줄 동력이자 고된 삶을 무뎌지게 만드는 마취약이었을 것이라고 생각하니 안아주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만약 내가 공주라면 공주 자리에서 쫓겨나 가진 게 없을 때에도 

나보다 더 가난하고 배고픈 사람을 만나면, 그들과 늘 함께 나눠야 해

언제나 그래야 해”

『작은 공주 세라』 中

 

 어린 나이에 신분의 하락을 경험했음에도 굳건히 버텨낸 모습과 스스로 ‘공주’라고 생각하며 그에 걸맞은 품위를 잃지 않고자 노력했던 그녀의 태도는 누구도 무시하지 못할 배울 점이다. 19세기에도 마음을 다잡고 어려운 상황을 버텨내는 모습은 고된 삶을 살아가는 현대인에게도 필요한 태도다. 세라에게 ‘공주’는 자신을 아끼고 존중하는 태도이자 베풀 수 있는 넓은 마음을 가진 사람을 뜻했을지 모른다. 그녀의 아량은 하녀 베키에게 꿈같은 이야기로, 배고픈 거지 아이에게 따뜻한 빵으로 전해졌고 세라 자신에게도 무너지지 않을 내면의 힘이 됐다. 고난을 마주했을 때 온전한 본인의 힘으로 마음을 다잡을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기자 또한 시련이 닥치면 그 상황에 스스로를 맞춰버리곤 한다. 상황과 타협하며 ‘너무 힘드니 잠깐 정도야, 나를 놔줘도 괜찮겠지’ 생각하며 스스로를 망가뜨린 경험이 잦다. 단순히 자기관리를 함에 있어서도 그렇지만 주변을 돌아볼 여유조차 가지려 하지 않는다. 하지만 상황이 나를 옥죄어 올수록 마음을 다잡아야 한다. ‘이런 시련 정도야, 나를 무너뜨리기엔 역부족이다’ 하는 태도로 굳세게 살아보자. 이 태도는 자신을 지지할 동력이 돼 곧 다시 일어날 수 있을 것이다.


정민 기자 l wjdals031004@kyongg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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