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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파이] 큰 박스에 달랑 물건 하나, 과대포장 규제 정책 시행은 언제쯤
  • 정예은 수습기자
  • 등록 2024-04-16 14:2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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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책 시행은 멈추고 예외 사항만 증가
얼마 전 기자는 휴대폰 케이스를 주문했다. 그러나 물건이 담긴 택배 포장지는 배송 받은 물건의 몇 배를 넘는 크기였다. 이처럼 주문한 물건보다 큰 사이즈의 포장지를 사용하는 과대포장 문제가 대두되자 정부가 규제 정책 시행을 예고했다. 하지만 정책 시행이 유예되며 비판이 일고 있다. 이에 본지는 과대포장의 심각성과 정부의 대응을 알아봤다.

   

쌓여가는 택배상자와 심각해지는 환경문제


 현재 이커머스 업계에선 업체마다 총알 배송, 새벽 배송 등 빠르고 간편한 서비스를 내세우며 택배 경쟁에 열을 올리고 있다. 실제로 국내 택배 물동량은 지난 2020년 33억 7,000여 건에서 지난 2022년 41억 2,300만 건으로 급속히 증가했다. 하지만 증가하는 택배 물동량과 더불어 내용물에 비해 지나치게 많은 포장재를 사용하는 과대포장 문제 또한 심각해지고 있다. 실제로 전체 생활폐기물 중 포장폐기물의 비율은 부피 기준 50~60%에 달하는수치다.


 또한 지난 2021년 4월 한국소비자원 조사에 따르면 소비자들은 새벽 배송 서비스에서 과대포장 문제를 가장 개선해야 할 사안으로 꼽았다. 또한 포장지의 대부분은 합성 플라스틱이나 염색된 비닐 등으로 이뤄져 재활용이 어렵거나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비닐 폐기물을 포함한 일부 포장재는 오랜기간 동안 자연계에서 분해되지 않아 생태계를 교란시키며 환경오염을 더욱 심화시키기 때문이다.


일상에 스며든 과대포장 문제, 대책은?


△기자가 받은 택배


 과대포장 문제를 해결하고자 업계에서는 포장재를 친환경 재료로 바꾸려는 노력을 보이고 있다. 지난 2022년, 무신사는 배송에 사용하는 모든 박스와 테이프를 국제산림관리협회에서 인증받은 친환경 제품으로 변경했다. 또한 여러 배송 서비스에 주력하고 있는 쿠팡은 지난 2020년 신선식품 배송 과정에서 포장재와 보냉재 등 일회용폐기물 발생을 줄이기 위해 재사용이 가능한 프레시백을 도입했다. 이를 통해 쿠팡은 지난 2021년 연간 약 1억 개의 스티로폼 상자 사용을 줄이며 900만 그루의 나무를 심는 것과 맞먹는 탄소 저감 효과를 불러왔다.


 잇따른 과대포장 문제에 정부도 조치에 나섰다. 지난 2022년 4월, 환경부는 ‘제품의 포장재질·포장방법에 관한 기준 등에 관한 규칙’ 개정안, 일명 일회용 택배 포장 규제를 발표했다. 해당 개정안은 ‘제품을 소비자에게 수송하기 위한 일회용 포장’이 포장 공간 비율 50% 이하여야 하고 포장 횟수는 한 차례여야 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적발 시 △1차 100만 원 △2차 200만 원 △3차 300만 원으로 점차 증가하는 과태료를 부담해야 한다.

   

손바닥 뒤집듯이 바뀌는 정책


 하지만 지난달 7일, 환경부는 ‘택배 과대포장 규제’를 예정대로 이번 달부터 시행하되 단속은 2년 더 유예한다고 밝혔다. 또한 세부 규정도 대폭 완화했다. 환경부에 따르면 연 매출 500억 원 미만의 업체들은 모두 규제에서 제외되며 △가로 △세로 △높이 합이 50㎝ 이하인 포장은 택배 과대포장 규제를 적용받지 않는 등 많은 예외 조항이 추가됐다. 환경부는 정책이 바뀐 이유에 대해 크기가 다른 수십 종의 상자를 준비해야 하고 포장 속도도 느려진다는 기업들의 의견을 반영한 조치라고 밝혔다.


 그러나 해당 유예는 작년 11월 매장 내 종이컵 등의 사용 금지 계도 기간 종료를 보름여 앞두고 종이컵을 규제 대상에서 제외한 것과 비슷한 양상을 띠어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환경 단체들은 정부가 규제에 나서도 모자랄 판에 예외 조항을 늘리며 과대포장을 용인하는 현재의 방식이 적절하지 않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덧붙여 현재 개정안 외에도 해외처럼 상품의 크기에 맞는 자동 포장 시스템 등을 기업들이 적극 도입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갑작스런 정책 변경으로 환경문제 해결은 물거품이 될 위기다. 환경 규제에 계속해 뒷걸음질만 친다면 환경오염은 돌이키기 어려워질 것이다. 이를 단순한 문제로 치부하지 않고 경각심을 가져야하지 않을까.


글·사진 정예은 수습기자 Ι 202412382@kyongg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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